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뇌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공학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여기서 공학적인 방식이라는 것은 건축물의 구조를 하나하나 쪼개서 보는 것과 비슷하게 뇌의 구조를 각각의 영역별로 쪼개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뇌의 전체적인 구조가 구 모양으로 된 이유 및 세포 단위로 이루어진 뇌의 구성 요소들에 대해 살펴봤었고, 오늘은 이러한 세포들이 고도의 통합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일부 용어들은 좀 생소하게 느껴져서 인터넷에 검색해가면서 읽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들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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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뇌에 대한 파편화된 지식들을 하나하나 꿰어가면서 마음을 만들어 내는 물리 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통해 뇌의 각 부분이 어떻게 상호연관되어 작동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독자인 나는 뇌과학자가 아니기에 전문적으로 뇌를 연구하는 연구자들만큼의 수준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뇌의 작동원리를 간단하게나마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에 읽었던 《뉴턴 하이라이트, 수면과 기억의 뇌과학》이라는 책에서 뇌의 구조와 관련된 그래픽들을 일부 접해봤던터라, 지금 읽고 있는 이 《통섭》에 나오는 각종 설명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확실히 텍스트만 읽는 것보다는 관련된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며 생각하는 것이 이해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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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마음과 의식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표현되고 설명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이것들을 보면서 과학자들의 사고방식과 과학자가 아닌 일반사람들의 사고방식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공들여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라는 책에 나왔던 내용을 떠올려보자면, 어떤 동일한 대상을 보더라도 과학자들과 비과학자들 간에는 그것을 보는 관점이나 생각이 엄연히 다르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하자면 과학자들은 어떤 것을 말할 때 객관적이거나 실험 등을 통해 밝혀진 물리적인 증거에 입각해서 얘기하는 반면, 비과학자들은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에 근거하기보다는 단지 직감이나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 또는 느낌에 따라 얘기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솔직히 작년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단지 머리로만 이해했었는데, 오늘 이《통섭》의 본문에 나온 마음과 의식에 대한 과학자의 정의를 보면서 유시민 작가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도 이해의 깊이가 한 층 더 깊어진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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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뇌의 속성에 대해 잠시 살펴봤는데, 독자인 내가 느낀 핵심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뇌는 그저 존재할 뿐이고, 각각의 영역이 신경 활동에 의해 얽힐 때 의식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로 좀 더 다뤄보겠다.


고도의 통합이 뇌 속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뇌 속의 회로 배선이 매우 복잡하고 정확해야 한다. 그렇다면 뉴런의 연결이 어떤 경우에 가장 많아질 수 있을까? 뇌의 구성 요소가 살아 있는 세포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 보자. 많은 다른 세포체(cell body)에 개별적으로 닿고 전달되는 축삭의 끝부분들이 실처럼 연장되면서 자라날 때 뉴런 연결의 수가 최고로 증가한다. - P195

축삭의 방전은 축삭 나무의 말단 가지들로 이동한다. 이렇게 이동한 신호는 다른 세포체에 닿음으로써 수용된다. 또한, 신호 전달은 세포체뿐만 아니라 수상 돌기(dendrite)가 축삭 나무의 말단과 연결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 P195

전체 신경 세포를 축소된 오징어라고 상상해 보자. 한 묶음의 촉수들(수상 돌기)이 그 몸통으로부터 뻗어 나와 있다. 한 촉수(축삭)는 다른 촉수들보다 훨씬 더 길다. 그리고 그 촉수의 말단으로부터 더 많은 촉수들이 가지를 치고 나온다. 메시지는 오징어 몸통과 짧은 촉수들에 접수되어 긴 촉수를 따라 다른 오징어에 전달된다. 말하자면, 뇌는 1조 마리의 오징어가 함께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다. - P195

세포 간 연결 ㅡ좀 더 정확히 말해 연결점과 그 연결점 들을 분리하는 초미세 공간ㅡ 을 우리는 시냅스(synapse)라 부른다. - P195

전기 방전이 시냅스에 이르면 그 방전은 말단 가지의 끝부분으로 하여금 신경 전달 물질을 방출하도록 한다. 이때 방출되는 화학 물질은 수용 세포 내에서 방전을 일으키거나 방전을 일으키지 못하게 만든다. - P195

각 신경 세포는 축삭의 말단부에 위치한 시냅스를 통해서 신호를 수많은 다른 세포들에 전달하고 세포체와 수상 돌기에 있는 많은 시냅스를 통해서는 신호를 입력받는다. 각각의 경우에 신경 세포는 축삭을 따라 다른 세포들에 충격을 가하거나 가만히 내버려 둔다. 이 두 가지 반응은 신경 충격을 준 모든 세포들로부터 받은 신경 전달 물질의 총합에 따라 달라진다. - P196

