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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 -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말콤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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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많은 지인들이 추천하던 '아웃라이어'를 읽은 후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한번 더 읽고 싶었다. 대부분 문학만 읽는 나에게도 비문학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해준 몇 안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고를 때 무엇보다 작가를 먼저 보게 되는데 나와 생각이 같아 공감하게 만드는, 또는 나의 생각을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를 만나게 되면 무조건적으로 책을 구입한다. 어쩌면 그런 생각에 이 책도 구입했을 것이다. 그래서 구입하고 나서야 이책이 마케팅 분야에서 꽤 유명한 책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나같은 마케팅에 문외한에게도 재미있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고 작가가 전하는 개념에 대해 대략의 틀은 세운것 같다. 

예를 들자면 나는 자전거가 너무 타고 싶었다. 그래서 A군과 함께 자전거를 구입했다. 나와 A군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도시에서 여가생활을 즐기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A군은 친구가 많다.(커넥터) A군은 B,C,D,E를 만나서 입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그 중 B는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 타기가 유익하다는 것을 C,D,E에게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메이븐) 아직 넘어오지 않은 E에게 또다른 친구인 F는 자신과 함께 자전거를 타자며 E를 설득한다.(세일즈맨) -소수의 법칙

이들은 이야기를 하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시간보다 자전거도로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시간이 더 절약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고착성의 법칙

이들은 자전거 판매점을 가게 되고 살까말까 우물쭈물 하던 사이 경쟁자가 나타나 관심있게 보던 자전거를 사려고 하자 얼른 결재를 해버린다.-상황의 법칙

호호... 자전거에 빠진 내가 최근 일어난 일로 이법칙에 끼워 놓은 실례.  

재미있게 읽은 책은 맞지만 솔직히 아웃라이어를 읽으며 느꼈던 만족감은 덜했다. 너무 쉽게 읽히다 보니 깊이감 없이 책을 술술 읽은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리뭉실하게 내 생각에 틀을 잡는 것 같으나 구체적이지는 않은....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한번 읽게 되면 그런 찝찝함은 덜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다시 손에 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책의 기본 개념들

티핑포인트란 예기치못한 일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을 일컫는다고 한다. 티핑포인트는 유행의 출현,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는 극적인 전환, 자살신드롬 등 비지니스와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한순간의 변화를 사회적 '전염'의 틀로 분석한다. 이 책은 누가 어떻게 티핑포인트를 만드는지, 아이디어와 제품은 어떻게 뜨게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티핑포인트의 3가지 법칙

1.소수의 법칙: 80:20의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대개 '작업'의 80%는 참여자 20%에 의해 수행된다는 개념이다. 전염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2.고착성 요소: 고착성 요소는 전염되는 메시지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특수한 방식이다. 정보를 제시하거나 구조화할 때 작지만 고착성이 강한 변화만 주어도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상황의 힘: 상황과 조건과 이런 것들이 작용하는 특수한 상황에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이 전염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행동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인간 행동이 훨씬 더 암시에 걸리기 쉽다는 점을 말해준다.

 

소수의 법칙에 관련한 사람들 - 누가 일을 저지르고 티핑포인트를 작용하게 하는가?

1.커넥터: 일명 마당발이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는 사람이다.

2.메이블: '지식을 축적한 자'로서 커넥터의 입소문에 타당한 이유를 들어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다. 전염을 부추기는 사람이라 할수있다.

3.세일즈맨: 커넥터와 메이블에 의해서도 마음을 바꾸지 않은 의심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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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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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간이란 공동체 앞에서 얼마나 사소해질 수 있는 것인지. 또한 개인의 농담 한마디가 사회안에서 얼마나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 책 한권 속의 루브빅의 인생을 바라보고 한없이 슬퍼졌다.

이 소설은 그 당시에도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 지금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것은 지금은 실패한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의식 때문이라고 한다.(물론 후반 자본주의의 유입에 따른 개인주의에 대한 비꼼도 있다.) 사회주의 속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커다란 메시지 이외에도 루드빅-루드빅의 입장, 헬레나, 야로슬라브, 코스트카가 바라보는 루드빅으로 그려지는-의 20년간의 인생은 나의 머리와 가슴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밀란 쿤데라(나는 이제서야 만난 훌륭한 작가)의 작가적 기교-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을 표현한 섬세한 필치- 때문에 이 소설에 빠진 5일간은 나의 정신을 그 당시 체코로 순간이동 시켜놓았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분위기는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마르케타에게 보내는 엽서에 담은 농담에 의해 당과 학교에서 축출당한 루드빅은 정치범으로 낙인찍혀 광산으로 보내진다. 그 시절 만난 루치에. 루드빅에게 루치에는 순수함이었고, 타의로 뒤틀려버린 자신의 인생의 구원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에게 거절 당하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루드빅은 오랜시간 루치에를 그리워하면서도 그녀의 행동을 질책하며 지낸다. 그러나 코스트카에 의해 알게된 루치에의 과거 - 그로인해 루드빅은 루치에를 배려하지 못한 자신을 비난한다. 그리고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데 앞장 선 제마넥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제마넥의 아내인 헬레나를 유혹하여 불륜을 저지르지만 제마넥과 헬레나는 이미 서로의 불륜을 인정하는 사이로 결국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려버린 듯 하다. 결국 아무것도 모른채 사랑에 빠진 헬레나만 측은해질뿐이다. 마지막 자살을 하려한 헬레나가 잘못 알고 먹은 변비약- 그로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극으로 치닫는 결말에 허탈한 웃음이 나오게했다. 그리고 옛것을 고수하고 전통음악을 하는 야로슬라브- 변해가는 사회분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친구의 순수와 고집이 허무하고 측은해진다.

