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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별의 유령들
리버스 솔로몬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평점 :
유령은 냄새, 흔적, 상처다.
모든것이 유물이다. 모든 것이 실마리다.
네가 그 사연을 알려주길 바란다.
《떠도는 별의 유령들》은 제 1부 열역학, 제2부 금속공학, 제3부 계통발생학, 제4부 우주항공학.
목차만 보고 있자면 과학책의 한 부분을 보고 있는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좋았으나 소설은 마틸다호에 있는 애스터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지면서 과연 마틸다호는 '약속의 땅'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약속의 땅'이 어딜지 궁금했다.
'약속의 땅'을 찾기 위해 325년째 우주를 헤메고 있는 마틸다호. 우주를 헤매고 있는 시간 만큼 배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통행증이 없으면 자유롭게 이동조차 할 수 없고 통금시간과 기상시간에 경비원들이 나타나 인원을 체크하고, 불시에 방으로 들이닥쳐 말을 듣지 않는 경우에는 폭력도 서슴치 않는 곳이 바로 마틸다호다.
그런 마틸다호의 의무관의 조수로 알려진 애스터. 애스터는 식물관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무언가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의무관인 시오 덕분에 통행증을 가지고 다니며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치료를 해주는 애스터. 그런 애스터의 친한 친구인 지젤. 식물관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기록하기도 하고 엄마의 기록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애스터. 지젤도 어느새 애스터 엄마의 기록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지젤은 그 기록들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애스터에게 알려주었다.
역사, 기억, 개작에 있어서 사람들은 종종 명백한 해답에 안주했다. 애스터는 어머니 일지에 대해서도 자기가 그러지 않았나 싶었다. 뻔히 보이는 실마리를 조사하는 대신, 어머니가 미쳤다고 치부한 것은 아닌지. 혹은 어머니에 대한 애스터의 생각이 옳았고, 지젤이 헛다리를 짚은 걸지도 몰랐다. 지젤은 아무것도 없는데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덫에 빠진 것이다. 실제로 그림이 있든 없든 아무렇게나 찍어놓은 점을 이으면 그림이 되기도 하듯이. p.71
어쩌면 애스터는 자신이 찾지 못한 사실을 지젤이 찾은 것에 대해서 질투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질투로 지젤이 헛다리를 짚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단순히 문자로만 치부했던 엄마의기록을 지젤은 그 기록 속에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였고, 마틸다호에 대한 숨은 비밀이기도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애스터.
역사는 기록되기를 원했다. 증거는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것을 싫어하여 있는 힘껏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실은 무질서했다. 엔트로피 우주의 자연법칙은 혼돈을 향해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p.85
의무관인 시오는 애스터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의료 시술에 대해서 알려주고 필요한 일이 생겼을때 통행증을 써주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애스터의 보호자인양 나타나 보호해주는 흑기사 같은 면을 가진 시오. 하지만 현군주가 죽고 새로운 군주로 군림하는 서리 앞에서는 시오도 애스터를 보호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스터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괴롭히는 강도가 세어지는 서리의 모습은 폭군과도 같았다.
마틸다호에서의 삶. 3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굳어져버린 구역의 계급화, 경비원들의 너무나도 당연한듯 가해지는 폭력 속에서도 그런 시간을 지내온 세대의 이야기. 내가 애스터였다면 마틸다호에서 살지 못했을꺼 같다. 누군가를 치료하는 일도, 경비원의 폭행속에서도 희망을 품지도 못했을것이다. 애스터에게 지젤같은 친구가 있었고, 시오와 같은 수호자가 있었기에 지젤은 '약속의 땅'으로 가고자 암호를 눌렀다. 플리팅호의 암호가 " '아드 테람'. 지구로" 라니. 그토록 찾아헤멘 '약속의 땅'이 지구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라움을 주었다. '약속의 땅' 지구에서는 애스터가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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