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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의 신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평점 :
《단죄의 신들》 표지에서도 느껴지는 종교와 관련 있어보이는 신비로움, 박해로 작가님은 무속신앙과 심령현상을 결합한 독자적인 k-오컬트 호러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작가님만의 특색이 가득한 책이었다. 단죄의 신들은 1857년 검은 동굴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2022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낯선 사람과 만난 하주생이 그의 사촌인 서진(반야심작가)을 찾기 위한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너의 죄를 고하라. 대오하고 각성한 후 무화를 받아들여라."
하주생은 출판사 관계자들로부터 자신의 사촌인 서진이 단죄의 신들의 저자인 '반야심'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서진과 연락이 되지 않으니 찾아달라고 이야기 한다. 20년 가까이 연락을 끊고 지내던 사이에 굳이 찾으러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 하주생은 금전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글이라고는 결재서류만 접해오던 주생은 공포소설같은 이야기가 일상에 끼어드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무턱대고 웃을수도 없었다. 돈이 얽혀 있으니까. 그 어떤 하찮은 것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돈이다. 잃어버린 가정도, 파괴되어 버린 가정도, 파괴된 과거도, 불안한 미래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바로 그것이다. p.17
주생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쫓고 있고. 만나고자 원하는 우리의 신은 어쩌면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현재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김만식으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편의를 봐주고 있는 주생은 김만식이 점점 더 무리한 것을 요구해오기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들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있다. 김만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또한 돈이었다. 그렇기에 주생은 20년전 서진의 연락을 받고 데리러가다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부모로 인하여 더 이상 연락을 하거나 찾을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던 서진을 단죄의 신들의 저자인 반여심으로부터 돈을 달라고 할 마음으로 찾아나선 것이다.
놀랍게도 서진의 거처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과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고, 서진의 집에 들어갔을 때는 너무나 이상한 풍경이었다. 집에는 너무나도 많은 거울이 놓여있고, 냉장고속 돼지머리에, 청룡검, 방울 그리고 부적까지. 마치 무속인의 집을 연상케하는 물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성밀법강령'이라는 책도 있었다. 주생은 혹시 몰라 그 책의 표지와 벽에 걸린 사진 중 눈에 띄는 '생의 전당'이라는 목간판 앞에 서 있는 다섯 명의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그 사진을 갖고 주생은 서진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무엇과 관계된 사람일까? 주생과 만난 사람들이 하나둘 씩 죽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만 주생은 어떤 조사도 받지 않는다.
그의 인생에 서진이 다시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어둡고 기이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건 휘황찬란한 현대 문명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믿지 못할 것의 공포였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것은 형체를 갖추어 주변을 활보하고 있다. p.107
점점 주생을 조여오는 공포감, 그리고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와 그리고 자신의 가문에 대한 이야기. 주생은 많은 죽음을 본 뒤에 서진을 만날 수 있을까? 《단죄의 신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우리가 믿는 신이 단순히 우리에게 행복만을 주는 존재하는것이 아님을 경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맹목적으로 믿는 그 신이라는 존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