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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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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만나다

 

내가 시인 백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큰애였나 작은 애였나의 교과서에 실린 [수라] 라는 시였다. 방에 나온 거미를 방 밖으로 버렸는데 날이 너무 차서 그게 마음이 아팠는데 이게 웬걸 거미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거미들을 방밖으로 내몰면서 마음 아파한다.

왠지 확 공감이 왔다. 제목이 수라 [불교에서 싸우기를 좋아하는 신]다. 거미가 격을 찬밤을 걱정한것일까? 그것을 보고 마음이 편하지 못한 시인의 마음이 수라같다는 것이었을까?

언듯 본 시였지만 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수라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날인 것을 나는 아모 생각없시 문밖으로

쓸어벌인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곧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벌이며

찬밖이라도 새끼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설어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

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서진 곧으로 와서 아물걸인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손에 올으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벌이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곻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벌이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맞나기나 했으면 좋으렸만 하고 슳버한다

 

이번에 백석평전(안도현 지음/다산책방)을 읽게 되었다. 시라고는 달랑 한편밖에 모르면서 평전을 읽자 하니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았다. 시인 안도현은 스무살 무렵, 백석의 시 [모닥불]을 읽고 백석의 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평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백석인 듯 백석을 보고 있 듯 써나간 글은 백석의 시를 적절히 인용하며 백석의 시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백석의 시를 제대로 읽어 보지 않은 나에게는 다소 정신없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래서 나는 온전히 시를 정리한 “시인 백석(송준 지음/흰당나귀)”를 같이 읽었다.

 

나쁜 남자

 

난 아줌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순응하며 한 남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역시 그럴꺼라고 기대하고 사는 평범한 아줌마다. 그래서 나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사랑을 찾아다니는 남정네들을 이해 하기는 싫다.

예전에 [달과 6펜스]를 읽고 주인공이 처와 자식을 버리고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을 때 언듯 자신의 꿈을 쫏는 삶을 선택한 주인공에게 갈채를 보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주인공의 모델이 되었던 고갱의 삶을 알게 되자 나는 극심한 혐오를 그에게 느꼈다.

그리고 미처 시인 백석의 시를 제대로 알기 전에 읽게 된 [백석평전]에서 백석은 나에게 나쁜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와 버렸다. 아줌마인 내 눈에는 그의 일생에서 지워져버린 두 명의 정실이 너무 크게 보였다.

“... ‘낙원’을 찾아주지 못할 망정 아예 ‘낙원’으로 가는 문을 걸어 잠근 채 두 번이나 애인을 찾아간 이가 백석이었다. ‘모던보이’의 윤리성의 파행을 근대성의 파행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찜찜한 감이 없지 않다. (p. 207 )" 라고 안도현씨도 말하듯이 그의 행동은 너무 무책임 했다. 그리고 이름 조차 알 수 없던 그 두명의 부인이 너무 불쌍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다던 ‘란’ 과 결혼이 성사되었다면 그의 행동은 달랐을까?

 

1941년 발표한 그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 이런 대목이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뿐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생략

 

대부분 그 시 속의 ‘내 사랑하는 어여뿐 사람’으로 통영의 란(박경련)을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애인 자야와 헤어진 것이 1939년 이었으니 불행이도 ‘자야’조차 그의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게다. 자야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비천한 여자로서 분에 넘치는 행복”을 느꼈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1941년 백석은 평양에서 문경옥과 결혼을 한다. 그의 결혼 생활은 1년 남짓이었다는데 송옥은 [백석시전집(송옥지음/흰당나귀)]에서 문경옥과 결혼 전에 여러 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애를 했다고 말하고 있는데(백석시전집 p. 636) 그럼 백석은 자야와 동거를 하면서 부모가 정했던 결혼도 했었고 그 와중에 문경옥과 연애편지도 주고 받았다는 애기가 된다. 그리고 첫사랑의 그녀에 대한 시를 쓰고...이정도면 마냥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자림의 [부르지 못한 이름의 당신에게](학원사, 1986)에는 문경옥과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말 마, 얼마나 신경질인데. 가랑잎에 불이야. 시인은 다 그렇대나. 우리 언니가 가엾어. 저런 병적인 남자하고 어떻게 사누, 나 같으면 하루도 못살아. 빽빽 파랗게 소리만 지르구, 에그 에그......” 그 후 부터응 “시인=병적인 신경질‘로 단정해 버렸다.(p 263)

 

문경옥과 이혼 후 3년뒤 리윤희와 결혼해 살게 된다. (달라진 상황 때문이었는지) 그녀와는 아들 딸 낳고 해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어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가?