전체 뇌의 활동, 즉 의식적 마음에 의해 경험된 각성과 일시적 기분은 수많은 시냅스를 적시고 있는 신경 전달 물질들의 수준들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 P196

신경 전달 물질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rin), 세로토닌 그리고 도파민이다. 그밖에는 아미노산 감마아미노부티르산(r-aminobutyric acid, GABA)이 있으며 놀랍게도 기본적인 기체인 산화질소도 있다. - P196

어떤 신경 전달 물질은 자신이 접촉하는 뉴런을 흥분시키지만 다른 것들은 억제한다. 신경 체계 내부의 회로 위치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물질들도 있다. - P196

태아와 영아의 신경 체계가 발생하는 동안에 뉴런들은 마치 오징어의 촉수가 성장하듯이 축삭과 수상 돌기를 세포 환경 속으로 확장시킨다. - P196

뉴런들이 만드는 연결은 정확하게 프로그램되어 있고 그 운명은 화학적 자극이 결정한다. 각 뉴런들은 각 장소에서 신호 전달의 특수한 역할을 하도록 조화롭게 조직되어 있다. - P196

축삭은 몇백만분의 1미터나 수천분의 1미터 정도까지만 뻗어나갈 수도 있다. 수상 돌기와 축삭 나무 말단부는 수없이 다양한 모양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이파리가 다 떨어진 겨울나무같이 성길 수도 있고 펠트 융단처럼 촘촘할 수도 있다. - P196

순기능과 아름다움은 같이 가는 법이다. - P196

"밝은 색의 나비를 쫓는 곤충학자처럼 나는 복잡 미묘하고 우아한 형태를 가진 세포, 즉 영혼의 신비로운 나비를 회색 물질의 정원에서 사냥하고 있었다. 그 나비의 날갯짓은 언젠가 ㅡ그 누가 알랴?ㅡ인간 정신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줄지도 모른다." _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 P197

뉴런 체계들은 신호를 받고 중계하는 네트워크를 이룬다. 그 체계들은 다른 복합체들과 교신함으로써 체계들의 체계를 만들고 쌍방향의 회로를 형성한다. 이것은 마치 뱀이 자기 꼬리를 물 듯 맞물려 있는 꼴이다. - P197

각 뉴런은 다른 많은 뉴런들의 축삭 나무 말단부들에 접촉되어 있고 그 뉴런이 활성화될 것인지는 마치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 투표처럼 결정된다. - P197

신경 세포는 마치 모스 부호 체계처럼 띄엄띄엄 점화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한다. 세포가 만드는 연결들의 수, 신호의 전달 양상 그리고 사용되는 신호에 따라 그 세포가 뇌의 전체 활동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결정된다. - P197

당신이 호미니드의 뇌를 설계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최적 설계 원리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정보 전달이 특수화된 기능들을 충족시키는 뉴런 회로들이 집합체로서 함께 자리 잡을 때 향상된다는 점이다. 신경생물학자들에 따르면 감각 중계소, 통합 중추, 기억 모듈 그리고 감정 통제 중추 등이 진짜 뇌에서 그러한 집합체에 해당된다. - P197

신경 세포체들은 층이라 불리는 평평한 집합소 내에 모여 있고 핵을 에워싸고 있다. 대부분의 신경 세포체들은 뇌의 표면이나 그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들은 축삭들로 서로 엉켜 있을 뿐만 아니라 더 깊은 곳에 존재하는 뇌조직과 연결되어 있는 다른 세포체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 결과,
다량의 세포체들로 인해 표면은 회색이나 밝은 갈색을 띠고 뇌의 안쪽 부분은 축삭의 미엘린 수초 때문에 흰색을 띤다. - P198

인간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큰 동물들 중에서 몸 크기에 비해 뇌용량이 가장 큰 동물일 것이다. 영장류의 한 종으로서 인류의 뇌는 틀림없이 물리적 한계점에 이르렀거나 그것에 가까이 가 있다. - P198

심지어 어른 뇌 크기조차도 공학적으로 보았을 때 위험하다. 왜냐하면 머리는 깨지기 쉽고 그 내부에는 뼈와 살이 복잡 미묘한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게다가 그 사이에 액체가 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속에 있는 뇌는 손상되기 쉬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인간은 쉽게 정신을 잃기도 하고 뇌와 관련된 장애로 고통받기도 한다. - P198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물리적으로 폭력적인 접촉을 피하려고 한다. 우리 조상이 야만적인 힘과 지성을 맞바꾸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송곳니로 무장한 적을 붙잡고 때려눕힐 필요가 없다. - P198

뇌의 용량이 이렇게 본래부터 제한되어 있다면 의식적 사고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고차원의 통합 체계와 기억 은행을 두개골 속을 집어넣으려면 묘수가 있어야 한다. 실현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뇌의 표면적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 P198

