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벽 토마토문학팩토리
최세은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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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벽'을 부수고 진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 소녀

어느 여름 로자 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도련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도련님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배운 후였다. 도련님에게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고, "네 도련님."이라는 말부터 해야 했다. 그런 나에게 도련님은 앵무새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흘러 도련님은 자신이 아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책을 들고나가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곤 했다. 종종 책에서도 찾을 수 없으면 알아보고 알려준다고 사뭇 심각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도련님이 부러운 순간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도련님의 모습이었다. 감히 도련님의 책을 읽어볼 수 없던 내가 서재에서 낡은 책의 먼지를 닦으며 책들을 잠시나마 읽을 수 있던 그 순간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서재로 온 주인님에게 인정사정 없이 맞게 된 그 이후 그곳에서의 행복은 사라졌다.

그리고 도련님의 약혼녀와 로자 아줌마 세 사람이 외출했던 날 도련님을 뺀 두 사람은 시체로 저택으로 돌아왔다. 의지하던 로자 아줌마의 죽음은 내게 충격이었다. 그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나는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그곳에서 떠났다.

도련님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도련님은 그와는 상관없이 나를 찾았다고 한다. 이제는 도련님이 아닌 션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를, 재희로 이름을 바꾼 나를 여전히 히라고 부른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저택에서의 생활은 고립 그 자체였다. 지금 내가 있는 이 마을도 마찬가지다. 내가 겼었던 일을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으로 가득 채운 집에 초대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된 셈이다. 션은 이 마을에 왜 온 것일까? 션은 이 마을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불안한 나의 마음을 션은 알지 못할 것이다.

션이 위기의 순간이 되자, 나는 저택에서의 시절로 돌아간 듯 그를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션은 그런 나를 말리려 한다. 그는 나에게 왜 이리도 친절할까? 그 시절의 기억을 불길 속에 묻어버리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션만은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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