 

1912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백석은 일제와 6.25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시대 지식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요구에 행동이 강요되는 시기에 살았다. 1940년대 중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이후로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광복이 되자마자 우리나라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38선이 그어졌고 남과 북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보는 관점도 서로 달라졌다.

1946년 함경남도 원산의 원산문학동맹에서 광복기념시집 [응향] 출간했다. 북조선문학예술총동먕 중앙위원회는 이 시들이 현실의 본질로부터 멀리 떨어진 토안, 애상 따위의 표현을 일삼고 있으며 퇴폐적이며 반인민적인 경행으로 흘러버린 반동의 작품이라고 비판하고 그 이후 시집에 대한 판매금지, 검열원 파견, 사상겸토등 후속조치가 잇달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구상은 월남했고 이에 반해 서울의 순수문학론이 말만 그럴듯 하지 오히려 순수하지 않다고 판단한 허준과 이태준등은 월북하게 된다. 강대국의 이익에 따라 국토가 38선으로 갈라지는 것도 모자라 이후부터 남쪽과 북쪽의 문인들은 서로 반목하게 되었고 문학의 분단도 점점 굳어지게 되었다 (p306)

한국전쟁 기간중에도 남과 북에 머물던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월북과 월남의 교차로에서 갈등을 빚고 행동에 옮겼다. 하지만 백석은 북한에서 오로지 번역작업에 매달렸다 전쟁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는 3년 동안 백석은 1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을 번역했다. (p317)

북한에서 백석은 1956년 동화시를 발표하고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동화의 특질을 과장과 환상이라는 두 요소로 명쾌하게 제시했다. ‘아동의 교양’이라는 목적의식적 글쓰기에만 사로잡혀 있던 북한의 아동문학계에 제시한 이 주장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p330)

북한에서 백석은 스스로를 주류로부터 격리하거나 분림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지키려고 했다. 백석은 정치적인것과 예술적인 것의 경계에 서 있고자 하였다. (p330)

그의 그러한 경향은 비난을 받았고 1959년 현지파견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원래 남편은 글밖에 모른는 사람이었지요, 삼수군으로 내려와 농장원으로 일했지만 농사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어요. 남편은 도리깨질을 못해서 처녀애들에게 배웠을 정도였으며, 너무 창피해서 달밤에 혼자 김매기를 연습하기도 했지요.”

라윤희의 증언 (p371)처럼 그의 삼수군 생활은 처음부터 그리 녹녹한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농군으로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하나의 개인을 평가하기에 그가 살았던 시대의 바람은 너무도 거셌다. 마치 방밖으로 내보내진 거미처럼 너무 춥고 차가왔다.

우리는 시인 백석의 삶을 평가할 수 없다. 안도현의 말처럼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알지 말 껄 그랬다.

 

나는 책을 읽을때 그 시대배경이나 저자에 대해 연구를 하길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백석의 시를 읽었어야 했다.

내 입에서 한 두 개쯤 외어진 시가 흘러나오 때 쯤 이 책을 보았어야 했다.

나는 시인 백석보다는 인간 백석을 먼저 알아버렸다. 어쩌지? 그가 가난을 노래 할 때 그가 신었다던 비싼 양말을 떠 올리고 그나 나타샤를 노래할 때 이름도 모르는 그의 두 아내가 생각나니....

너무 알지 말 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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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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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짓는 것은 남자~~아. 벌을  받는 것은 여자~아 "

아직도 가끔 그 가사와 선율이 입안을 멤돈다. 

지난 2014년에는 그리스 희곡들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그중에 우리 가족 모두를 휘어 잡은 것은  

창극[메디아]였다.

 믿었던 남편의 배신 그리고 메디아의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처절한 복수....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숙련되고 아름다운 소리... 

 

그리고 이번에 이진아 도서관에서 유박사와 함께 이 극의 원작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읽어보게 되었다.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406) 는 당대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비극의 무대에  영웅들 대신 평범하고 미천한 인물들을 등장 시켜서 인간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폭력성과 격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여성의 심리 묘사에 탁월했다.  [메데이아]를 보면 메데이아는 남자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한다.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그의 작품은 그리 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형식적으로 변설과 deus ex machina 와 같은 드라마 장치를 도입하였다.

