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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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죽고,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할 기회를 준 여성들과 한 남성의 이야기

《가까이, 그녀》는 표지 디자인으로 끌리게 하지만 무엇보다 더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은 하루키가 인정한 작가라는 말이었다. 하루키의 작품마다 찾아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가 인정한 작가라고 하는 말은 내게 생소한 '왕딩궈'작가님의 책을 펼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펼쳐든 책은 그만의 글 분위기로 이끌어나갔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들이지만 너무나도 와닿는 문장의 연속이었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돈을 지불하고 시계를 산다고 해서 시간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시계를 착용하지 않아도 모두와 똑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시계를 착용함으로써 갖게 되는 일종의 완전성에 있다. 그건 마치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광채를 더해주는 것과 비슷하달까. p.202

이런 문장들을 만나면서 작가님의 세계에 조금은 매료되기 시작했다. 너무 어렵지 않게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에게 스며드는 매력을 가진 '왕딩궈'작가님. 가까이, 그녀를 읽고 나니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할 정도였다. 그리고 가부장적인 시대에서도 여자를 아끼는 주인공 류랑허우의 모습이 보여 다정스럽게 보였다.

《가까이, 그녀》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남자 류량허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고 있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대해 더하거나 더는 것 없이 담담하게 전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류량허우가 왜 죄를 짓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가석방으로 풀려나 마주하게 된 그의 아들 뤠이슈는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인 며느리마저 류량허우가 알아듣지 못하게 일본어로 못마땅한 상황에서 '아라'라고 내뱉는 미나코. 결국 미나코는 류량허우에게는 '아라 며느리'로 각인되고 만다. 부자간의 불편한 동거는 결국 류량허우가 독립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그를 도울 사람을 통해 아버지의 상태를 보고받는 뤠이슈다. 뤠이슈는 병원 진료를 위해 동행을 했을 뿐 아버지에게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그의 진짜 마음은 어떨까?

가난하게 자라온 류랑허우는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시계를 고치고 파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점장으로 가게 된 곳에서 자신의 사랑이자 가까이, 그녀의 여주인공 위민쑤를 만나게 된다. 사랑을 하는 것에는 관심도, 여력도 없던 류량허우의 인생에 끼어든 철부지 같은 면을 지닌 위민쑤. 사려고 한 롤렉스 시계를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에 그곳에서 일을 하기로 한 그녀가 친분을 이용해 실적을 올리고 성과금을 받고 갚겠다며 사간 시계는 아버지의 날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와 술잔을 기울이다 예정에 없던 일마저 경험하게 된다. 6년이라는 시간 후에 다시 자신을 찾아온 위민쑤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사랑으로 묶이지 않은 아이를 위한 가족의 관계가 시작된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 타오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위민쑤. 아버지의 눈을 피해오던 시간들도 결국 아들을 위해 류량허우 앞에 나서면서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을 무시하지만 자신이 나아갈 지원을 해주는 타오셩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디를 향하는지 종잡을 수 없다. 그가 목격했던 알 수 없는 장면과 그녀의 행동들, 그것을 확인했다면 두 사람의 미래는 바뀌었을까? 그가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어 충격을 주는 동시에 그의 그런 결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담담히 말하는 어조와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에 빨려 들게 만들었던 《가까이, 그녀》. 그가 영원히 사랑할 사람은 그녀가 아닐까. 그러면서도 류량허우가 이제라도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어디선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그를 상상하면서 그의 또 다른 사랑을 응원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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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근후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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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정신과 의사 이근후가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법

오랜 시간을 정신과 의사로 지내오시면서 삶이 헛되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는 순간, 그 순간을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지혜를 담고 있는 《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을 읽으면서 얼마 전 읽었던 《이시형의 인생수업》이 생각났다. 정신과 의사로 어느덧 90세가 되신 이시형 저자님께서 들려주시는 인생에 대한 조언,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우리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의 이근후 작가님께서는 여전히 인생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내 멋에 살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계신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 앞에서, 울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가야 한다면 행복하게 가기로 하자. 후회를 버리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붙잡으려 하지 말고. p.21

아주 단순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단순한 진리, 그 진리를 이근후 저자님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착각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다면 내리막길로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더 높이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할 것이다.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갖기 위해 아둥바둥하며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는 순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선택을 하기 전에 이 문구를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다른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문 속에 어떤 일이 생길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인생. 주저하기보다 일단 문을 열고 부딪혀보는 용기를 가지기를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고, 남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가 아닌 남들이 그려내는 나를 쫓곤 한다.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려 결국 나라는 존재마저 사라지게 되는 위기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나의 평판을 신경 쓰다 보면 결국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점점 삶과 멀어지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난다면,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의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어느새 그런 감정들은 그들과의 추억까지 집어삼키고 슬픔으로 가득 채워버리고 말 것이다.

