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자연과학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객관적 진리의 궁극적 목표를 똑바로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 P129
논리실증주의자들은 관찰과 추상적인 수학 이론이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에서 톱니바퀴처럼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세기의 이런 위대한 승리는 인간 두뇌의 타고난 능력에 대한 새로운 확신을 고취시켰다. - P129
오늘날에는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분석이 몇몇 철학자들을 통해서 철학 영역에서 더 자주 연구되고 있다. 이것은 마치멸종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공룡 화석을 고생물학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과 같다. - P129
논리실증주의의 치명적인 결점은 전체 체계의 의미론적 구분 장치 속에 있었다. 즉 논리실증주의자와 그 후예들은 몇 가지 기초적인 구분들, 예컨대 사실과 개념 간의 구분, 경험적 일반화와 수학적 진리 간의 구분, 이론과 사유 간의 구분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런 구분들에 대한 불일치를 넘어 그들은 과학적 진술과 비과학적 진술 간의 차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 P130
과학자들은 융통성을 갖고 생각한다. 예컨대 그들은 모든 것을 임의대로 작은 부분들로 나누면서도 개념, 증거, 유관성, 연결성, 분석 등을 늘 염두에 둔다. - P130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뚜렷이 구분짓는 특성은 (1) 창조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모호하게 정의된 문제 진술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점진적으로 구조화하며, (2) 상당한 기간 동안을 그 문제들에 천착하고, (3) 그 문제들과 관련되거나 잠재적으로 관련된 분야들에 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요컨대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박학, 강박 관념 그리고 대담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 P130
창조적 과정은 불투명한 혼합물이다. - P130
소설이 소설가보다 낫듯이 과학 논문은 과학자보다 낫다. 논문 속에서는 그 논문을 이끌어 내는데 실제로 일조한 모든 혼동들과 저급한 사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린다. 난해하고 허접한 것들은 널려 있다가 곧 잊혀지지만 사실은 이런 것들이 과학적 성공의 비밀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다. - P131
논리실증주의자들이 야심차게 탐구한 객관적 과학 지식의 규범적인 정의는 ...(중략)... 오로지 인간의 사고 과정 자체에 대한 물리적 기초를 계속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대답될 수 있는 경험적인 문제이다. - P131
복잡한 정신 작용들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인공 지능을 활용하는 일은 가장 생산적인 방법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P131
절대주의는 과학과 인문학에 공히 위험한 메두사와 같다. 객관적 진리에 대한 확고한 정의를 섣불리 받아들이는 것은 그것을 거부하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 P132
의미 없는 바다에서 표류하는 것보다는 길잡이가 되는 별을 향해 항해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 P132
실제 세계의 미로는 거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보르헤스의 미로이다. - P135
우리가 모든 것들의 지도를 그리고 모든 것들을 발견하고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밝혀진 부분들을 통해 특수한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신속하게 이동하기를 희망하며 그 경로들을 영원히 추적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횃불과 실타래가 있기 때문에 실들을 연결하여 설명의 그물을 더 넓힐 수 있다. - P135
설명의 한 단편이 한번에 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그 다음에 다른 수준으로 이동해서 마침내 다양한 끝점들에 이른다면, 우리는 그중 한 끝점에 놓여 있는 실을 잡고 되돌아가서 결국 가장 낮은 수준에 존재하는 물리 법칙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방향, 즉 물리학에서 끝점들로 가는 길은 문제가 상당히 많다. 물리학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갈 수 있는 길은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한다. - P135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세포와 환경 간의 화학적 교환 과정에 엄청난 복잡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136
분석을 통해서 다양한 하위 수준의 조직들로 내려간 다음에 종합을 통해서 여러 상위 수준의 조직들로 올라간다. - P137
크로마토 그래피(유기 화합물의 혼합물을 분석하는 기법) - P138
페로몬이 알케인(alkane)과 테르페노이드(terpenoid) 라고 불리는 단순한 유기 화합물의 혼합 활성물질임 - P138
각 군체는 초개체 (superorganism)로 간주할 수 있다. 즉유기체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개체처럼 행동한다는 말이다. 대략적으로 말해 군체는 조잡한 수준에서 신경망을 닮은 원초적 기호망으로서 마치 100개의 입이 달린 히드라와 같다. 그 망의 한 가닥인 개미 한 마리를 건드려 보라. 그러면 이동이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공동 지성이 활성화된다. - P140
