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 가져다준 선물 - 생사의 경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박균영 지음 / Soljai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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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경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어떤 시련도 마주하고 싶지 않고, 어떤 위기의 순간도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위기의 순간들, 시련을 견뎌내고 우리는 다시 일상 속으로 녹아든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를 걱정으로 살게 한다.

박균영 작가님 또한 평소와 같이 지내시던 일상에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은 하루하루를 흔들어놓았다. 올 1월 초, 자다가 땀이 나는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시작으로 수면장애, 심장발작, 정신과 약물복용, 자전거 충돌사고, 시력저하에 이어 이명 발생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그런 연속적인 사건 속에서 코로나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였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기 전 많은 말들과 소문이 있었다. 백신 접종을 하고 난 후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로 차일피일 미루다 백신을 접종하고 쓰러지고 다치고, 마치 그것이 백신의 부작용인 듯 느껴지는 순간들을 겪으셨다. 사실 나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미루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것을 맞으면 겪게 될 일들이 걱정스러워 미루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마트 출입도 제한한다는 말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맞고 며칠간 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 증상들로 나도 걱정스러웠다. 결국 우리의 걱정은 걱정을 낳고 스트레스를 안겨다 준다.

인생을 돛단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고통을 파도에 비유한다면, 이번에 집채만 한 파도를 맞아 난파될 위기를 몰렸으나 구사일생 살아났고 그 과정에서 맷집이 단단해졌다. 앞으로 더 커다란 파도를 만날지 모르나 그 파도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파도가 없는 고요한 바다에 이르러 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낙천적 생각을 하게 되었다. p.173

박균영 작가님께서도 건강 이상의 조짐을 느끼지 못하셨다면, 그동안 도움을 주던 존재에 대해서 고마움을 많이 느끼지 못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곁을 지키면서 내조를 해주시던 아내분,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아들들. 그리고 퇴직 후 정체되어 있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게 아닐까. 겪으신 일을 에세이로 내기 위해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대신 1인 출판사를 내신 작가님. 작가님의 앞날에 빛이 가득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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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마귀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서은경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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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발견된 몸통 없는 머리! 그리고 얼굴에 남은 다섯 줄의 할퀸 상처!

《봉제인형 살인사건》으로 만났던 다니엘 콜의 새로운 신작 《갈까마귀 살인사건》을 만났다. 이야기 속 연쇄살인범이기도 한 갈까마귀. 갈까마귀를 잡기 위해 나서는 경찰들과의 신경전은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오전 5시 27분 업로드된 사진 한 장. 프란체스카의 목 없는 시신 사진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 그 사진이 삭제되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보고 난 뒤였다. 세 번째 피해자인 프란체스카의 집으로 향한 스칼릿은 그녀가 죽은 사건 현장을 확인한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가 부럽기도 한 스칼릿. 그런 부러움은 갈까마귀를 잡기 위한 그녀의 의지를 더욱 높여주었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이 결국 그녀로 하여금 예기치 않은 공조를 하게 만든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남자 헨리와의 공조. 갈까마귀를 죽이지 않고 잡겠다는 스칼릿과 갈까마귀를 죽이겠다는 헨리. 서로 다른 목적을 가졌지만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공조는 시작된다.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그들은 갈까마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갈까마귀가 노리는 대상을 추리하게 된다. 갈까마귀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 갈까마귀의 움직임을 차단하고자 하는 스칼릿. 그녀는 자신이 공을 세우고 경찰로서 인정받기를 바랐다. 자신의 과거와 연관 지어 경찰인 자신을 폄하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앞만 보고 나간다.

그런 그녀의 행보가 걱정스러운 프랭크. 자신에게 하나하나 배운 스칼릿이 사건을 마주하는 자세부터 방법까지 가르쳐왔고, 그녀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현장에서보다 뒤에서 그녀를 도와주던 프랭크는 스칼릿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자료를 수집하다 누구보다 먼저 갈까마귀의 진실에 다가선다. 그 진실과 마주하고 스칼릿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프랭크.

머리만 남긴 채 몸통은 사라져버린 시체들, 그리고 얼굴에는 할퀸 것 같은 다섯 줄의 상처가 남겨져있어 갈까마귀라고 부르는 살인범. 스칼릿은 프랭크로부터 그 정체를 듣고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프랭크가 알려준 진실은 반전 그 자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을 스칼릿 역시 바로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반전을 선사해 준 《갈까마귀 살인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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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거미소년 - 청소년 성장소설 십대들의 힐링캠프, 자존감 십대들의 힐링캠프 72
정온하 지음 / 행복한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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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된 현호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부딪치는 편견과 그 극복 과정을 그린 이야기

갑자기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어떨까? 온 세상이 침묵으로 가득 차버리고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나는 현오처럼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런 현오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이가 말이 느려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검사를 권유받았다. 그때는 3살인 아이가 온전히 가만히 누워서 검사를 받을 수 없어서 수면 마취를 하고 해야만 했다. 마취를 깨지 못하고 계속 잠에 빠져드는 아이를 토닥이며 깨우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런 나의 마음은 현오 엄마의 마음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현오는 사고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현오는 자신의 노력으로 사람들의 입을 보면서 말하는 것을 읽었다. 그러면서도 현오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보청기를 끼고 있어도 희미하게 들리는 말소리. 현오는 아이들로부터 귀머거리라며 놀림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온갖 욕을 하는데도 묵묵히 그냥 넘겼다. 아이들의 놀림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그런 현오를 보다 못한 전학생 소희는 현오를 놀리는 아이들을 막아선다.