변설( 變說)은 자아의 분리가 일어나서 두개의 자아가 분리되어 대화를 하는 듯한 독백이다.[메데이아]에서는 메데이아가 다른 등장 인물과 대화를 하다가 자기 스스로와 대화를 하는 부분이 보인다. 그리스 희곡에서 의식이 보다 진전되었음을 알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현대에 극을 보는 관객에게는 자연스럽고 세련되 보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한다.

​  메데이아  .........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해놓고

희희낙락하지는 못할 것예요. 그들의 결혼식에도,

혼인에도, 이 땅에서의 나의 추방에도 나는 재를 뿌릴 꺼예요.

자 메데이아여, 네가 알고 있는 것은 조금도

아끼지 말고 계획을 세우고 계략을 짜도록 해! 끔찍한

일이라도 주저하지마........(402)


 deus ex machina 는 에우리피데스가 발명한 드라마 장치로  Flying Medea(1315) 부분에 나타난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신으로 부터 온 기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인데 현대 드라마에서도 갑작스러운 비약으로 사용된다.


메데이아는 흑해에 위치한 콜키스의 공주이자 뛰어난 마법사였다. 황금양피를 훔치러 온 아르고호 원정대의 선장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한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훔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와 함께 조국을 버리고 도망친다. 아버지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동생을 유인하여 살해한 후 시신을 갈가리 찢어 바다에 버리면서 콜키스를 무사히 탈출한다.

황금 양피를 구해왔는데도 펠리아스가 약속한 왕위를 물려주지 않자 메데이아는 속임수로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아버지를 죽이게 한다.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함께 마침내 코린트에 안착한다. 그리고 이 희곡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린토스 땅에서 메데이아는 그곳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매사 이아손에게 순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아손은 자식과 메데이아를 배신하고 코린토스 땅의 지배자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 사실이 메데이아를 격렬한 분노에 싸이게 한다.  드라마는 메데이아의 분노를 걱정하는 유모와 코러스들과 메데이아의 독백을 통해 앞으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메데이아의 첫번째 독백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의 인생이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한 번 애를 낳느니 세번 군대를 가겠다는 부분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213`~266)


메데이아    " 나는 불의의 타격을 받아 마음에 치명상을

입었어요, 나는 끝장났고 삶의 의욕을 잃었으며.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친구들이여! 내 모든 인생이

자기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내 남편이

가장 비열한 인간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에요

생명과 분별력을 가진 만물중에

우리 여자들이 가장 비참한 존재예요.

첫째. 우리는 거금을 주고 남편을 사서

우리 자신의 상전으로 모셔야 해요 .           

두번째 불행은 우리가 얻는 남자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거예요. 헤어진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불명예스럽고, 남편을 거절하기도 불가능하니까요.

.....남편을 잘 다루어 남편이 우리와 살며

싫은 기색없이 결혼의 명예를 짊어져 준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들 하지요.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죽는 편이 더 나아요.

....

그들은 말하지요. 우리는 집에서 안전하게 살지만

자기들은 창을 들고 싸운다고.

바보 같으니라고! 나는 아이를 한번 낳느니

차라리 세번 싸움터로 뛰어들겠어요.....(250)


크레온은 천성이 영리하고 온갖 사악한 일에 능한 메데이아가 위해를 가할까바 메데이아와 그 자식들을 추방하기로 한다.(285) 그러자 메데이아는 하루만 말미를 달라고 간청하고 크레온은 hamartia(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을 한다.

 

크레온    나는 전혀 폭군의기질을 타고나지 못해

남의 봐주다가 일을 그르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이번에도 잘못하는 줄 알면서 내 그대의 청을 들어주겠소.  (347~356)


하루의 말미를 얻은 메데이아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고 계략을 짠다. 그리고 메데이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지나치게 자기본위의 이아손이 나와서 메데이아의 염장을 지른다.  정말 미운 캐릭터다. 도대체 크레온은 왜 사랑하는 딸을 이아손 같은 유부남에게 줄 생각을 햇던 것일까? 그리고 반성을 모르는 것은 남자의 본성일까?


이아손      격렬한 분노가 구제할 길 없는 악이라는 것을

지금 처음 안것이 아니라 전부터 나는 잘 알고 있었소. ....(446~464)

 

메데이아     가족들에게 그토록 몹쓸 짓을 해놓고 그 면전에

나타난다는 것은 용기도 아니고 대담성도 아녜요.

