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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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짓는 것은 남자~~아. 벌을  받는 것은 여자~아 "

아직도 가끔 그 가사와 선율이 입안을 멤돈다. 

지난 2014년에는 그리스 희곡들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그중에 우리 가족 모두를 휘어 잡은 것은  

창극[메디아]였다.

 믿었던 남편의 배신 그리고 메디아의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처절한 복수....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숙련되고 아름다운 소리... 

 

그리고 이번에 이진아 도서관에서 유박사와 함께 이 극의 원작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읽어보게 되었다.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406) 는 당대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비극의 무대에  영웅들 대신 평범하고 미천한 인물들을 등장 시켜서 인간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폭력성과 격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여성의 심리 묘사에 탁월했다.  [메데이아]를 보면 메데이아는 남자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한다.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그의 작품은 그리 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형식적으로 변설과 deus ex machina 와 같은 드라마 장치를 도입하였다.

변설( 變說)은 자아의 분리가 일어나서 두개의 자아가 분리되어 대화를 하는 듯한 독백이다.[메데이아]에서는 메데이아가 다른 등장 인물과 대화를 하다가 자기 스스로와 대화를 하는 부분이 보인다. 그리스 희곡에서 의식이 보다 진전되었음을 알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현대에 극을 보는 관객에게는 자연스럽고 세련되 보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한다.

​  메데이아  .........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해놓고

희희낙락하지는 못할 것예요. 그들의 결혼식에도,

혼인에도, 이 땅에서의 나의 추방에도 나는 재를 뿌릴 꺼예요.

자 메데이아여, 네가 알고 있는 것은 조금도

아끼지 말고 계획을 세우고 계략을 짜도록 해! 끔찍한

일이라도 주저하지마........(402)


 deus ex machina 는 에우리피데스가 발명한 드라마 장치로  Flying Medea(1315) 부분에 나타난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신으로 부터 온 기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인데 현대 드라마에서도 갑작스러운 비약으로 사용된다.


메데이아는 흑해에 위치한 콜키스의 공주이자 뛰어난 마법사였다. 황금양피를 훔치러 온 아르고호 원정대의 선장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한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훔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와 함께 조국을 버리고 도망친다. 아버지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동생을 유인하여 살해한 후 시신을 갈가리 찢어 바다에 버리면서 콜키스를 무사히 탈출한다.

황금 양피를 구해왔는데도 펠리아스가 약속한 왕위를 물려주지 않자 메데이아는 속임수로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아버지를 죽이게 한다.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함께 마침내 코린트에 안착한다. 그리고 이 희곡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린토스 땅에서 메데이아는 그곳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매사 이아손에게 순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아손은 자식과 메데이아를 배신하고 코린토스 땅의 지배자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 사실이 메데이아를 격렬한 분노에 싸이게 한다.  드라마는 메데이아의 분노를 걱정하는 유모와 코러스들과 메데이아의 독백을 통해 앞으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메데이아의 첫번째 독백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의 인생이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한 번 애를 낳느니 세번 군대를 가겠다는 부분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213`~266)


메데이아    " 나는 불의의 타격을 받아 마음에 치명상을

입었어요, 나는 끝장났고 삶의 의욕을 잃었으며.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친구들이여! 내 모든 인생이

자기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내 남편이

가장 비열한 인간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에요

생명과 분별력을 가진 만물중에

우리 여자들이 가장 비참한 존재예요.

첫째. 우리는 거금을 주고 남편을 사서

우리 자신의 상전으로 모셔야 해요 .           

두번째 불행은 우리가 얻는 남자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거예요. 헤어진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불명예스럽고, 남편을 거절하기도 불가능하니까요.

.....남편을 잘 다루어 남편이 우리와 살며

싫은 기색없이 결혼의 명예를 짊어져 준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들 하지요.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죽는 편이 더 나아요.

....

그들은 말하지요. 우리는 집에서 안전하게 살지만

자기들은 창을 들고 싸운다고.