학교 벤치에서 발견한 거미를 보고 놀라는 현오와 그런 현오를 보며 거미의 이로운 점을 알려주면서 둘은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현오는 소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했지만 소희는 현오에게 말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현오가 함께 본 거미는 현오에게 어떤 신비한 일을 겪게 해줄까?

장애를 앓게 된 사람들에게 배려를 한다고 한 일들이 그 사람에게는 상처로 다가갈 수도 있음을 수상한 거미 소년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현오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엄마는 자연스럽게 텔레비전과 멀리했던 것뿐인데 그것조차 현오는 상처였다면서 이야기하는 내용에서는 찡하게 다가왔다. 남들과 다르게 느리게 걷는 아이를 기르다 보니 내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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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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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우리 곁에 찾아온 루시드폴 신작 에세이

음악인이자 감귤과 레몬 나무를 돌보는 농부라는 소개 글을 적어둔 루시드폴. 음악으로 전하던 마음을, 글로 전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늘 이 순간 루시드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익숙하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부지런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눈으로 좇아가 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간다. 아이의 첫 옹알이, 엄마하고 처음 불렀던 아이의 목소리, 사랑해라고 고백하던 짝꿍의 목소리, 아프다며 울던 아이의 목소리, 고양이들이 기분 좋다며 골골거리던 골골송, 아기 고양이들의 소리까지. 나를 설레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소리도 있지만 듣지 않아도 되는 소리들도 너무나도 많다. 그렇게 우리는 루시드폴의 에세이 제목처럼 모두가 들으면서 살아간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귀는 언제나 열려있다.

세상의 떨림을 전하는 방식은 음악이고, 우리도 음악의 일부라고 이야기하는 루시드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무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나뭇잎의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나무와 협업으로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었다. 동물과 식물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 음악을 틀어주면 좋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움직임으로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러면서 함께 협업하여 완성해 낸 음악이 자신이 만든 음악인지, 나무가 만든 음악인지를 고민스러워하는 모습도 의아하면서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모두가 듣는다》를 읽으면서 루시드폴이 음악을 대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드폴에게는 음악이 전부이고, 그 음악의 흐름 속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각자가 만들어 나가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세계는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멜로디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느낌마저도 전해진다. 그렇게 각자의 삶에 와닿은 음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든 흘러간다. 그렇게 흐르고 흐르면서 전해진다. 그의 에세이를 통해 듣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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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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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적 완성, 최고의 단편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추리 미스터리를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보기는 처음이었다. 7편의 수상작품 중에서 이미 읽어보았던 작품이 3편이라 반가웠고, 읽어보지 않은 4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작가님들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게 되었다.

<해녀의 아들>은 내게 독특한 작품으로 와닿았다. 제주에서 일어난 해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 제주 토박이들의 말투가 그대로 녹아있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읽어나갈수록 제주 방언의 재미에 빠졌다. 그리고 휴가로 본가에 와있던 좌승주가 어머니의 부탁으로 단독 수사를 벌이는 모습도 나름 재밌었다. 하지만 그런 재미의 이면에 담긴 역사의 진실은 마음 아프게 하기 충분했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온 역사의 단면을 가져와 추리 소설에 녹여내신 박소해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어릴 적 함께 살 형편이 되지 않아 할머니와 살았던 나는 부모에 대한 살가움이 생길 수 없었다. 할머니 댁에 살면서 보게 된 독초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으나 할머니의 기묘한 태도에 의문을 품었으나 할머니를 통해 누구나 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도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누군가를 죽일 때의 쾌감과 짜릿함을 느끼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어>라고 하는 뻔뻔함을 보인다.

폐허가 된 마을을 발견하게 된 이들. 그곳에서 발견하게 된 시체로 각자의 추리를 펼치지만, 결국 그들의 추리는 전제조건이 하나씩 바뀌어갈 때마다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다 만난 마을 외각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는 <40피트 건물 괴사건>이었다.

가족의 붕괴는 결국 경수에게도 충격이었던 것일까. 결국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경수의 아버지가 복용하던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의미조차 없는 경수, 그런 경수에게 꽃 차를 주던 자히르. 파란 눈을 가진, 경수네 집에 세 들어 살던 자히르는 엄마의 죽음 이후에 본색을 드러내자 경수 또한 분노를 참지 않는다. 그런 경수의 모습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당에 심어둔 노란 브루그만시아, <꽃은 알고 있다>.

<연모>라는 제목만을 보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이야기 속에는 연모(淵謀)가 소형이 민우를 가지려 했던 일들을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민우가 소형의 감시를 받아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순간 민우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팔각관의 비밀>이라는 제목에서 십각관의 살인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박순찬 회장 일가의 모임 장소인 팔각관의 전개도를 그려두어 밀실 살인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다 박순찬 회장이 독살을 당하게 되고, 자신의 명과 연결된 실이 전부 다 끊어지기 전에 진범을 찾아내겠다면서 명탐정 코난으로 빙의된듯 추리를 하는 박순찬 회장의 모습이 이어진다. 그리고 <팔각관의 비밀>을 읽으면서 '재벌 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할아버지께 자신이 그룹을 사겠다면서 자신의 포부를 밝히던 손자의 모습과 마지막에 자신을 죽인 범인의 다잉 메시지가 그룹 경영진의 코드명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파괴자의 밤》에 수록되어 있었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다시 읽어도 잔인함과 미스터리적 요소를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이를 없애고 싶은 욕망이 게임상에서 만난 캐릭터인 군주에게 인정받고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청소년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날지 모를 일이라 더욱 끔찍하게 다가왔던 단편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송시우 작가님의 작품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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