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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만나게 된 《작은 땅의 야수들》은 《파친코》의 저자님처럼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자란 김주혜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파친코》가 역사에 외면당했던 재일조선인 가족의 대서사극이라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일제의 지배를 받던 시절 태어난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라고 생각되어진다. 1917년부터 1964년까지 근현대사를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한 여인의 삶을 녹여내고 있다. 그 여인은 우리에게는 친숙한 이름인 옥희다.
이야기는 사냥꾼의 이야기와 산속에서 사냥을 하려던 일본군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그 사냥꾼의 도움으로 살아서 산 밑으로 내려갈 수 있었던 일화로 시작된다. 우리나라 지도의 모양을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의 민족 정신을 드러내고자 호랑이의 등장에 용맹스럽고, 은혜를 갚을 줄아는 우리의 옛이야기 속 호랑이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었다.
옥희는 숙식 세탁부 일을 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들른 곳에서 하인은 이미 충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기생 견습생으로는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옥희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기생으로 팔러 온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옥희는 견습생으로 머무르겠다고 하고 옥희의 어머니는 은실로부터 50원을 받아들고 나간 후에 다시 어머니를 볼 수 없었다.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생이 해야 하는 일보다 가족을 위한 희생을 택한 옥희의 모습에서 그 시대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 희생이라는 사실이 마음이 쓰였다. 옥희는 은실을 따라 기생이 갖추어야할 것을 배워야했다. 그 곳에서 만난 자신과 동갑인 연화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였고, 은실의 둘째 딸이기도 했다.
은실에게는 월향과 연화 두 딸이 있었다. 월향은 자신이 평생을 사랑하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겨 낳은 딸이었고, 연화는 사고로 생긴 아이와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은실은 월향을 더 귀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그래서일까, 운명의 장난일까. 귀이여기는 월향이 자신의 운명을 받은 듯, 하야시라는 일본경찰의 겁박을 받게 되고 결국 아이가 생기게 되면서 월향에게서 보이던 생기는 사라져버린다. 그런 월향의 모습에 은실은 자신의 사촌인 단이에게 연락을 해서 월향이를 서울로 데리고 가기로 했다. 연화도 같이 가기로 했으나 옥희를 데리고 가야된다고 떼를 쓰는 통에 결국 셋을 데리고 서울로 돌아가게 되는 단이였다. 서울로 간 월향은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듯 보였고, 연화와 옥희도 서울 생활에 적응을 해가고 있었다. 화장을 하고 올림머리를 하고 가두행렬을 하게 된 그날의 옥희와 연화는 바구니에 들고 있던 꽃을 던지면서 걸었다. 연화가 던지던 꽃을 옥희에게도 던져보라고 해서 옥희도 던지게 되었다.
정호가 그 여자아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그가 바구니에서 코스모스 한 송이를 집어들더니 환하게 웃으며 정호의 얼굴을 향해 그 꽃을 던졌다. 얼굴 위에 부드러운 쫓잎이 떨어지는 순간, 정호는 저 아이가 자신에게 일부러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에 공포와,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환의에 빠졌다. p.150
정호는 그 일이 있은 후 옥희 주위를 맴돌았고, 단이가 가까이 하지말라는 말에 자신의 처지가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호는 오직 옥희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옥희를 보게 되었을때 반가움이 가득했다. 정호는 여전히 옥희를 좋아했고, 옥희의 마음은 알길이 없으나 자신을 친근하게 대하는 것을 보는 정호는 희망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기생의 기적에서 이름을 빼고 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연화와 옥희는 공연을 마치고 인력거를 타고 간다. 둘은 인력거를 끄는 열아홉살의 한철을 알게 되고, 어느새 한철은 옥희에게 빠져있었다. 한철은 용기를 내어 쪽지를 건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극장 밖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부터요. 왜냐고요? 그냥, 당신은 당신으로 거기 서 있엇고, 나도 거기 함께 서 있었으니까.... 그렇게 단순하고 그렇게 복잡한 거예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거고요." p.351
옥희에게는 한철을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옥희의 인생에 있어 세남자가 있다면, 옥희를 가지려고 하는 남자인 이토, 옥희를 사랑하는 남자 정호, 그리고 옥희가 사랑한 남자 한철. 옥희의 행복은 누구와 함께 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단지 옥희의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모아서 비단 상인에게 건네던 연실, 삼일운동을 돕기 위한 자금을 준비하던 단이, 선언문과 태극기 복사본을 찍어 냈던 성수, 삼일운동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사람들을 모은 명보.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으로 우리가 아는 역사 속의 삼일운동이 일어났고, 2차세계대전을 치르기 위해 전쟁 준비를 하는 일본으로 인해 쇠붙이들을 다 뺏기며 힘들게 살았던 시절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의 역사와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여 만들어낸 우리의 역사 이야기인 작은 땅의 야수들이 전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받고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작게나마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