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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독립만세 - 걸음마다 꽃이다
김명자 지음 / 소동 / 2018년 11월
평점 :
이런 글이 좋다. 참 좋다. 첫 책의 서투름보다는 새로움이 눈에 띈다.
저자의 삶이 오롯 통째로 담겨져서 선물처럼 다가왔다.
저자의 기억은 가물거리고 머리에는 점차 눈이 내리는데,
이렇듯 자신의 삶을 글로 소복 소복 쌓았다.
특히 어릴 적 경험한 가난과 전쟁.
누가봐도 불행했을 것 같은 시절 맘 속에 품었던 감수성들.
피하고 싶어 부모님의 반대 뒤로하고 선택한 결혼, 아픔, 그리고 이별.
서른여덟에 인생의 전환점이 된 병을 만나 쓰러졌지만
결국 굴복하지 않고 보란듯이 일어나
일흔 중반을 멋지게,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로 시작하지 않고 '용기를 내봤습니다'라는 수줍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저자가 글을 쓰고, 다듬고, 결국 엮어내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감추어왔던 부분들, 숨겨왔던 부분들까지 드러내기 위해 많이 망설였으리라.
하지만 삶이 그러하듯 어찌 밝은 면만 있겠는가.
한 사람의 인생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이 책은 크게 4 Part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나의 두 번째 삶
이른 저녁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1부에 담겨진 이야기에 빠져 새벽까지 달리고 말았다.
혼인, 암선고, 퇴원, 법원, 암 완치, 봄날 속의 진눈깨비, 죽음.
이 묵직한 단어들이 뒤섞여 있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이야기는 굴러간다.
특히 영화처럼 시간의 흐름따라 글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플래시백 효과처럼 시간 전개가 자유롭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이렇게 짧은 단락으로 시간을 넘나들어 쓴 책이 있었던가 생각될 정도로.
특히나 아마추어 작가의 글이기에 더욱 감탄하며 읽었다.
미루어 짐작컨데 전문 편집자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2부, 맹자씨 맹자씨
전문적으로 글을 배웠다든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든가 하는 상황이 아닌데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실까?
감탄하면서 읽다보니 그녀의 글은 어릴적 추억과 경험에서 결국 기인하고 있었다.
자연, 추억, 할아버지, 신문, 고향, 여행, 명절...
수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뿌리가 있는 법.
글 쓰는 법은 문화센터에서 배웠을지 모르겠지만, 그녀 맘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이미 어릴적 그녀 품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3부, 할머니 독립만세
'창문 넘어 도망 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이 몇 년 전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 책은 그녀의 마음 속에 독립에 대한 열망을 키워 주었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의 독립만세를 부르게 된다.
혼자사는 삶을 용감하게 선택하고 살아가는 저자의 주변에는
행복이 존재한다. 친구들이 있고, 자녀들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커피가 있다.
배움 속에서 즐김을 경험하고 있다는 그녀.
스스로에게 장미꽃을 선물할 줄 아는 그녀는 정말 용감한 소녀다.
4부, 그대를 사랑합니다
현재 시점.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소소한 추억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일뜰과 궁상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자.
그러하기에 주변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엄마에게, 딸들에게, 보고 싶은 당신에게,
그리고 명자에게(스스로에게)...
별첨부록처럼 제공된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윤슬처럼 반짝거린다.
책에 저자의 이메일이 없어서 안타깝다. 만약 있었더라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을터인데...
가능하다면 차 한잔 나누고 싶다고, 용기내어 메일 보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루 하루 나이들어감에 대해 지쳐 가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안부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 너머로 비추니
바람마저도 싱그러워
마음이 애잔하고 보고 싶어져
안부가 묻고 싶고
안부가 기다려지네
잘있냐,
잘있다.
눈꽃이 날리던 게 엊그제였는데
벌써 모란마저 지고 말았네
나를 아는 이여
모두모두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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