바보 같으니라고! 나는 아이를 한번 낳느니

차라리 세번 싸움터로 뛰어들겠어요.....(250)


크레온은 천성이 영리하고 온갖 사악한 일에 능한 메데이아가 위해를 가할까바 메데이아와 그 자식들을 추방하기로 한다.(285) 그러자 메데이아는 하루만 말미를 달라고 간청하고 크레온은 hamartia(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을 한다.

 

크레온    나는 전혀 폭군의기질을 타고나지 못해

남의 봐주다가 일을 그르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이번에도 잘못하는 줄 알면서 내 그대의 청을 들어주겠소.  (347~356)


하루의 말미를 얻은 메데이아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고 계략을 짠다. 그리고 메데이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지나치게 자기본위의 이아손이 나와서 메데이아의 염장을 지른다.  정말 미운 캐릭터다. 도대체 크레온은 왜 사랑하는 딸을 이아손 같은 유부남에게 줄 생각을 햇던 것일까? 그리고 반성을 모르는 것은 남자의 본성일까?


이아손      격렬한 분노가 구제할 길 없는 악이라는 것을

지금 처음 안것이 아니라 전부터 나는 잘 알고 있었소. ....(446~464)

 

메데이아     가족들에게 그토록 몹쓸 짓을 해놓고 그 면전에

나타난다는 것은 용기도 아니고 대담성도 아녜요.

아니 그것은 인간의 모든 결함 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결함인

파렴치예요......(~472)


파렴치한 남자는 메데이아의 지난 공로에 대해서 핑게 아닌 핑게를 대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이아손은 잘살고 궁하지 않기 위해서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아손   ".......당신들 여자들은

어떤가 하면, 결혼 생활만 원만하면 모든 걸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결혼생활이 여의치 않으면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조차 가장 적대적인 것으로 여기지요.

사람들이 다른 방법으로 자식들을 낳고

여자 같은 것은 없어져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인간들에게도 불행이라는 것이 없어질텐데." (575)


이정도면 메데이아가 아니더라도 이아손은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아닐 수 없다. 

유박사도 이부분이 여학생들이 가장 흥분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메데이아       그런 다음 내가 어떤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생각만 해도 섬뜩해요. 나는 내 자식들을 죽일 거예요.

...

가장 끔찍한 짓을 저리르고 나서 사랑하는 자식들을 죽인 죄를 피해 이 나라를 떠날꺼예요.

원수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는것은 참을 수 없어요.

....

그자는 앞으로 내가 낳아준 자식들이 살아 있는

모습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고, 새 신부도

그자에게 자식을 낳아주지 못할 테니까

아무도 나를 태만하고 허약하고 온순하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오.

나는 원수들에게는 무섭지만 친구들에게는 상냥하죠.

그렇게 살아야 가장 유명해지기 마련이니까.(810)


여기서 새삼 주목하게 되는것은 메데이아가 잔인한 복수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이유중 하나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아!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어느 순간 부터 우리는 너무나 남의 눈과 귀를 의식하고 산다. 


메데이아의 제2변설(1019~1080)은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복수를 결심한 여자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로서의 갈등에 보는 이들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메데이아     "......

내 마음이여, 너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돼!

가련한 마음이여, 애들을 내버려 두고, 애들을 살려줘!

아니야! 저 아래 하데스에게 거하는 복수의 악령들의

이름으로 맹세하노니, 내가 내 자식들을 웃음거리가

되도록 내 원수들에게 넘겨주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야. 애들은 무조건 죽어야 해!

....중략..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 격분이 내 이성보다 더 강력하니

격분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을 안겨주는 법.

(My anger(thymos),

which is the cause of the greatest evils for mortals,

is stronger than my counsels(bou leu mata))


결국 메데이아는 복수를 실행한다.  그녀의 복수에 허둥지둥 그녀를 찾아 온 이아손앞에 메데이아는 아이들의 시신을 안고 용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지붕위에 나타난다. 

아이들의 시체를 놓고 메데이아와 이아손은 서로의 잘못을 비난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기원전 400여년 전에 살았던 그리이스 작가는 지금도 되살아나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죄를 짓는 것은 남자~~아.  벌을  받는 것은 여자~아 "


갑자기 왜 '벌을 받는 것은 여자' 라고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은 딸이 대답했다.

"복수하는 것이 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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