넓은 종이에 세포들을 뿌려 놓고 그것을 구겨서 공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인간의 대뇌 피질은 표면적이 1,000제곱인치 정도의 종이와도 같다. 그 대뇌 피질은 1제곱인치당 수백만 개의 세포체로 쌓여 있고 종이접기와 같이 꾸불꾸불하게 접히고 뭉쳐져서 1리터 정도의 두개골 공동 속에 쏙 들어간다. - P198

우리가 어떤 좋은 것을 소유하고 있건 그것은 길고 지난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얻어낸 것이다. 인간의 뇌는 4억 년간 이뤄진 시행착오의 증인이다. 그리고 그 흔적은 화석 기록과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추적할 수 있다. - P199

분자생물학적 상동 관계를 따지는 분자계통학에 따르면 어류, 양서류, 파충류, 초기 포유류 그리고 인간을 제외한 모든영장류가 거의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서열들이 존재한다. 마지막 단계인 인간에 와서 뇌는 언어와 문화에 적합하게끔 급진적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것은 텅 빈 두개골 속에 최신 컴퓨터를 이식하는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뇌에는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 P199

과거의 뇌는 원래 본능의 운반자로서 조직되었는데 새로운 부분들이 조금씩 추가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했다. 새로운 뇌는 옛날 뇌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기능들을 추가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생명은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인간 본성이라는것이 생겨났다. - P199

동물적 기교와 감정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정치와 예술의 열정을 합리성과 함께 묶어 낸 천재. 우리는 생존의 새로운 장치를 창조하기 위해 이런 천재가 되었다. - P199

열정과 이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P199

감정은 이성을 당혹케 만드는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 P200

진보는 사소한 발견과 조심스러운 추론을 통해 이뤄지는 법이다. - P200

인간 뇌는 어류에서 포유류에 이르는 척추동물 전체에서 발견되는 세 가지 원시적인 구역을 보존하고 있다. 능뇌(能腦, hindbrain), 중뇌(中腦, midbrain), 전뇌(前腦, forebrain)가 그것이다. 뇌간으로 지칭되는 능뇌와 중뇌는 부풀어 오른 전뇌를 떠받치고 있다. - P200

능뇌는 뇌교(腦橋, pons), 연수(延髓, medulla), 소뇌(小腦, cerebellum)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들이 공동으로 호흡과 심장 박동과 신체 움직임을 조절한다. 중뇌는 잠과 각성을 통제하며 청각 반응과 지각을 부분적으로 조절한다. - P200

전뇌의 중심에는 감각 정보의 통합과 전달뿐만 아니라 감정적 반응들을 조절하는 교통 통제소인 변연계(limbic system)가 있다. 전뇌의 핵심 부분은 편도체(감정), 해마(기억, 특히 단기 기억), 시상하부(기억, 온도 조절, 성적 충동, 배고픔, 목마름) 그리고 시상(온도 의식, 냄새를 제외한 모든 감각, 고통 의식 그리고 몇몇 기억 절차의 중재)이다. - P201

전뇌는 대뇌 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성장하고 확장되어 결국 뇌의 다른 부위를 덮어 버렸다. 의식의 일차 소재지로서 전뇌는 감각 기관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를 저장하고 대조한다. 전뇌는 자율 운동을 지휘하고 말하기 능력과 동기 부여를 포함하는 상위 기능들을 통합한다. - P201

이 세 가지 구획ㅡ능뇌와 중뇌를 합한 것. 변연계, 대뇌 피질ㅡ의 핵심 기능들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명확히 요약될 수 있다. 심박(heartbeat), 심금(heartstrings) 그리고 냉철(hearttless). - P201

의식 경험의 자리는 전뇌의 한 부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정신 활동의 상위 단계는 전뇌의 여러 부분들에 퍼져 있는 회로들을 통해 구현된다. 가령 색깔을 보거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각 정보는 망막의 원추세포와 중간 신경 세포로부터 시상을 통해 뇌의 뒷부분에 있는 시각 피질로 전달된다. - P201

정보가 각 단계에서 암호화되고 새롭게 통합된 후에 그 정보는 뉴런 점화 패턴을 통해 외측 피질의 언어 중추를 향해 퍼져 나간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빨간색을 보고 "빨갛다." 라고 말한다. 만일 이 현상을 생각한다면 그 패턴과 의미의 연결은 더 늘어나야 하고 따라서 뇌의 활성 부위는 더 넓어진다. 그 연결이 더 새롭고 복잡할수록 이런 확산 활성의 양은 더 늘어난다. 그런 경험을 통해 그 연결이 더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것은 점점 자동화된다. 그래서 동일한 자극이 이후에 들어오면 새로운 활성은 줄어들고 그 회로는 좀 더 예측 가능해진다. 결국 이런 절차는 ‘습관‘이 된다. - P202

