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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평점 :
삶의 팔 할은 '잉여'지만, 어쩌면 무엇이든 '가능'한 어느 작가 지망생의 농촌 생활 일기 《오늘도 짓는 생활》
아직은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낯설다는 남설희 작가님. 갑작스러운 등단으로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낯설어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 수필이 되고 어느새 에세이가 되어 이렇게 책 한권으로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이 가득했고,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과 함께 결혼하기 전에 살던 때가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그렇게 남설희 작가님은 내게 작가님으로 다가왔다.
《오늘도 짓는 생활》이라는 제목과 마주했을때 짓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짓다'는 말은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짓다'의 뜻을 살펴보면,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 시, 소설, 편지, 노래 가사 따위와 같은 글을 쓰다. 논밭을 다루어 농사를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남설희 작가님의 농사를 짓고 글을 쓰신 일상을 모두 담을 수 있어서 제목으로 택하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작가님의 짓는 생활을 들여다보았다.
홀로 엄마, 아빠와 살면서 농사를 도우면 살고 있다는 작가님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을 담고 있는 오늘도 짓는 생활은 농사라는 소재가 친숙했다. 계절마다 할 일이 정해진 농사일은 해야 할 때를 놓치면 바빠지고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농사를 짓는 삶을 들여다보면서 공감도 되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엄마가 차려주시는 아침을 먹고 낮잠에 빠졌다가 엄마의 일을 돕기 위해 어슬렁어슬렁 나갔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던 나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완벽한 상태가 필요했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마음, 완벽한 문장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완벽한 건지 잘 모른다. 형체가 없는 완벽을 기다리며 나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게임으로 괴로운 마음을 잊었다. 작은 승리가 진짜 나의 성취인양 착각하면서. p.38<봄>
완벽한 상태에서 글을 쓰고 싶었던 작가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적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록을 꾸준히 남기고 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책을 읽으면서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쓸 시간을 확보해야 했고, 확보된 시간에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담아야했다. 하지만 적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기록하는 일 대신 읽기만 해왔었다. 글을 적는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기에, 올해는 잘 기록해보자며 부지런 떨어보지만 기록한 내용들이 마음에 들때도 있고 부족한 듯 느낄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작가의 인생철학이나 생각이 묻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 나는 에세이를 읽곤 한다. 오늘도 짓는 생활에서도 작가님의 삶에서 배울점을 나는 만났다. 자신의 단조로워보이는 일상을 일기로 남기면서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삶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