농담으로부터 시작된 농담같은 한사람의 인생. 과연 이 인생에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책을 읽고 난 후 그 답이 모호해졌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사람들(공동체)에 의해 한순간에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되어 남을 증오하며, 피해의식으로 살아가는 루드빅,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재빨리 가면을 바꾸어쓴 제마넥, 자신의 상처로 인해 닫혀있었던 루치에, 오직 전통음악만을 고집하는 야로슬라브...모든 등장인물들에게는 각각의 입장이 있고 각각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라는 것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마주한 이들은 모두 서로에게 피해자며 가해자가 되었다. 누구도 완전한 악인도 아니고 완전한 피해자도 아니게 되었다. 이런 그들에게 복수란것은 허망한 것이 되었으며, 용서라는 것도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한번 망각의 힘을 믿어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그들에게는, 이런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일까.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에게 던져주는 메세지란 무엇일까. 가슴이 텅빈 듯한 느낌이다.
 

* 슬픔, 우울의 공감보다 사람을 더 빨리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그 가까움이 거짓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말없이 고요하게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이런 분위기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방어도 잠들게 하며 섬세한 영혼도 속된 자도 모두 감지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사람을 가까워지게 만드는 방식 중 가장 쉬운 것이면서 반면에  가장 드문 것이기도 하다. (제3부 루드빅 p.102) 

* 어떤 사람이 미친 듯이 등불을 흔들어대며 해안가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그는 미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밤에, 길 잃은 배가 거친 파도에 휩싸여 헤멜 때, 이 사람은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는 천상과 지옥 사이의 경계에 있다. 그 어떤 행위도 그 자체로서 좋거나 나쁘지 않다. 오로지 어떤 행위가 어떤 질서 속에 놓여 있느냐 하는 것만이 그 행위를 좋게도 만들고 나쁘게도 만든다. (제6부 코스트카 p.325) 

* 인간은, 균형을 갈구하는 이 피조물은 자신의 등에 지워진 고통의 무게를 증오의 무게를 통해서 상쇄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사물, 행위,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제7부 루드빅-헬레나-야로슬라브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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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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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책은 물음표로 끝나는 의문문이 아니라 ...(말줄임표)로 끝나야한다고 작가는 강조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책을 읽고 난 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것이 yes or no로, 또는 good or bad로 간단하게 대답할 수 없다는 그런 감정의 모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로 인해 책을 읽는 나에게도 더 긴 여운을 남겨주는 듯하다.) 로제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편지로 데이트 신청을 했던 시몽. 그 간단한 한줄의 물음에 대답을 주저하는 폴은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p.57) 

서른아홉살의 폴, 그녀의 애인인 로제. 로제로부터 안정을 찾길 원하는 폴과는 달리 로제는 다른 젊은 여인과 바람을 피운다. 그러한 사실을 알지만 묵인하는 폴. 그런 중에 스물 다섯살의 시몽이 폴에게 다가온다. 그런 시몽으로부터 받는 관심과 사랑. 그런것들로 폴은 행복을 느끼고 시몽을 받아들이지만 어린 시몽의 그런 감정이란 한때의 불장난으로 그치고 말거라는 불안감은 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여러달의 흐름. 마음 한켠 로제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폴은 결국 자신에게 늘 외로움을 주는 로제를 선택한다.

