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벽'을 부수고 진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 소녀 내가 도련님으로 불리던 시절, 그곳에서의 일은 다시금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좋았다. 나보다 두 살 많은 '히'가 도련님이라고 하면서도 나에게 질문조차 하지 않아 앵무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에게는 약혼자가 생겼다.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버지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런 관계. 하지만 약혼녀의 죽음은 조금 이상했다. 확인하려는 나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에게 반항을 할 관심조차 없었기에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냥 흘려보냈다. 그렇게 흘려보낸 나날들 속에서 저택을 휘감는 불길이 치솟은 그날 "나를 죽이러 오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히. 그렇게 열다섯 살 나의 세상은 무너졌다. 나의 세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살았던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었음을,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서 군림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나는 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와 같은 세상에서 사는 이들을 진짜 삶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나는 '히'를 찾아 헤맸다. 내가 왜 그토록 오랜 시간 '히'를 찾으려고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히'를 만나고 나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히'가 아닌 '재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그녀. 그녀에 의해 살아가던 세상에서 강제로 끄집어내진 것에 대한 분노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은 분노와는 달랐다. 그녀가 나의 앞에서 내가 위험에 처하려고 하자,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 이제 나는 어떤 누구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런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내가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 재희가 이제 나의 세상이다. 내 마음은 결국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다. 세상엔 벽이 있다. 우리는 그 벽을 넘어서 나왔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똑똑히 바라보리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