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란접
김정규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기묘한' 이라는 단어는 처음 일본드라마 제목으로 알게되었다. 평상시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도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는데, 보통의 생각과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하고 묘한 내용이 담긴 내용들을 담겨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때 제목이 예사로와 보이지않았다.

기기묘묘 란접, 머릿말에서 살펴보니 제목에서 란접의 접은 호접지몽에 나오는 나비로 본 책의 이야기들이 여러 장르를 넘어 기묘한 내용을 담은 이야기를 묶어 담았다고 한다.

담긴 이야기는 모두 열 두편으로 한 장으로 짧게 담긴 이야기도 있고 여러장에 걸쳐 길게 담긴 내용도 있다.

 

이 책은 책 사이즈도 작고 단편들이라 평상시 책읽는 속도라면 단순에 읽을수 있지만, 일본드라마를 본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줄거리로 따지자면 아무렇지도 않은 내용인데, 돌아서서 곱씹어보면 소름돋는 스토리가 많았기에 책도 천천히 상황을 하나씩 그려가며 즐기듯 읽어보았다.

 

첫번째 '김치'라는 작품에서는 먹는 김치가 아니라 사진을 찍을때 내는 스마일~같은 뜻의 김치였다.

공원 어귀에 낡은 벤치에 앉아 '띠딩'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머릿속에는 이상한 숫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숫자들은 점차 줄어들며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자문하고 있는 사이 백박의 노인이 이렇게 말한다.

"뭐야 로봇이잖아"

알고보니 줄어들었던 숫자의 의미는 로봇 배터리의 잔량이였다. 책에서는 이것을 '삶이 줄었다'라고 표현한다.

기계화로 발전된 로봇이 일을 대처하는 미래사회에는 어떤 모습이 그려질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였다.

그런데 두번째 '약속' 이라는 작품을 읽을때 머릿말에서 소개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앞선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소아암에 걸린 아이와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 이였다. 마구 밀려드는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아빠?" "그래, 아빠야." 하는 구절에서는 왠지 조금 울컥했다.

그런데 '바다'라는 작품에서 또 한번 아이의 죽음을 떠올리는 내용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죽는 내용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우울해졌다.

여러 작품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작품은 '늦은 꿈을 찾은 아이' 편이였다.

홀랜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동업해 작은 잡지사를 만들겠다고 나서자 아버지 마틴은 '지금 네 나이가 몇인데 안정된 생활에 힘써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일을 하냐'며 핀잔을 준다. 그길로 홀랜드는 짐을 싸 들고 나가버리고 둘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나 역시 20대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터라 마틴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물론 나는 홀랜드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던 터라 석양을 바라보며 '바람 같은 자유'를 느끼는 홀랜드의 모습이 참 부러워졌다. 아마 20대 당시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면 질투심에 욱했을지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아버지는 아직도 '안정적'인 생활을 권하는 아버지에게 홀랜드는 묻는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아버지도 그랬잖아요?

그러자 마틴은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고 하고싶었지만 못했다고 말한다.

헌데 여기서 히트는 결국 마틴도 홀랜드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택한 결말이였다. 

누구나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민한다. 이 작품은 그 마음을 잘 담아냈던것같아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만날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상상하던 일을 이런 식으로 글로 적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미리 줄거리나 장르를 추측하지말고 가볍게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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