불안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단지 그 불안을 떨쳐 버리는가, 그렇기 못하고 껴안아 버리는가 하는 차이만 있다.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고통이 따라오기 때문에 항상 초조하고 긴장이 된다. p.225

여유가 사라져버린 삶, 그 삶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통과 불안을 버티기만 하는 삶 또한 지치고 말 것이다. 불안과 고통을 누군가 알아채준다면, 그 후 위로와 따스한 손길을 건넨다면 우리는 불안과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못하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다면 외로운 삶일 수밖에 없다. 그런 외로움을 떨치기 위한 진리를 담고 있는 《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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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인 더 스쿨 라임 어린이 문학 46
오선경 지음, 불곰 그림 / 라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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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보다 더 살벌한 우리들의 '교실'이야기

제목만으로 알 수 있듯 교실이 정글과도 같은 살벌함을 가진다면 어떨까? 아이들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시간을 보내는 곳, 학교. 그리고 같은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다들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때로는 따뜻한 분위기일 수 있지만 때로는 차갑고 살벌하고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공간일 수도 있다. 게다가 한 아이가 교실의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그 불편함은 더욱 크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처럼 《정글 인 더 스쿨》의 6학년 1반 교실에도 존재하는 분위기를 존재하는 아이 서희, 그리고 그 옆에서 서희 편을 들면서 분위기를 맞춰주는 지윤과 수민이. 전학 온 다인이는 이 셋을 사자와 하이에나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교실이 정글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전학 오기 전 다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친구를 만들지도 않고 교실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다 가려고 마음을 먹은 모습이었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서 말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무덤덤하게 있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라도 한 듯 다인은 나연을 롤 모델로 삼기로 한다.

고요하던 나연의 일상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서희가 맞추지 못한 수도 문제를 홀로 맞춘 나연의 모습을 비웃으며 대놓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대는 서희 일행. 그렇게 나연은 그들의 과녁이 되고 만다. 체육시간 피구를 하면서 서희를 아무도 맞추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공은 나연을 노린다. 그러다 세게 얼굴을 맞게 된 나연은 체육관 한편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정작 공을 맞힌 서희와 수민은 하이파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서희와 수민, 지윤의 횡포를 말없이 지켜보는 아이들과 그런 모습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결국 나연에게 손을 내밀게 되는 다인. 결국 다인은 나연이 당하고 있는 일을 선생님께 쪽지로 남기지만 모든 아이들이 교실 내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험이 없다고 한다. 나서게 되면 그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올까 봐 겁이 난 아이들은 나서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서희, 수민, 지윤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그 사건은 결국 교실 속 정글을 뒤흔들게 만들었다.

괴롭힘에 앞장서 친구를 구해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결국 그 선택으로 오는 결과는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선택의 기로에서 곤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그곳이 옳은 일을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곳,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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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년 로컬은 재미있다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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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눈으로 본 비정하고 냉혹한 세상

홍정기 작가님의 신작인 《초소년》. 단숨에 읽어버리기 아쉬워 하루를 곁에 두고 있다 책을 펼쳤다. 그동안 보여주신 작품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흐름에 신선하기도 하면서 작가님이 보여주실 소년물에 대한 기대감도 들었다. 만화 명탐정 코난을 좋아했던 독자이기에 '명탐정 코난'에 심취하여 둘이서 결성한 소년탐정단의 모습에 반가웠다. 소년 탐정단의 창시자인 은기는 셜록에서 따온 '셜기', 충호는 왓슨을 합성한 '충슨'으로 소년탐정단을 활동하는 동안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장난기 가득한 초등 소년의 이미지 그대로라 미소 짓게 했다. 그리고 충호와 은기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동심을 품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같은 아파트였던 단짝인 충호와 은기는 아파트의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무단투기범을 붙잡는 것으로 소년 탐정단의 첫 번째 사건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시작된다. 충호와 은기 두 사람은 범인을 잡기 위해 쓰레기를 뒤적여 그 속에서 택배 송장을 찾아 찢어진 조각을 붙여 범인을 알아내고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께 건네며 사건을 해결하고 마무리된다. 첫 사건부터 기분 좋게 시작한 둘은 충호의 의뢰로 사라진 고양이 코난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근방에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다는 이야기로 코난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는 가운데 용의자를 선정하고 뒤를 밟기 시작한다. 은기는 집에 혼자 두고 올 수 없어 진숙과 함께 셋이 코난을 찾기 위해 나서는데 그들이 발견한 범인은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게다가 위기의 순간 알 수 없는 살의를 보이는 한 인물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살의는 살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숨어있던 본능이었을까.