전쟁에서는 비밀 암호가 필요한 법이다. 자연은 전장(戰場)이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 P141
생물학자들은 물리학과 화학만으로는 페로몬 분자들의 정확한 구조나 그 분자들을 생산하는 분비샘이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없다. 실험을 해 보기 전에는 주어진 신호가 특정한 개미 종에서 사용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다. 그런 수준의 정확성을 얻기 위해서, 즉 미로의 입구 근처에 있는 물리학과 화학으로부터 끝점인 개미의 사회 생활까지 여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종의 진화 역사와 그종이 서식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어야 한다. - P141
무아지경과 비몽사몽간에는 어떠한 은유도 가능하다 - P144
통제받지 않은 정신 속으로 슬쩍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기억의 파편은 어떤 것이든 이야기 속에 끼어 들어갈 수 있다 - P144
스코폴라민(scopolamine, 진통제와 수면제 일종.) - P145
서양 문명에서는 자연적인 수면과 마약을 통해 경험하는 꿈이 오랫동안 신에게 향하는 요란스러운 통로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것들은 신·구약 성경의 결정적 순간에도 나타난다. 예컨대 「마태복음」 1장 20절에서는 요셉이 마리아의 수태를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 "주의 천사가 꿈에 그에게 나타나"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녀가 예수를 잉태하게 되었음을 알린다. 요셉의 꿈은 기독교 신앙의 두 가지 핵심 교리 중 하나를 확립했다. 다른 하나는 부활인데 이 또한 예수 제자들의 꿈같은 설명에 근거한 것이다. - P146
꿈을 통해 신의 비밀이 전달된다는 믿음 - P146
신은 자신의 말씀을 성경에 제한해 두지 않는다. - P146
마술사, 마법사, 주술사의 꿈을 생각해 보라. 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생산물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종의 일반적 특성이다. - P146
신비주의와 과학은 꿈속에서 만난다. 이 둘의 절묘한 결합을 인식하고 있었던 프로이트는 꿈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을 만들었다. 그는 우리의 꿈속에 무의식적 욕망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 P147
우리가 잠을 자면 에고(ego)는 본능의 구현인 이드(id)에게 자신의 고삐를 양도하고 우리의 원초적인 공포와 욕망 대부분은 의식적 마음속으로 탈출한다. 하지만 이런 공포와 욕망은 날것 그대로 경험되지는 않는다. 빅토리아 시대 싸구려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그것은 마음의 검열을 통해 상징으로 전환된다. - P147
평범한 사람들은 깨어 있을 때 그런 꿈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들은 자유 연상법을 통해 암호를 풀게끔 안내해 주는 심리 분석가에게 가야 한다. 암호 해독이 끝나면 어릴 적의 경험은 상징과 분명하게 연결된다. 만일 그런 것들이 정확히 밝혀지면 환자는 억압된 기억에서 비롯된 심리 장애와 신경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 P147
감춰져 있던 두뇌의 비합리적 과정에 초점을 맞춘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은 인간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심리학에서 인문학으로 흘러 들어가는 아이디어의 수원지가 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주장은 대부분 틀렸다. 프로이트의 치명적인 실수는 자신의 이론들을 시험해 보는 작업, 즉 경합하는 설명들보다 더 나은지 알아보는 작업과 반례들이 사라지도록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는 작업을 끝내 꺼렸다는 점이다. - P147
(활성-종합 모델에 따르면) 꿈은 일종의 광기이고 환상의 급습이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또한 감정과 상징으로 충만해 있고 임의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며 무한한 다양성을 지닌다. 꿈꾸기는 뇌의 기억 은행 속에 있는 정보를 재조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 현상일 개연성이 높다. 다시 말해 꿈은 무심결에 뇌의 검열을 통과하는 숨겨진 기억과 야만적 감정의 산물이 아니다. 꿈의 실체는 프로이트의 상상과는 거리가 너무 먼 것이었다. - P148
잠이 든 상태에서는 감각 정보가 거의 입력되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 두뇌는 뇌간(腦幹)에서 시작된 충동들에 따라 내적으로 활성화된다. 충동들이 만들어 내는 혼란 속에서 의식적 두뇌는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려 애를 쓴다. 즉 다양한 이미지들을 앞뒤가 맞는 일관된 이야기 속에 짜맞춰 넣으려 한다. 그러나 감각 정보의 순간적인 입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식적 두뇌는 외부적 실재와 연결되지 못한다. - P149
