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ㅣ 위픽
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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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환생을 믿는다. 그런 환생과는 조금 다르게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에서는 '생애전환 시행령'을 통한 다른 생을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을 하도록 한다. 지금 생이 이어지면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여덟 마리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기에 다음 생은 고양이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느긋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자유스러운 듯 보이는 우리 집 가장 오래된 고양이 주리. 하지만 집에서 사는 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의 삶은 평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생존을 위해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하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는 머물 곳을 걱정해야 한다. 그 생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나름의 고충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대로 이번 생을 잘 지나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의 주인공 승혜는 생애전환 시행령을 통해 만 40세와 만 66세에 건강검진을 받고 고민하다 맥반석이 되기를 바랐다. 길에서 볼 수 있는 돌로 자신의 생을 선택하리라고는, 특히나 맥반석이라는 선택을 한 승혜. 하지만 생애전환에도 조건이 따랐고 승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자기'로 생이 전환된다.

수많은 것들 중에서 타자기로 선택된 승혜의 삶은 어땠을까? '기억 예치소'라는 빈티지 숍에 머무르며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머물게 되는 이곳, 그리고 타자기 승혜의 몸을 누르며 무언가 속삭이는 사람들. 그 속삭임에는 사랑, 그리움, 비명, 탄성 등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깃들어있었다. 그런 감정들을 느끼다 그녀 또한 자신의 그리움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그리워하던 친구 인애. 변해버린 모습에 다시 만날 수 없지만 그리워하는 친구 인애를 떠올리며 자신의 몸을 직접 움직여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흘러가는 시간처럼 타자기조차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만다. 바닷가로 가게 된 타자기 승혜는 여전히 인애를 그리워하고 그런 그리움은 하염없이 쌓인다.

다음 생에서 살아갈 모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생애전환 시행령'이라는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된《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는 허물어져가는 몸, 퇴색되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그리움은 더욱 진해져감이 느껴져 더욱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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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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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라이 도모유키!!

시라이 도모유키의 전작《명탐정의 창자》, 《명탐정의 제물 -인민 교회 살인사건》을 통해 느꼈던 느낌은 변함없었다. 자유로운 장르 전환, 어두운 세계관과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는 변함없이 독자의 허를 찌르게 했던 그의 능력은 단편소설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어떤 장르든 그가 써나간다면 그만의 색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우리는 어릴 적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고 자랐다. 일본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초의 사건>에 등장하는 료타는 자신의 꿈을 고민하다 탐정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동급생이 가져온 돈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멋지게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딘지 부족했던 추리로 료타가 아닌 숀이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아동 구타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던 중 숀이 피해자가 되면서 또 한 번 료타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간다. 하나의 단편 속에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단편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너무 아쉬웠다.

절멸을 앞둔 인류의 명운을 짊어진 범죄자〈큰 손의 악마〉, 수만 년 전 화석의 수수께끼 〈모틸리언의 손목〉은 SF 적인 요소가 많아 조금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악한 인간의 본성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오래전의 예언을 증명하듯 일어난 밀실 사건〈천사와 괴물〉에는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등장한다.

함정에 빠져 살아서는 나갈 수 없었던 다쿠조는 어차피 죽을 목숨 죽기 전 마지막으로 유희를 즐기고자 했다. 하지만 가진 것이 얼마 없던 그는 아쉬운 대로 정상적이지는 않은 유곽인 구로즈카에 가게 된다. 몇 번의 거절을 뒤로하고 여자를 안을 수 있게 된 다쿠조. 하지만 그 대상이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라면 어떨까? 그럼에도 다쿠조는 그녀(나나코)를 안았다. 하지만 제대로 즐길 시간도 없이 그녀를 안은 채로 죽게 된다. 독살 당한 다쿠조의 억울함을 나나코에게 호소하고 나나코는 다쿠조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다. 처음 읽어 나갈 때까지만 해도 이런 결말을 맞을 줄 예상치 못했다. 결말을 보고 나서도 어리둥절함에 뒤통수 제대로 맞은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였다.

배경부터 장르까지 다종다양한 다섯 가지 이야기는 책을 읽으면서 쉽사리 덮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한 편 한 편 아쉬움 마음을 안고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장르를 한 권의 책으로 써낼 수 있는 그의 재능은 어디까지일지 상상이상이었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나를 사로잡은 시라이 도모유키의 독특함이 가득했던 단편소설집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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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늘 ㅣ 푸른사상 소설선 72
이수현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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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이 빚어낸 비늘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도 나의 마음에 붙은 비늘이 있지 않을까? 내가 만들고 싶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비늘이 겹겹이 붙은 그 마음. 언제쯤 그 비늘이 다 제거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마음의 비늘을 만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자신의 아이임에도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배드 파더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었다. 소중한 존재라고 하던 그 존재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을 택하면서 자신의 의무는 다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배우자와 아이들의 마음에도 조금씩 비늘이 생겼으리라. 그렇게 생겨난 비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닫게 만들지 않을까?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본다. 그렇게 그런 이들을 도와주는 비늘의 주인공 도희.

도희의 유년 시절은 교사인 아버지의 교육적 철학에 따라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가난함 속에서 성공한 아버지의 강박적인 집착과도 같은 억압과 폭력, 그리고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도희에게 편안함의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어버린 도희는 변호사로 자신과 같은 경험한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이 겪어온 일들, 그들이 원하는 일들을 대변하는 도희.

