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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 상 ㅣ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책을 읽는다. 한동안 책을 읽기엔 내게 너무 벅찬 하루 일과로 그저 책 제목만 훑어보다가 돌아서기 일쑤였는데.... 두어달 전부터는 꾸준히 책을 읽고 있었다.
조용한 밤, 내게 주는 꿀같은 휴식... 일주일에 한두권의 책을 읽으며 외로운 내 마음을 다독여주고 있었다. 책 속에 내가 나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고, 책 속에서는 꾹꾹 구겨두고 있던 내 모험심을 펼쳐놓을 수 있었고, 고이 접어 담아두고 있던 내 감정들을 이 시간에 다 흘려버릴 수 있으니까.
아... 넘치는 에너지를 쓰기에 내겐 아직 제약들이 너무 많아.
그런데.... 이런 내 파란만장 진지한 밤의 시간에 돌을 던져 더이상 즐기지 못하게 한 책을 읽었다.
'영원의 아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너무 쎈 책을 읽어서인가. 읽은지 2주는 다 되어가는데 다른 책을 펼치면 몰입이 안된다. 누군가 추천해 주었던 '애도하는 사람'을 읽었을 때는 이정도로 몰입이 되지는 않았어서 이 책도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펼쳐들었는데.... 워낙에 두꺼운 책이라 쉽게 손이 가지도 않았었고.
유키, 지라프, 모울.
내가 부모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상처받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 주인공들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며 책을 읽어나갔다.
아동학대는 tv를 통해서도, 인터넷기사를 통해서도 가끔씩 접하는 일이었지만 단지 객관적인 사실만 요약하여 정보전달만 받을 때는 안타깝게는 느껴도 흘려버리기만 했었다. 부모가 되어서도 너무나 먼 세상의 이야기라 느껴져서 깊이 생각해보기엔 진지함이 부족했다.
그런데 상하권 약 1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 분노하지 못했던 내게 부끄러움을 느끼라며 회초리를 든다.
왜 항상 사건에만 집중했던가, 사건 이후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관심을 둔 적이 있던가...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물리적 정신적 폭력에 상처 받은 아이들이다. 아직 나와 타인에 대한 관념이 완벽히 형성되지 않는 시기에 받게되는 상처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존중감을 갖지 못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두꺼운 껍질 안에 가두고 감정을 철저히 숨기며 살아간다.
껍질 안의 상처는 곪고 곪아 결국 두꺼운 껍질마저 부패되고 마는것. 자신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자아는 결국 분해되고 말것이다.
그런데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만약 이런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내 주변에서 일어난다면... 그 해결방법은 어떻게 찾아야하는건가.
결국 나도 유키처럼 철저하게 나를 감추거나, 유키의 엄마처럼 딸을 위해 희생을 하는 방법만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없다.
그런 생각을 갖고 책을 읽는 나는...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깊이를 헤아려보며, 그들이 성장하여 과거와 싸우며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책을 덮고 상처받은 그들을 생각해보고, 그들을 위해 내가 해야하는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그들의 행동들이 모두 정당했던가 아니라면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생각해보고, 부모와 가족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명확한 답이 없는 물음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나지만.... 이런 물음 뒤에 언젠가 가장 올바른 답에 다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