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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평점 :
천대받고 유령이 된 여성들의 반격,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우리의 삶 속에 숨어있는 괴담들. 그 괴담 속에 존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는 김이삭 소설집으로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성주단지> , <야자 중 XX 금지>, <낭인전, <풀각시>, <교우촌> 다섯 편은 때로는 오싹함과 때로는 공포감을 가져다주었다. 우리 생활 속에 미신 같은 금기들과 마주할 때면 당혹스러움 그 자체이듯, 다섯 편의 이야기들도 당혹스러움을 안겨준다. 그러면서도 공포감을 던져주며, 뒤늦게 알지 못했던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귀신은 사람을 죽일 수 없거든요.
전 귀신은 무섭지 않아요. 사람이 무섭죠. p.39 <성주단지>중에서
<성주단지>에서 언급했듯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나도 동의한다. 나에게 실제로 영향을 주는 존재는 역시 사람이기에, 공포를 안겨주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도 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우리 주위에서 들려오는 금기, 괴담들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겁을 주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 날짜까지 잡은 회계사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를 피해서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기 위해 지방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합격하여 집을 알아보던 중 단기계약은 쉽지 않던 차에 연구소장에게 소개받고 머물게 된 고택. 실수로 깨뜨린 항아리 말고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흐르던 시간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정도 지날 즘이었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하면 CCTV 알람이 왔지만 그 화면 속에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러고 난 며칠 후 그곳에 책을 가지러 온 고택 아들의 방문 말고는 어느 누구 하나 찾지 않던 나날들 속에서 위협해오는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의 그림자, 그림자만 보고도 기절해버릴 정도의 공포감을 느낀다. 깨어난 후 CCTV 영상을 통해 알게 된 진실은 단편의 제목인 <성주단지>로 그 존재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학교 괴담은 어느 학교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 그 학교 괴담이 등장한다. <야자 중 XX 금지>에서는 함께 야자를 하던 아영, 예원, 정원 세 사람이 '닫힌 문을 절대 함부로 열지 말 것.'이라는 학교 교칙을 깨뜨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방과 후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본관으로 가서 사물함 뒤에 보이는 벽을 발견하고 그곳에 보이는 문을 열게 되는 세 사람이 마주한 이야기는 과연 진실일까?
외모로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들썩이게 했던 옹녀지만 청상과부 팔자인지 혼인만 하려고 하면 급살을 맞는 통에 제대로 된 혼인생활은 하지도 못하고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낭인인 변강쇠에게 반해 살림을 차리게 된다. 변강쇠는 일반 사람이 아닌 늑대 인간과 다름없었고, 낭인의 약점은 옹녀만 알고 있었다. 강쇠를 노리는 장승과 그런 장승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는 낭인 강쇠, 둘은 어떤 결론을 맞을 것인지 궁금하게 했던 <낭인전>이었다.
다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미스터리함을 많이 담고 있던 <풀각시>는 이 책을 읽던 저녁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피는 섞이지 않은 시조카를 거두어 키운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길을 잃기도 하자 할머니의 친정이 있던 연산으로 함께 가게 된 서율. 서율은 연산에서 할머니와 지내며 할머니를 보호한다. 할머니는 풀각시를 만들고는 서율을 위해 쓸 거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지만, 서율은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할머니의 친정에 있는 별당에 머무르지만 그곳의 기가 이상함을 눈치챘던 서율, 그리고 나무 밑에 묻혀있던 부적이 붙은 상자. 그 속에 담긴 풀각시와 일기장으로 수수께끼는 조금 풀리지만 알 수 없는 일이 서율에게 일어난다. 서율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회 변두리에 살면서 오빠가 독을 팔러 나가는 길에 따라나섰던 아가다. 소녀는 낯선 이로부터 동굴에 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 두려움을 느끼던 중 들려오는 선명한 비명소리. 아가다가 알게 될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 진실을 그동안 아가다가 모를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이삭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지만,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곁에 알 지 못한 채로 숨어있는 그 공포. 공포와 마주한 순간의 우리가 안전하게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