아이와 만남으로 겪은 기쁨도 잠시 아이에게 희귀병이 있어 이혼을 하고도 양육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남편, 아이를 위해서 치료를 하고 있었지만 생활고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 양육비 신청에도 끄덕하지 않는 남편 모습은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하면서도 약속시간에 늦고 아이를 키울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연화. 그녀의 전 남편에 대한 상황을 파고들수록 더욱 의심스러운 정황만 드러나고 연화의 이상한 모습에 의문을 품는 도희. 그리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도희.

도희는 자신 속의 응어리진 감정,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속 어둠을 해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을 없애고자 하는 마음이 황금인면어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집착이 되었고 일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이제 알 수 있지 않을까? 자신 안의 비늘이 한 겹 두 겹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말이다. 상처받았던 마음을 완전히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되돌아본 자신의 삶에 후회와 미련 대신 감동과 기쁨이 존재하게 될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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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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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상실, 분노에 대한 모든 것

사랑은 얼마나 지독한 것일까? 달콤한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런 달콤함만을 품고 있지 않다. 달콤하다고 느끼는 순간 다가오는 쌉싸름한 맛의 충격은 결국 사랑에 잃게 만들고, 그 후 예상치 못한 결과는 또 한 번 삶을 요동치게 만든다. 《브로큰 컨트리》속의 사랑 또한 그랬다. 잔잔한 듯 평화로워 보이는 겉모습 속에 감추어져있던 불안은 결국 폭발하고 그 이후 찾아온 진실은 충격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십 대 시절 서로에게 너무나도 빠져 있었던 베스와 게이브리얼. 두 사람의 열정적인 사랑은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게이브리얼의 매력에 빠져버린 루이자의 도발과 그가 남겨둔 일기장을 보게 된 베스는 충격과 실망감을 안고 그에게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삶 속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시골 목장에 울려 퍼진 한발의 총성은 그들의 인연을 다시 이어주려고 요동친다.

몇 년 전 아들 바비를 잃고 위태롭고 불안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면 살고 있던 베스와 프랭크. 그들의 목장에 들어와 양 떼를 공격하는 개를 막기 위해 쏜 총알은 개의 목숨을 앗아가는 동시에 그들의 인생에 다시금 게이브리얼을 끌어당기게 된다. 개의 주인이 다름 아닌 게이브리얼의 아들이었고, 자신의 앞에서 죽게 된 개의 모습에 충격받은 레오를 달랜 것은 베스였다. 그리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만나게 된 그의 모습에 베스는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자신들의 삶에 다시금 들어온 게이브리얼의 모습이 불쾌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프랭크와 달리 그를 다시 만난 것이 좋은듯한 베스. 어긋났던 그들의 사랑에 대한 후회는 다시금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들은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든다. 각자의 가정이 있음에도 서로에게 빠질 수밖에 없던 베스와 게이브리얼.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들의 모습은 각 인물이 중심이 되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몰입되고 끝까지 읽기 전에는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가독성을 발휘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 소설을 펼쳐본 독자라면 마지막 반전과도 같은 진실 앞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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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녕
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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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그렇게안녕 #김효인 #위즈덤하우스 #위뷰1기 #소설추천 #도서추천

죽은 연인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나요?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고 그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 그 상황 속에 《그렇게 안녕》 속의 주인공 리호가 놓이게 된다. 같은 곳에서 일을 하면서 서로의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던 리호와 소우. 백화점에서 울리게 된 화재 경보로 사람들이 대피하던 틈에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게 된 리호와 소우. 그리고 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의 생일날 생겨난 그 일은 서로를 인연으로 이어주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생일날 조촐한 파티를 하자면 케이크를 사지만 다음번 생일에는 좋아하지 않는 케이크가 아닌 여름의 과일인 수박을 사서 축하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캐나다로 리호가 떠나게 되면서 잠시 미뤄두게 된다. 캐나다에서 자신이 목표한 금액을 모으기 위해 힘들지만 참아내는 리호와 한국에서 지내는 소우.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랜 시간 연인으로 머물지만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두 사람의 거리도 너무나 컸기에 둘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닿지 않는 연락 후에 걸려온 전화로 소우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리호는 캐나다의 생활을 정리하소 소우를 만나러 간다. 너무 늦게 닿은 발걸음에 리호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소우의 유골함뿐이었다. 바닷가에서 살자고 했던 말을 떠올려 바닷가에 머무르게 된 리호.

소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자신이 모르던 소우를 만나게 되는 리호는 혼란스럽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을 전화 한 통으로 더욱 커져버린다. 죽은 소우의 목소리를 듣게 된 리호는 마치 자신이 꿈을 꾸는 듯했다. 그런 장면들 속에서 소설 속에 종종 등장했던 평행이론을 떠올리는 동시에 영화 동감이 떠올랐다. 각자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존재하는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단 하나 서로의 휴대폰이었고, 밤 9시에만 서로에게 닿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의 시간 속에 존재했던 소우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리호와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임소우.

리호는 소우의 죽음에 의문을 품었고, 그런 의문을 해결해 주려는 듯 아니 어쩌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죽은 소우의 영혼의 장난과도 같은 일이 이어지게 된다. 리호와 임소우만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었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흔적은 찾기 시작한다.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리호와 소우는 소우의 죽음으로 리호 홀로 남게 되면서 소우를 더욱 그리워하게 된다.

아무런 예고 없이 닥친 이별 속에서 《그렇게 안녕》은 소우가 떠난 이후에도 리호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그녀의 곁에서 응원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리호가 살아갈 삶 속에 소우는 없지만 소우 또한 그녀의 행복을 바라고 있으리라. 나도 리호가 잘 이겨내고 살아나가기를 응원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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