아니 그것은 인간의 모든 결함 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결함인

파렴치예요......(~472)


파렴치한 남자는 메데이아의 지난 공로에 대해서 핑게 아닌 핑게를 대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이아손은 잘살고 궁하지 않기 위해서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아손   ".......당신들 여자들은

어떤가 하면, 결혼 생활만 원만하면 모든 걸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결혼생활이 여의치 않으면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조차 가장 적대적인 것으로 여기지요.

사람들이 다른 방법으로 자식들을 낳고

여자 같은 것은 없어져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인간들에게도 불행이라는 것이 없어질텐데." (575)


이정도면 메데이아가 아니더라도 이아손은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아닐 수 없다. 

유박사도 이부분이 여학생들이 가장 흥분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메데이아       그런 다음 내가 어떤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생각만 해도 섬뜩해요. 나는 내 자식들을 죽일 거예요.

...

가장 끔찍한 짓을 저리르고 나서 사랑하는 자식들을 죽인 죄를 피해 이 나라를 떠날꺼예요.

원수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는것은 참을 수 없어요.

....

그자는 앞으로 내가 낳아준 자식들이 살아 있는

모습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고, 새 신부도

그자에게 자식을 낳아주지 못할 테니까

아무도 나를 태만하고 허약하고 온순하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오.

나는 원수들에게는 무섭지만 친구들에게는 상냥하죠.

그렇게 살아야 가장 유명해지기 마련이니까.(810)


여기서 새삼 주목하게 되는것은 메데이아가 잔인한 복수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이유중 하나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아!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어느 순간 부터 우리는 너무나 남의 눈과 귀를 의식하고 산다. 


메데이아의 제2변설(1019~1080)은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복수를 결심한 여자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로서의 갈등에 보는 이들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메데이아     "......

내 마음이여, 너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돼!

가련한 마음이여, 애들을 내버려 두고, 애들을 살려줘!

아니야! 저 아래 하데스에게 거하는 복수의 악령들의

이름으로 맹세하노니, 내가 내 자식들을 웃음거리가

되도록 내 원수들에게 넘겨주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야. 애들은 무조건 죽어야 해!

....중략..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 격분이 내 이성보다 더 강력하니

격분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을 안겨주는 법.

(My anger(thymos),

which is the cause of the greatest evils for mortals,

is stronger than my counsels(bou leu mata))


결국 메데이아는 복수를 실행한다.  그녀의 복수에 허둥지둥 그녀를 찾아 온 이아손앞에 메데이아는 아이들의 시신을 안고 용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지붕위에 나타난다. 

아이들의 시체를 놓고 메데이아와 이아손은 서로의 잘못을 비난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기원전 400여년 전에 살았던 그리이스 작가는 지금도 되살아나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죄를 짓는 것은 남자~~아.  벌을  받는 것은 여자~아 "


갑자기 왜 '벌을 받는 것은 여자' 라고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은 딸이 대답했다.

"복수하는 것이 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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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홈즈는 스스로 제자를 기른 적이 없지만 어떤이들은 스스로 홈즈의 유산을 물려 받았다.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으로서(영국의 베이컨 가 32번지에 갔다 온 사람으로서) '코난 도일'이쓰지 않은 홈즈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발표했지만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앤터니 호로비츠는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처음 출간하는 공식 셜록홈즈의 작가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영국 출판업계 시상식(British Book Industry Awards)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각본가이다.  16세에 처음 '셜록홈즈'를 읽은 후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앤터니 호로비츠)을 읽게 되었을 때 약간 걱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어설픈 홈.움.즈가 나오면 어쩌지? 그러나 우리의 동행자와 만나면서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도대체 누구냐고? 앞으로 여러분과 동행할 사람의 정체를 밝히자면 내 이름은 프레더릭 체이스라고 해 두는 것이 좋겠고, 뉴욕에 있는 핑커턴 탐정 사무소의 수석 탐정으로 난생처음으로(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을 찾은 길이었다(p13)'

 

독자들은 체이스와 동행하면서 홈즈와 모리어티교수가 죽고 난 5일 후, 제임스 모리어티의 시체에서 얻은 단서를 따라 새로운 사건과 존스경감을 만나게 된다. 홈즈는 스스로 제자를 기른 적이 없지만 그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홈즈의 유산을 물려 받았다. 존스경감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네사람의 서명]사건에서 홈즈에게 제대로 한방 맞은 존스경감은 ‘홈즈씨가 쓴 책을 전부 다 읽고, 그의 방법을 연구하고 그의 실험을 따라하면서(p204) 홈즈 처럼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독자들은 홈즈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홈즈스럽게 사건이 해결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홈즈는 어디갔을까?

