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적 완성, 최고의 단편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추리 미스터리를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보기는 처음이었다. 7편의 수상작품 중에서 이미 읽어보았던 작품이 3편이라 반가웠고, 읽어보지 않은 4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작가님들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게 되었다.
<해녀의 아들>은 내게 독특한 작품으로 와닿았다. 제주에서 일어난 해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 제주 토박이들의 말투가 그대로 녹아있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읽어나갈수록 제주 방언의 재미에 빠졌다. 그리고 휴가로 본가에 와있던 좌승주가 어머니의 부탁으로 단독 수사를 벌이는 모습도 나름 재밌었다. 하지만 그런 재미의 이면에 담긴 역사의 진실은 마음 아프게 하기 충분했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온 역사의 단면을 가져와 추리 소설에 녹여내신 박소해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어릴 적 함께 살 형편이 되지 않아 할머니와 살았던 나는 부모에 대한 살가움이 생길 수 없었다. 할머니 댁에 살면서 보게 된 독초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으나 할머니의 기묘한 태도에 의문을 품었으나 할머니를 통해 누구나 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도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누군가를 죽일 때의 쾌감과 짜릿함을 느끼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어>라고 하는 뻔뻔함을 보인다.
폐허가 된 마을을 발견하게 된 이들. 그곳에서 발견하게 된 시체로 각자의 추리를 펼치지만, 결국 그들의 추리는 전제조건이 하나씩 바뀌어갈 때마다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다 만난 마을 외각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는 <40피트 건물 괴사건>이었다.
가족의 붕괴는 결국 경수에게도 충격이었던 것일까. 결국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경수의 아버지가 복용하던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의미조차 없는 경수, 그런 경수에게 꽃 차를 주던 자히르. 파란 눈을 가진, 경수네 집에 세 들어 살던 자히르는 엄마의 죽음 이후에 본색을 드러내자 경수 또한 분노를 참지 않는다. 그런 경수의 모습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당에 심어둔 노란 브루그만시아, <꽃은 알고 있다>.
<연모>라는 제목만을 보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이야기 속에는 연모(淵謀)가 소형이 민우를 가지려 했던 일들을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민우가 소형의 감시를 받아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순간 민우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팔각관의 비밀>이라는 제목에서 십각관의 살인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박순찬 회장 일가의 모임 장소인 팔각관의 전개도를 그려두어 밀실 살인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다 박순찬 회장이 독살을 당하게 되고, 자신의 명과 연결된 실이 전부 다 끊어지기 전에 진범을 찾아내겠다면서 명탐정 코난으로 빙의된듯 추리를 하는 박순찬 회장의 모습이 이어진다. 그리고 <팔각관의 비밀>을 읽으면서 '재벌 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할아버지께 자신이 그룹을 사겠다면서 자신의 포부를 밝히던 손자의 모습과 마지막에 자신을 죽인 범인의 다잉 메시지가 그룹 경영진의 코드명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파괴자의 밤》에 수록되어 있었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다시 읽어도 잔인함과 미스터리적 요소를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이를 없애고 싶은 욕망이 게임상에서 만난 캐릭터인 군주에게 인정받고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청소년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날지 모를 일이라 더욱 끔찍하게 다가왔던 단편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송시우 작가님의 작품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