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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책 : 문학 편 1 - 르몽드,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를 대표하는 100권의 책
디오니소스 지음 / 디페랑스 / 2022년 5월
평점 :
한때 고전 문학들을 한 번 섭렵해보겠다고 책과 연극과 영화들을 찾아다녔던 적이 있다. 몰입할 무언가가 필요했던것 같기도 하고, 도피처로서의 뭔가가 필요했던것 같기도 하고, 뭔가 답을 구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20대 나의 시도는 실패했다. 고전 문학은 감히 섭렵이 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내게 남은 문학에 대한 느낌은 어렵다 였다. 도서관에 꽂혀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권을 본적이 있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몇 장 넘겨보다가 지쳐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뭔가 무인도에 갇혀 있는게 아닌 이상은 다시 손에 잡을 것 같지 않은 장편 벽돌책의 압도감이란!
워낙 인생에 깊이가 없어서 였을까 난독증도 아닌데 책을 읽어내는게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고 느꼈었다. 그냥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몇 개 읽어봤다고 그래도 제목은 본 적 있으니 되었다고 스스로 위로만 삼을 뿐 나는 학문적인 조예는 없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그냥 포기하고 살았다. 난 참 깊이가 없는 사람인가 봐 하고 치부하고 살던 중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또 다시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세기의 책 문학편 01」. 프롤로그에서부터 내 마음을 콕 찌르는 말이 등장했다. '읽지 않았으면서 읽은 척 하는 책'. 나는 어설프게 넓고 얇게 인문학 책들을 읽은 척 하며 그 속의 유명한 말들을 모토로 내 삶을 그럴듯한 철학에 빗대어 스스로에게 변명꺼리를 만들며 지냈던 나의 20대를 회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시절의 나보다는 조금은 더 깊이가 있어질 것만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님은 총 네분으로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니체의 키워드로 이름한 프로젝트 팀 디오니소스이다. 개인적으로 니체를 좋아하는지라 이 책의 저자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 소개된 세기의 책들을 직접 읽은 것이 아니라 네 분의 저자분들의 서평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잠시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갔나 나온것 처럼 잔잔했던 마음이 꿀렁꿀렁한다. 저자명에 부합하게 책 속 곳곳에서 디오니소스 적인 문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QUOTED]
무엇을 믿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믿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무엇을 기다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직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삶이 유의미해질 수 있는 것. 무한히 연기될 수 있는 삶이라면, 시간을 달과 날로 쪼개 그 가치를 매기지는 않을 터. 어느 유명한 시구절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저 너머의 시간에 뭐가 있든, 죽음은 최강의 불안으로 자리해, 이 삶을 관장하는 것. 그러니 일단 사력을 다해 살 것. 그 이후의 시간은 신에게 맡기고...
자신의 마음만 조금 다르게 고쳐먹으면, 괴롭기만 하던 내면의 투쟁으로부터 되레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Nobody realizes that some people expand tremendous energy merely to be normal.
(어떤 사람들은 단지 평범해지기 위해 무한한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카뮈의 어록. 우리 사회는 사회화가 시작되는 그순간부터, 그 사회의 평균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사회가 원하는 보편적 도덕에 개인의 감정을 길들인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뫼르소는 틀에 맞추려는 위선과 거짓을 위한 노력을 행하지 않는다.
[UNQUOTED]
르몽드,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를 대표하는 20세기를 풍미했던 작품들로 시간의 스펙트럼을 좁혀 '세기의 책'에 대하여 저자 분들이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들을 수합하여 각색과 편집의 과정을 거쳐 일단 한 권의 책 「세기의 책 문학편 01」먼저 내놓으셨단다. 한 권의 책에 다담을 수 없기에 시리즈로 이어 갈 예정이라고. 갑자기 모두 섭렵해보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승부욕이 불타오르며 벌써부터 다음 편이 기대가 된다.
20대 초반 나는 영화와 연극을 참 좋아했더랬다. 호주머니가 가벼웠던 대학시절에는 영화마을에서 비디오를 대여해서 보고, 싸이월드 카페의 영화모임에 참석해서 보기도 했고, 학교에서 공연하는 연극들을 자주 챙겨보며 여가를 즐겼더랬다. 더러는 큰 맘 먹고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관람하기도 했었다. 대학때 처음으로 <세일즈맨의 죽음>, <위대한 개츠비>, <고도를 기다리며>, <밤으로의 긴 여로>, <무기여 잘있거라>, < 양철북>, <스칼렛 레터>, <햄릿> 등의 작품들을 책과 함께 영화와 연극으로 두루두루 접해보며 지냈더랬다. 그러다 우연히 독일문학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수강한 이후부터는 독일 문학에 홀딱 빠져 독일 문학과 철학자들을 애정하게되었다. <변신>, <파우스트>, <토니오 크뢰거>, <선택된 인간>과 같은 소설을 읽었고, 괴테, 하이네, 토마스만, 릴케, 카프카, 헤세를 논하며 헤겔, 칸트 등 무수히 많은 철학자와 음악가들이 있는 나라 독일을 궁금해 했고, 그 모든 문학들을 꾀차고 가감없이 논하는 연륜있는 비평가교수님이 참 멋있어 보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부터는 주말 조조영화가 일상이었고,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 그리도 대학로 소극장도 내돈주고 많이 다녔더랬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나서는 어느 순간부터 문학은 내 인생에서 점점 그 입지가 좁아져갔다. 책을 더러 읽기는 했지만 자기계발서 몇 권 읽는 수준일 뿐 사화초년생 시절을 지나면서 계속 되는 야근과 인간관계에 고달퍼하는 일상에 찌든 도시 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런 내게 요즘 문학이 그리고 철학이 이 책과 함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책의 제목과 목차만 보고 어 내가 20대에 많이 읽었던 혹은 읽으려고 했던 책들인데? 어 내가 연극으로 봤던 희곡도 보이네? 하며 반가움에 서평단 신청을 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나의 마음은 오늘도 방황중이지만
20대에 느꼈던 문학과 불혹이 훌쩍 지난 지금 느껴지는 문학과 그에 담겨진 철학들은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님이 에필로그에서 말씀하신 문학을 읽게하는 동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문학과 철학에 대해 알고 싶은게 많았던 것 같다.
[QUOTED]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생각으로는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면,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무엇을 왜 욕망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 앎에 대한 욕망은 남의 글을 읽게 만든다.
[UNQUOTED]
피상적으로만 접했던 문학작품들을 가슴으로 듣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세기의 책 문학편 01」을 통해 영혼을 치유하는 책 한 권을 직접 만나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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