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벽 토마토문학팩토리
최세은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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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벽'을 부수고 진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 소녀

내가 도련님으로 불리던 시절, 그곳에서의 일은 다시금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좋았다. 나보다 두 살 많은 '히'가 도련님이라고 하면서도 나에게 질문조차 하지 않아 앵무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에게는 약혼자가 생겼다.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버지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런 관계. 하지만 약혼녀의 죽음은 조금 이상했다. 확인하려는 나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에게 반항을 할 관심조차 없었기에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냥 흘려보냈다. 그렇게 흘려보낸 나날들 속에서 저택을 휘감는 불길이 치솟은 그날 "나를 죽이러 오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히. 그렇게 열다섯 살 나의 세상은 무너졌다.

나의 세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살았던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었음을,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서 군림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나는 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와 같은 세상에서 사는 이들을 진짜 삶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나는 '히'를 찾아 헤맸다. 내가 왜 그토록 오랜 시간 '히'를 찾으려고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히'를 만나고 나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히'가 아닌 '재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그녀. 그녀에 의해 살아가던 세상에서 강제로 끄집어내진 것에 대한 분노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은 분노와는 달랐다. 그녀가 나의 앞에서 내가 위험에 처하려고 하자,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 이제 나는 어떤 누구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런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내가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 재희가 이제 나의 세상이다. 내 마음은 결국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다.

세상엔 벽이 있다. 우리는 그 벽을 넘어서 나왔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똑똑히 바라보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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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벽 토마토문학팩토리
최세은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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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벽'을 부수고 진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 소녀

어느 여름 로자 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도련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도련님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배운 후였다. 도련님에게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고, "네 도련님."이라는 말부터 해야 했다. 그런 나에게 도련님은 앵무새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흘러 도련님은 자신이 아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책을 들고나가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곤 했다. 종종 책에서도 찾을 수 없으면 알아보고 알려준다고 사뭇 심각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도련님이 부러운 순간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도련님의 모습이었다. 감히 도련님의 책을 읽어볼 수 없던 내가 서재에서 낡은 책의 먼지를 닦으며 책들을 잠시나마 읽을 수 있던 그 순간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서재로 온 주인님에게 인정사정 없이 맞게 된 그 이후 그곳에서의 행복은 사라졌다.

그리고 도련님의 약혼녀와 로자 아줌마 세 사람이 외출했던 날 도련님을 뺀 두 사람은 시체로 저택으로 돌아왔다. 의지하던 로자 아줌마의 죽음은 내게 충격이었다. 그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나는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그곳에서 떠났다.

도련님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도련님은 그와는 상관없이 나를 찾았다고 한다. 이제는 도련님이 아닌 션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를, 재희로 이름을 바꾼 나를 여전히 히라고 부른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저택에서의 생활은 고립 그 자체였다. 지금 내가 있는 이 마을도 마찬가지다. 내가 겼었던 일을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으로 가득 채운 집에 초대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된 셈이다. 션은 이 마을에 왜 온 것일까? 션은 이 마을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불안한 나의 마음을 션은 알지 못할 것이다.

션이 위기의 순간이 되자, 나는 저택에서의 시절로 돌아간 듯 그를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션은 그런 나를 말리려 한다. 그는 나에게 왜 이리도 친절할까? 그 시절의 기억을 불길 속에 묻어버리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션만은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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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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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제8탄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책을 소장하고 있어서인지 새로 출간된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의 표지가 낯설지 않았다. 그동안 보아왔던 표지의 느낌은 그대로 살린 채 새로운 소재들을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로 새롭게 탄생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림에 재주가 있는 도미지로가 이야기꾼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묵화를 그려 '기이한 이야기책'이라고 붙인 오동나무 상자에 봉해 넣는 일을 하고 있다. 세 가지 에피소드는 바로 도미지로에게 누군가가 찾아와 자신이 겪은 기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도미지로는 제3자가 되어 세 가지 에피소드에 모드 등장한다. 도미지로에게 찾아가 특이한 괴담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어떤 이야기꾼이 찾아올지 따라가보자.

도미지로에게 찾아온 이는 바로 모치타로.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누이를 위해 희생했던 괴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좋은 혼처자리로 시집을 가게 된 누이가 누군가에 의해 등에 신이 내린 저주를 받게 된다. 그것은 무언가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저주를 받은 이에게만 등에가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주받은 사람은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어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런 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모치타로는 누이의 저주를 자신이 가져와 삼키고 가족의 곁을 떠나 길을 헤매다 결국 신들의 도박장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육묘의 신에게 바쳤던 주사위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모치타로가 겪은 일을 도미자로에게 들려준다. 너무 괴이하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치타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어디선가 등에의 날갯짓이 들릴까 봐 오싹했다.

