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사실 나는 이 책은 읽고싶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안되는거였다.
..... 읽으면 분명 눈물이 쏟아질게 뻔했으니까.
'노아한테 뭐라고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지난 3월, 나의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는 긴 여행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막내 딸인 나를 참 예뻐하셨고, 그런 예쁜 막내 딸이 낳은 손자를 또 참 많이 아끼셨다.
그래서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그의 사랑하는 손자의 이야기를 담은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이 책은 나에게 그저 소설책 한
권이 아니였던거다.
이야기속에는 기억을 점차 잃고 있는 할아버지와 먼저 떠나버린 그의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노아, 노아 아빠인 테드가 등장한다.
할아버지에게 남은 건 수학과 손자 노아 뿐이였다. 노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이름을 두 번, '노아노아' 하고 부르신다. 이 내용은 책의
거의 첫 부분인데 이때부터 나는 울었던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나를 부를때 꼭 '우리 막둥이'라며 애정담아 부를때와 같은 느낌이라 ..
"우리, 작별하는 법을 배우러 여기 온 거예요, 할아버지?"
마침내 아이가 묻는다.
노인은 턱을 긁으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래, 노아노아. 아무래도 그런 것같다."
"작별은 힘든 것같아요."
아이가 실토한다.
'죽음' 에 대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하지만 요즘은 죽음 그 자체보단 내가 늙었을때 아프거나 돈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 더 두려운
것 같다. 특히 치매는 나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라 가장 무섭게 느껴진다.
책 속 할아버지는 자신의 현재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별의 순간 곧 올것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때문에 손자인 노아에게
삶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생 지켜주고 싶은 사랑하는 노아 곁에 내가 없으니 미리 해주고 싶은 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떠나는 자는 끝까지 남는 자를 아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상대를 얼마나 사랑해야 나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며 떠날수
있을까. 그 마음을 다 이해하려면 나는 더 살아봐야 하나보다.
어쩌면 이 책이 나에게로 온 것은 운명인것같다.
오래오래 눈물나고 보고싶어질 우리 아버지, 그리고 아이에게는 단 하나뿐이였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책을 읽으며 너무 생생하게 다가왔다.
죽음이 미리 준비한다고 마음의 위안이 되는것도 아니고 덜 아픈것도 아니지만, 다음에 이 책을 읽을때는 내가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 눈물
펑펑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볼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