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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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보통의 책은 여러권을 소장하고 있지만 소설만 읽고 에세이들은 그저 책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소설로도 이미 충분이 알랭드보통의 지성과 유머를 알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있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많은 기대를 했던 책이다. 다만 소설이 아니면 쉽게 책에 몰입되지 않는 내 모자란 지성으로 뒤로~뒤로 미루고 있었던거다. 그러다가 독서모임을 통해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선정을 했다. 계기를 만들어야 책을 손에 펴볼것이라는 생각으로.

물론 에세이여서 살짝 겁을 먹긴 했지만 여행에 대한 책이라면 늘 관심의 한가운데 있다. 여행은 늘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단어이고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다.

그러나 여행에 대한 책자들은 내 이런 기대감들을 채워주기엔 늘 모자랐던게 사실이다. 서점에 가면 보이는 여행책들은 그저 여행지에 대한 소개나 여행지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느낌을 메모한 듯한, 블로그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들을 엮어낸 것들뿐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서점에서 한두번 펼쳐보긴하지만 그 책을 사서 읽는 다는것이 어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나도 여행지를 가면 느낄 이야기들, 그리고 여행지에 가면 겪을 이야기들. 그걸 돈으로 사서 본다는 건 여행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나는 그랬다. 내가 원하는건 장소 소개와 개인적인 경험의 과시가 아닌 독자인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작가의 책을 원했던거다. (너무 큰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고 말을 하지만 왜 여행을 좋아하는가, 또는 여행을 왜,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묻는 다면 그닥 할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저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현실을 벗어나면 공간적인 트임 외에도 나의 생각과 정신도 트일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모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뿐, 딱히 속시원히 대답을 해본적이 없는 듯하다. 도대체 여행의 무엇이 좋은 걸까...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감이 오는 듯했다. 그건 내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리던 일들이 사실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것이다.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은 단순히 여행지(목적지)만을 둘러보는 것이 여행이라 하지 않는다. 출발전 기대와 여행을 위한 장소-휴게소, 공항 등, 이국적인 매력을 뿜는 것들에 대한 동경, 자연을 통한 정신의 일깨움, 예술과 여행의 관계.

나는 늘 대단치않게 생각해서 흘려버렸던 감정과 생각의 조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p.18

여행을 가기 전에 인터넷을 뒤져서 여행자료를 찾아보고, 적금을 깨고, 지인들에게 나의 여행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런것들을 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여행을 하는 날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봐 노심초사하며 뛰고뛰어 간신히 비행기에 올라타거나 기차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커피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때우던 일들이 내 경험 속 여행에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가늠해본적이 있었던가. 내게 여행에 대해 동기부여를 해준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그동안은 크게 개의치 않았던 사건과 감정들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 어떻게 여행을 해야하는지, 여행을 왜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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