오토비가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예사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온 오토비가 겪은 이야기는 대를 이어 나룻배 사공인 집안의 오누이가 우연히 마주하게 된 질냄비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 에피소드인 '주사위와 등에'를 읽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옛날이야기인 우렁 각시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 만들어 놓은 분위기는 살가운 우렁각시와는 거리와 멀었다. 질냄비 속에 있는 각시, 그 각시에게 홀린듯한 오토비의 오라비. 과연 그 오라비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되었을지 궁금한 마음을 풀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신간의 제목이자 세 번째 에피소드이기도 한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에는 좀비가 등장한다. 그 시대의 말로 표현하자면, '인간이 아닌 자' 들이 등장하여 인간을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자'로 만들어버린다. '인간이 아닌 자' 들의 등장은 재앙과도 같아서 그 재앙을 막기 위해서 추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아닌 자'에게 물리면 나도 그와 같은 자가 되기 때문에 더욱 긴장감은 올라갔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만이 구사할 수 있는 좀비물 X 시대소설을 여과 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제8탄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를 읽고 나니 앞선 7편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가 10편이라고 하니 남은 2편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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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 초록잎 시리즈 14
신운선 지음, 유보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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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는 이별이라고 하지만 조금만 천천히,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어

이별에 익숙한 사람은 없겠죠? 아이가 누군가의 죽음을 겪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조차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려왔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온 아이의 친구, 아이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해왔다. 죽음을 느끼기에는 와닿지 않은 슬픔이라 더 무덤덤하게 전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별을 겪은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안녕이라고 말할 때는 반려묘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친한 친구의 전학으로 인한 헤어짐을 보여준다. 세 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반려묘의 죽음이 더욱 마음 아팠다. 게다가 고양이들이 특히 많이 걸린다는 신부전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반려묘 주리 또한 병원에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유주는 기르고 있는 고양이 몰리가 아파 언니와 동물 병원에 가서 신부전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다. 토하고 잘 먹지 못하는 몰리에게 간호사인 엄마가 수액을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인 몰리. 그런 몰리를 보면서 유주는 너무 신경이 쓰인다. 그 이야기를 친구인 재이에게 했더니 자신의 엄마도 오랜 시간 아파다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이야기에 더 마음이 아픈 유주는 방과 후에 재이와 노는 대신 몰리 곁을 지킨다.

엄마와 할머니는 수액으로 삶을 연명하는 것이 몰리에게 좋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유주와 유주의 언니는 포기해버리는 거냐며 화를 낸다. 몰리에게 자신들이 주사를 놓아줄 거라고까지 하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의 마음 또한 편하지 않다. 며칠 후 몰리는 잠이 든 채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유주와 언니는 몰리를 마당 한편에 묻어주기로 한다.

반려묘 몰리의 죽음을 보게 된 유주에게 친구인 재이의 전학은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당겨진 전학에 재이는 유주에게 편지를 남기고, 둘은 묻어둔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선다.

몰리의 빈자리를 느끼는 와중에 다른 고양이를 보고 데려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새로운 고양이가 몰리를 대신할 순 없겠지만 몰리처럼 아이들 곁에서 함께 살아갈 테니 말이다. 살아가면서 반복되는 헤어짐과 만남. 반려묘와의 이별을 조금이라도 천천히 맞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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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심장 YA! 17
종란 지음 / 이지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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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초월한 영험한 존재, 도깨비 그들의 심장을 차지하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옛날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도깨비. 본 적은 없지만 우리는 도깨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도깨비의 심장 속 등장하는 도깨비는 어린 시절 만화로 보던 것처럼 물건에서 태어나는 듯 보인다. 누군가는 가락지 속에서 태어났다.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에 담긴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태어난 도깨비. 그 간절함이 어떤 것일지 알 수 없기에 도깨비의 마음 또한 다르다.

도깨비 심장은 장편과 단편, 종이책과 웹 소설을 오가며 활동하는 종란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로 도깨비와 도깨비를 뒤쫓는 사냥꾼 '치욱'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간절한 염원이 모여 그 주체와 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도깨비, 인간 사이에 감쪽같이 숨은 도깨비를 찾아야 하는 도깨비 사냥꾼 그리고 이들의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또 다른 세력까지. 도깨비라는 소재로 작가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완성한다.

인간처럼 생긴 모습에 우리는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존재인 도깨비를 치욱은 단박에 알아본다. 자신의 사부에게서 도깨비의 심장을 빼앗아 정화하여야 한다는 말에 홀로 나그네의 길을 떠나온 치욱. 찾아낸 도깨비를 단순히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도깨비의 진짜 모습을 찾아 호리병 속에 심장만을 가져간다. 그렇게 모은 심장은 사부가 직접 좋은 날을 잡아 제사를 지내어 달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치욱이 하는 것은 도깨비를 죽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치욱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술의와 동행하면서 치욱은 그동안 정화라고 알 던 것이 도깨비를 죽이는 일이라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워진다. 과연 도깨비의 심장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주었다. 게다가 갑자기 등장한 술의는 어떤 존재일지도 궁금해졌다.

사람들의 염원으로 태어나게 된 도깨비. 그 염원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잔혹한 고통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깨비의 심장은 다양한 도깨비들의 사연이 등장하여 지루할 틈이 없게 해주었다. 치욱이 마주하게 될 도깨비 심장에 얽힌 진실은 무엇일까? 낯설지 않은 도깨비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반가움과 함께 색다름을 준 《도깨비의 심장》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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