그렇게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그 둘에게 남은 것은 트라우마였다. 초등학교 3학년의 아이들이 마주하기에는 잔혹했던 피의 현장. 잠이 들 수 없이 에민 해진 충호와 그런 충호를 걱정하시던 부모님은 층간 소음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거듭되는 층간 소음과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게 된 충호. 그리고 같은 학년인 우식을 걱정하게 되는 충호는 소년 탐정단에 함께 하기를 권하게 된다. 하지만 우식은 소년 탐정단에 활동해 보기도 전에 전학을 가야 했다. 의부증과 우울증을 앓던 엄마의 죽음으로 지방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는 아빠를 따라 이사를 가게 된 우식. 사건에 대한 미심쩍은 것을 풀기 위해 찾아온 우식에게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는 은기. 정황을 듣고 예리하게 추리해 나가는 은기의 모습은 감탄스러웠고, 우식의 부모님 사건 뒤 가려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던 은기는 영화에서처럼 타임캡슐을 묻자고 한다. 타임캡슐을 묻으러 나가던 중 이삿짐 차와 등장한 낯선 소녀 이래와 함께 가게 되고 셋은 타임캡슐을 묻고 온다. 시간이 흘러 20살에 꺼내기로 했던 타임캡슐은 결국 충호 혼자 열어보게 된다. 이레가 이사 가고 난 후에 열어보게 된 충호는 그 속에 이레가 묻은 물건을 보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이렇듯 《초소년》 속에서 소년탐정단 은기와 충호가 마주하는 사건들은 단순하거나 아름다운 것들이 아니었다.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사건들을 초등학생으로 마주하게 된다. 동물 학대, 가정폭력, 층간 소음, 학원 폭력 그리고 살인까지. 잔인한 세상 속에 떨어진 두 사람의 추억은 어떻게 기억될까? 시간이 흘러 잊히고 퇴색되겠지만 그 시절의 순수함만은 언제까지고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은기와 충호, 소년 탐정단이 해결해 나갈 사건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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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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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고 유령이 된 여성들의 반격,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우리의 삶 속에 숨어있는 괴담들. 그 괴담 속에 존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는 김이삭 소설집으로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성주단지> , <야자 중 XX 금지>, <낭인전, <풀각시>, <교우촌> 다섯 편은 때로는 오싹함과 때로는 공포감을 가져다주었다. 우리 생활 속에 미신 같은 금기들과 마주할 때면 당혹스러움 그 자체이듯, 다섯 편의 이야기들도 당혹스러움을 안겨준다. 그러면서도 공포감을 던져주며, 뒤늦게 알지 못했던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귀신은 사람을 죽일 수 없거든요.
전 귀신은 무섭지 않아요. 사람이 무섭죠. p.39 <성주단지>중에서

<성주단지>에서 언급했듯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나도 동의한다. 나에게 실제로 영향을 주는 존재는 역시 사람이기에, 공포를 안겨주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도 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우리 주위에서 들려오는 금기, 괴담들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겁을 주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 날짜까지 잡은 회계사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를 피해서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기 위해 지방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합격하여 집을 알아보던 중 단기계약은 쉽지 않던 차에 연구소장에게 소개받고 머물게 된 고택. 실수로 깨뜨린 항아리 말고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흐르던 시간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정도 지날 즘이었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하면 CCTV 알람이 왔지만 그 화면 속에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러고 난 며칠 후 그곳에 책을 가지러 온 고택 아들의 방문 말고는 어느 누구 하나 찾지 않던 나날들 속에서 위협해오는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의 그림자, 그림자만 보고도 기절해버릴 정도의 공포감을 느낀다. 깨어난 후 CCTV 영상을 통해 알게 된 진실은 단편의 제목인 <성주단지>로 그 존재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학교 괴담은 어느 학교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 그 학교 괴담이 등장한다. <야자 중 XX 금지>에서는 함께 야자를 하던 아영, 예원, 정원 세 사람이 '닫힌 문을 절대 함부로 열지 말 것.'이라는 학교 교칙을 깨뜨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방과 후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본관으로 가서 사물함 뒤에 보이는 벽을 발견하고 그곳에 보이는 문을 열게 되는 세 사람이 마주한 이야기는 과연 진실일까?

외모로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들썩이게 했던 옹녀지만 청상과부 팔자인지 혼인만 하려고 하면 급살을 맞는 통에 제대로 된 혼인생활은 하지도 못하고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낭인인 변강쇠에게 반해 살림을 차리게 된다. 변강쇠는 일반 사람이 아닌 늑대 인간과 다름없었고, 낭인의 약점은 옹녀만 알고 있었다. 강쇠를 노리는 장승과 그런 장승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는 낭인 강쇠, 둘은 어떤 결론을 맞을 것인지 궁금하게 했던 <낭인전>이었다.

다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미스터리함을 많이 담고 있던 <풀각시>는 이 책을 읽던 저녁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피는 섞이지 않은 시조카를 거두어 키운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길을 잃기도 하자 할머니의 친정이 있던 연산으로 함께 가게 된 서율. 서율은 연산에서 할머니와 지내며 할머니를 보호한다. 할머니는 풀각시를 만들고는 서율을 위해 쓸 거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지만, 서율은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할머니의 친정에 있는 별당에 머무르지만 그곳의 기가 이상함을 눈치챘던 서율, 그리고 나무 밑에 묻혀있던 부적이 붙은 상자. 그 속에 담긴 풀각시와 일기장으로 수수께끼는 조금 풀리지만 알 수 없는 일이 서율에게 일어난다. 서율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회 변두리에 살면서 오빠가 독을 팔러 나가는 길에 따라나섰던 아가다. 소녀는 낯선 이로부터 동굴에 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 두려움을 느끼던 중 들려오는 선명한 비명소리. 아가다가 알게 될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 진실을 그동안 아가다가 모를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이삭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지만,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곁에 알 지 못한 채로 숨어있는 그 공포. 공포와 마주한 순간의 우리가 안전하게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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