자고 있을 때에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자극이 없다. 따라서 두뇌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즉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적 두뇌가 깨어나서 통제권을 다시 쥐게 되고 모든 감각과 운동 입력이 다시 회복되고 나면 판타지는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의식적 두뇌는 그 판타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제공하려 하지만 실패로 끝난다. 결국 꿈의 해석 자체가 일종의 판타지가 된다. 꿈과 관련된 심리 분석 이론들이 감정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적으로는 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현상은 신화와 종교의 초자연적인 해석에서도 발생한다. - P149
잠은 부신수질 호르몬과 세로토닌 같은 아민이라는 화학적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이 감소하면 뇌를 급습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은 오히려 증가한다. 자신들에 민감하게끔 설계된 신경 세포의 접합부를 적시며 인간의 수면을 통제하는 아민과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은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며 존재한다. - P149
아민은 뇌를 깨우고 뇌가 수의근과 감각 체계를 통제하도록 매개하는 반면 아세틸콜린은 그 반대 작용을 한다. 그래서 아세틸콜린이 우세해지면 의식적 뇌의 활동이 감소하고 순환, 호흡, 소화 그리고 몸의 다른 활동도 마찬가지로 줄어든다. 또한 몸의 수의근이 마비되고 체온 조절 능력 또한 감소한다. 몸이 추울 때 잠드는 게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잠든 상태에서도 눈동자만은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 P149
뇌간에 있는 아세틸콜린 신경 세포가 격렬하게 활성화되어 PGO 파라는 것이 발생하면서 꿈이 비로소 시작된다. - P150
신경 접합부의 아세틸콜린으로 매개되는 전기막 활동은 뇌교(腦橋, pons, PGO의 P에 해당되며 뇌간의 상층부에 위치한 신경 중추의 구근 물질)에서부터 시작해서 뇌의 하층 중앙부까지 올라간다. 그 활동은 시각 신경 회로에서 주요한 스위치 역할을 담당하는 시상(視床, thalamus)의 슬상핵(膝狀核 geniculate nuclei. PGO의 G)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다음 PGO 파는 후두 피질(occipital cortex, PGO의 O)에 전달된다. 이 후두 피질은 뇌의 뒤쪽에 있으며 시각 정보의 통합을 담당한다. - P150
뇌교는 뇌가 깨어 있을 때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주조종실이기 때문에 뇌교가 PGO 체계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게 되면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잘못된 보고가 피질에 전달된다. 물론 실제 몸은 마비되어 있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다음 시각적 뇌는 환상을 보여 준다. 즉 기억 은행으로부터 이미지와 이야기를 끌어내어 뇌교로부터 온 PGO 파에 반응하도록 그것들을 종합한다. - P150
외부 세계의 정보로 인한 제약을 받지 않고 실제 시공간의 맥락과 연속성이 박탈된 상태에서 뇌는 종종 환상과 불가능한 사건을 결합한 이미지들을 급조해 낸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깊은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다른 행성 위를 걸으며 고인이 되신 부모님과 대화한다. 거기에서는 인간, 야생동물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환영들이 출몰한다. - P151
PGO 파가 요동치면 그로인해 우리의 감정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이 꿈에서 저 꿈으로 이동하며 우리의 기분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분노에 휩싸이기도 하며 욕정에 불타기도 하고 심약해지기도 하며 익살스러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걱정이 주를 이룬다. - P151
꿈을 꿀 때 뇌의 조합 능력은 거의 무한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수면 중에는 꿈속에서 무엇을 보든 간에 우리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정말 기이한 사건들조차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 P151
어떤 이는 광기를 잘못된 대안들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을 선택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꿈은 광기로 충만해 있다. 우리는 미친 사람으로서 무한 질주하는 꿈의 풍경을 가로지르며 헤매고 있는 것이다. - P151
강한 자극은 감각의 장벽을 돌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자극을 받고도 우리가 잠에서 깨지 않는다면 그것은 꿈속 이야기로 편입된다. - P151
꿈에서는 고통, 메스꺼움, 목마름, 배고픔과 같은 육체적 현상들을 좀처럼 경험할 수 없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일시적인 수면 무호흡증으로 고생하는데 꿈속에서는 그런 상태가 질식이나 익사의 환상으로 변환될 수도 있다. - P152
꿈에는 냄새나 맛이 없다. 그런 감각 회로의 통로들은 잠자는 뇌의 아세틸콜린 분비에 따라 차단된다. - P152
우리가 그(꿈을 꾼) 후에 곧바로 깨지 않는다면 어떠한 세부 사항도 기억하지 못한다. 꿈중에 95~99퍼센트는 완전히 잊혀진다. ...(중략)... 이렇게 놀라운 기억 상실증은 잠을 잘 때에는 아민 신경 전달 물질의 농도가 낮기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시키기 위해서는 이 신경 전달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152
꿈이 깨어 있는 동안에 배운 정보를 정돈하고 통합한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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