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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1970년대 초, 부목사인 러스 힐데브란트와 그의 아내 메리언, 그리고 네 자녀 클렘, 베키, 페리, 저드슨은 뉴프로스펙트의 평범해 보이는 가족이다. 그러나 실상은 각자가 위태로운 현실을 감당하고 있으며 가족의 해체까지 이를수 있을 위험까지 느껴질 정도의 긴장감을 안고 사는 가족이다. 러스는 '크로스로드'라는 교회의 청소년 단체의 지도자 자리를 릭 엠브로드에게 명예롭지 못하게 넘겨주게 되어 그에게 적개심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교회의 신자인 코트렐 부인과의 불륜을 꿈꾸고 있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잃은 아내 메리언은 아픈 과거를 숨기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홀로 견디고 있다. 이런 부모에 대한 실망감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큰아들 클램은 아버지의 이중성에 실망하여 그 반발심에 베트남전에 참전하려고 하고, 베키는 공정하지 못한 부모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며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와의 연애를 시작하고, 똑똑하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페리는 약물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책은 불륜과 사랑, 베트남전, 약물문제, 인종차별 등을 힐데브란트 가족의 현재와 그들이 살아온 과거의 서사 속에서 그려낸다. 당시의 사회문제들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과 가족 내의 분열은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로 인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괴로운 과거를 종교로서 구원받으려 했고, 종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살고 싶었던 메리언. 그녀는 과거를 지우려고만 했지 정작 상처 받았던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와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현실에 고통받으며 결국 자신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정해야 함을 깨닫는다. 책을 읽는 초반 우유부단하고 나쁜 사람이었던 목사이자 남편, 아버지인 저드.그러나 그의 과거를 돌아보니 그 역시 약한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옭아매었던 금기와 절제들은 그의 삶을 오히려 불안하고 결핍이 있는 것으로 만들었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리고 네 명의 아이들. 젊음의 한 때를 방황하는 데에 소진해 버리는 클렘의 인생에 마음 아팠고(그 삶에 다시 도약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존재만으로도 반짝반짝한 베키가 뉴프로스펙트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화가 났고(그 이후의 삶에 이것이 더 큰 의미가 깃들지라도), 높은 지성과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에 상흔을 남긴 페리의 미래가 암담한 것에 한숨이 나왔고(그것들로 인한 감각과 경험이 감성적인 그의 미래에 자양분이 될 지라도),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어쩔 수도 없는 상처를 받을 저드슨에게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삶의 교차로에 서게 되면 선택을 하게 된다. 불안한 선택의 순간에 나는 의지할 누군가를 찾게 될 것이다. 그때 내게 떠오르는 누군가라면 그것은 아마도 가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 안에서의 나, 나의 삶 속에서의 가족. 가끔은 나의 역할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을 찾으려 노력했고,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과 상처를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여러 가지 감정들과 경험들이 쌓여 다른 무엇에서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받기도 했고, 가족을 벗어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나 자신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때는 답을 찾지 못해 방황을 하고 가족이 아닌 외부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가족이 있으니까’라는 것에서 결론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깨달은 것은 결국 나는 나이고, 가족 속의 나였다. 저드와 메리언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들은 병에 걸린 아들 페리를 돌보며 가정을 지키고, 베키는 그녀의 가정을 꾸렸으며, 클렘은 베키에게로 돌아온다. 방황하고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하던 힐데브란트 가족은 결국 서로에게로 돌아왔다.
‘대림절’과 ‘부활절’이라는 두개의 큰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 이것은 아마도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 믿는다. 책을 읽기 전에 벽돌 두께의 부피감에 놀랐지만 책을 덮으며는 이 굴곡진 가족의 인생을 이정도의 부피로 담아낼 수 있음에 감탄했다. 조너선 프랜즈의 소설 [인생수정]을 구입했다. 이 책 역시 좋을 것 같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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