이 세사람의 말과 행동,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에 얼마나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가슴이 아련해졌는지 모른다. 대단한 사건이 있는것도, 우리에게 거대한 작가의 사상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지만 책의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가슴을 울리는 떨림이 있는 듯하다.(내가 너무 감수성이 풍부한지도 몰라...큭)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삶이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가끔은 너무 우울한 내용이 책이어서, 또는 너무 섬세하게 감정표현을 하는 책을 보다보면 문득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편의 멜로영화를 본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머릿속에 주인공들의 이미지는 책을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이미 그려놨다. ㅋ)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의 감정을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이 책을 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던 사람이었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거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난 뒤, 그 여운이 가시기 전 작가연보와 옮긴이의 작품해설을 보고 쓸쓸한 작가의 삶을 죽 머리속에 그리고 나니 책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나를 꽁꽁 묶어서 쉽사리 현실로 돌아올 수 없는 기분이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긴 프랑수아즈 사강은 자신의 남긴 말대로 도박과 알코올, 약물중독, 연애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그 말 속에 자신의 삶을 함축해놓은 듯 싶다.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예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두죠." 그 삶이 행복했는지는 나로서는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자신을 파괴할 용기를 가진 그녀였기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열정을 가진 그런 그녀였기에 이런 작품을 스물넷의 어린나이에 쓸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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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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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는 말했다. 상을 탄 작가의 작품을 읽게되면 그로 인해서 그 작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수 없다고. 물론 나는 작품을 평할 만큼 지성을 갖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을 탄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작품성이건 오락성이건, 어떤것이라도 어느정도는 검증이 된 작품 같아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은 예전부터 황금노트북 시리즈를 눈여겨 보고 있었지만 3권짜리라는 압박감으로 계속 미루어두고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 검색  중 누군가가 올린 '다섯째 아이'라는 작품의 리뷰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작품이 아닌 리뷰만으로 내게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책이라니. 사실 가족 이야기라는, 그리고 가족의 구성원 한명이 전체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한다는 것부터가 내겐 공감과 더불어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였다. 난 항상 가족에 대한 피해의식을 어느정도 갖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게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책이었을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기 자신이 완성되어 있다고 느낄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이나 상처받은 부분을 편안함과 안정감으로 채워주는 가족으로 인해 상처는 치유받고 완성된 인간이 된다고 느낄것이다. 물론 공동체 의식이 강한, 특히 가족 사회에서만큼은 어느 나라에도 비할수 없을 만큼 강한 의식을 가진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와는 다른, 완벽하게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나의 가족이라면. 그래도 가족이 그런 의미로 다가올까.
도리스레싱은 이 이야기의 영감을 두군데에서 얻었다고 한다. 한가지는 아직 빙하시대의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내려온다는 인류학자의 글과 어느 여인이 세 아이를 잘키우고 있는데 네번째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모두 망쳐버렸다는 이야기로 잡지에 기고한 글이라고 한다. 

너무나 행복한 가정이 있다.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커다란 집을 사서 많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소망이었다. 그 소망은 그들에게 많은 친척들마저도 결속하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네째 아이를 낳을때까지는. 그러나 다섯번째 아이 '벤'을 임신하고나서부터 그 행복은 점점 깨어지고 부서져간다. 벤을 임신하고나서 부터 해리엇은 그 아이의 난폭함으로 인한 굉장한 고통을 진정제를 무기 삼아  참아낸다. 그 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그들과는 달랐다. 그리고 8개월만에 세상으로 나온 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들과는 달랐다. 아이는 난폭함과 잔인함이 있었고 공격적인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가족들은 늘 조심하고 인내해야만 한다. 그리고 가족들의 회의. 벤을 시설로 보내기로 한다. 

그 다음날부터 가족들은 물에 불린 종이꽃처럼 피어났다. 벤이 얼마나 짐이 되었는지, 얼마나 그들을 억눌렀는지, 애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해리엇은 깨달았다. 또한 부모가 알려고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애들이 자기들끼리 말하고 있었으며 벤과 타협하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벤이 떠나자 애들의 눈은 빛났고 활기로 가득 찼고 해리엇에게 사탕이나 장난감 같은 작은 선물을 갖고 와서 [이건 엄마에게 줄거예요]라고 말했다. -p104

벤이 떠나고 난 뒤 가족은 행복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를 그렇게 죽게 내버려둘수는 없었다. 결국 시설에서 벤을 데려온 후, 벤을 참을 수 없는 가족들은 해리엇만을 남겨둔 채 하나  둘 떠나게 된다. 그리고 비행청소년이 된 벤이 집을 떠나게 되면 다시 조용하게 삶을 이어갈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마친다. 

난 책을 읽는 내내 희망의 실마리라도 발견하려고 애썼다. 가족이라는 의미를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내게 설명하고 상처를 주고는 그대로 끝내 버리는건 너무 잔인하다. 가족들이 조금 더 벤을 받아들여주기를, 아니면 벤이 해리엇의 사랑으로 인해 손톱만큼이라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휴... 점점 희망을 읽고 나중에는 벤이 그냥 정상인이 아니란 사실을 작가가 말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건 그저 내 희망일 뿐이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의미는 어렸을때부터 쇄뇌당한 것들로 가득차 있어서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버팀목이 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성애, 첫째 아이의 의젓함, 동생들의 싹싹함과 귀여움. 이런것들이 살면서 내가 그려온 가족의 이미지이다. 그런 이미지가 산산히 깨어진 것에 대해 내가 당혹스러워하고 분노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혼란이 한차례 지나가고 나니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내 가족으로서 '벤'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감싸줄수 있을런지. 그게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었는지. 벤을 떠나는 가족들을 더 이해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순간 섬칫한다. 결국 대답을 찾을 수 없는 나의 입은 그저 한숨만 내쉰다. 

책을 덮으며 꼭꼭 다짐한 것은 임신한 내 친구들에게는 절대 이 책을 권하지 않을거란 사실이다. 물론 나도 아이를 갖게 되면 이 책의 내용은 나의 머릿속 가장 귀퉁이에 숨겨둘 참이다. 그렇지만 이 책으로 인해 아팠지만 그로인해 나에게 더욱 커지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 놓고 잊지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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