체이스는 세간에 ‘마지막 사건’ 이라고 알려진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가 라이헨바츠 폭포에서 싸우다 둘다 죽은것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해서 ‘나는 직업상 진술서를 숱하게 접했지만 그렇게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로 점철된 진술서를 거의 본적이 없다’(p19) 면서 홈즈가 모리어티교수가 죽었고 그의 잔당이 모두 체포되었다고 영국 경찰에서 공언을 했는데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자취를 감춘 이유가 무엇일까?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혹시 모리어티교수가 살아있다는 것 아닐까?란 의문이 들게끔 말이다.


존스경감과 체이스은 마치 홈즈와 와슨 같았다. 존스경감은 체이스에게 동업을 진지하게 제안하기도 한다. 허드슨 부인역을 할 여직원도 뽑을 계획이었다.  홈즈스러운 방법으로  모리어티가 사라진 자리를 차지하려는 미국에서 온 악당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데도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오싹한 반전을 느낀 것은 나만은 아니었을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참으로 입이 근질거린다. 내가 느낀 전율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지.... line_characters_in_love-34

 힌트라면  모리어트 교수는 홈즈가 인정한 숙적이었다.

나는 마침내 지적으로 나와 필적할만한 호적수를 만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 찬탄을 금할 수 없는 그의 솜씨에 그의 죄질에 대한 혐오감조차 잊을 정도야.. 나는 한 명의 적 때문에 그토록 격양되고, 그토록 압박을 받은 적이 없었어.. 왓슨, 그는 범죄계의 나폴레옹이야. 이 도시에서 자행된 악행의 절반은 그가 꾸몄고, 검거되지 않은 악행은 거의 전부 그가 꾸민 거야. 그는 천재이고 철학자에다, 추상적인 사색을 하는 자이지. 그는 일급의 두뇌를 가졌어. 거미처럼 거미줄 한 가운데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지만, 그 거미줄은 천 갈래로 뻗어 있어서 그 가운데 하나라도 떨리면 재깍 알아차리지.” (셜록 홈즈 [마지막 문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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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절판


"블랙 로맨스 클럽의 블랙은 하얀색, 분홍색, 빨강색등의 색조로 흔히 표현되는 로맨스 소설을 뒤집어 개성 넘치는 로맨스 소설을 담고자 하는 출판사의 마음을 담고 있다"- 블랙 로맨스 클럽을 열며

 

'뭐야? 결국 로맨스 소설이라는 거잖아!' 처음 책의 서문을 보고 약간 실망을 했었다.  그러나 [웨이크 시리즈]는  단순한 로맨스소설이 아니였다. 오히려 로맨스보다는 성장드라마이기도 하고  첩보드라마의 색깔이 더 짙다.

 


이 책을 처음 받아 보았을때 내 눈을 사로 잡은 것은 띠지의 음산한 나방이었다.  어디서 봤을까?


"양들의 침묵" 이라는 영화의 포스터와 흡사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뭔가 공포스러운 비밀이 있을것 같은 느낌이었다.  밤에만 돌아다니는 나방 그런데 그 날개의 색이 양쪽이 다르다. 현실과 그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 꿈이라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자 미국의 "쓰레기 백인" 층에 속하는 가난한  10대 여학생이 나온다. 제이니...그녀는 남의 꾸는 꿈에 빨려들어가곤 한다. 왜 그런지 알지도 못하면서 대학을 가겠다는 꿈을 갖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한편,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양로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리고 그녀는 양로원에서 만난 스투빈양을 만나 자신의 능력의 정체를 알게 된다. "드림 캐처"- ,

제이니는 점차 꿈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처럼 멋진 남자 친구 케이벨도 사귀게 된다. 그런데 사실 케이벨은.....비밀이 있었다.........


1편 "꿈을 엿보는 소녀"에서는 주인공들의 소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미국의 형사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앞으로의 제이니와 케이벨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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