기억 형성 경로들 중 하나에서는 감각 정보가 대뇌 피질에서부터 편도체, 해마, 시상 그리고 전전두피질(이마 바로 뒤에 있다.)로 전달되고 다시 저장을 위한 피질의 원래 감각 영역으로 전달된다. 암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해독되고 뇌의 다른 부분들에서 들어오는 입력에 따라 변경된다. - P202

신경 세포가 워낙 작기 때문에 상당량의 회로는 매우 협소한 공간내에 묶일 수 있다. 뇌의 기저부에 있는 주요 중계 · 통제소인 시상하부는 대략 리마콩(강낭콩의 일종)만 하다. (다른 동물들의 신경계는 이보다 훨씬 더 작다. 예를 들어 모기를 비롯한 작은 곤충들의 뇌는 비행에서 짝짓기까지 복잡한 일련의 본능 행동들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육안으로는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 - P202

인간 뇌의 특정 회로의 교란은 종종 기이한 결과들을 낳는다. 대뇌 피질의 옆면과 뒷면을 차지하고 있는 두정엽(頭頂葉, prietal lobe)과 후두엽(後頭葉, occipital lobe) 밑면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실인증(prosopagnosia) 이라고 불리는 희귀한 증상이 나타난다. 실인증 환자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다. 또 특이하게도 그 환자는 얼굴이 아닌 다른 대상들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데 문제가 없다. - P202

자유 의지를 생성하고 지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중추가 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방 대상 고랑(anterior cingulate sulcus) 내부나 적어도 그 근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자기 자신의 복지에 대한 주도권과 관심을 잃는다. 그들은 매순간 집중하지는 못하지만 압력을 받을 때에는 생각하고 반응한다. - P203

다른 복잡한 정신 작용들도 뇌의 많은 영역들이 관여함으로써 발생하는데 특정 부위에 교란이 생기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측두엽 간질 환자는 종종 과종교증過宗敎症, hyperreligiosity)을 보인다. 예컨대 크든 작든 모든 사건들에 우주적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의 비전을 비전문가 수준에서 시, 편지, 소설 등의 형태로 표현하려는 강박증, 즉 과묘사증(過描寫症, hypergraphia)을 보이기도 한다. - P203

감각통합에 사용되는 신경 회로도 상당히 특수화되어 있다. 피험자가 동물의 사진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PET 영상으로 촬영하면 피험자의 시각 피질은 물체 외양의 미묘한 차이를 가려낼 때와 동일한 활성 패턴을 보인다. 반면 피험자가 조용히 연장이 그려진 사진들에 이름을 붙이면 신경 활성은 손의 움직임과 행동 단어들 ㅡ 가령, 연필에 대해서는 "쓰다."와 같은 ㅡ 과 연관된 피질 영역으로 전이된다. - P203

마음은 의식 경험과 잠재 의식 경험의 흐름이다. 마음의 뿌리에는 감각 인상의 암호화된 표상과 기억 그리고 감각 인상의 상상이 있다. - P204

마음을 구성하는 정보는 방향과 크기를 지시하는 벡터 암호를 통해서 저장되거나 쉽게 검출된다. 가령 어떤 맛은 각각 달다. 짜다. 시다의 정도를 표현하는 신경 세포들의 활동들을 합함으로써 분류할수도 있다. 만일 뇌가 각각의 맛을 10단계로 구분해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우리는 10×10×10=1,000개의 맛, 즉 물질을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P204

의식은 그러한 암호화 네트워크가 병렬 처리되는 과정이다. 1초에 40번의 주기로 신경 세포의 동기화된 발화를 통해 많은 의식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런 과정 때문에 다중 감각 인상의 내부 지도 그리기가 동시적으로 이뤄진다. - P204

몇몇 인상은 신경계 밖의 계속적인 자극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실재를 표상하지만 다른 것들은 피질의 기억은행에서 회상되는 것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합해져서 시나리오를 창조하는데 이 시나리오는 실제로 시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그 시나리오들은 가상현실이다. 그것들은 외부 세계의 일부와 거의 일치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 분리될 수도 있다. 그 시나리오들은 과거를 재창조하고 앞으로 하게 될 생각과 행동을 위한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구축한다. 또한 조밀하고 세밀하게 분화된 뇌 회로의 패턴을 구성한다. - P205

외부로부터의 입력에 완전히 개방되면 그 시나리오들은 감각 기관의 감시를 받는 몸의 활동들까지 포함한 환경의 모든 부분들에 잘 대응한다. - P205

뇌 안에서 누가 혹은 무엇이 이 모든 활동들을 감시하는가? 어떤 이도, 어떤 것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뇌의 어떤 영역도 그 시나리오를 볼 수는 없다. 그것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의식은 이 시나리오들로 구성된 가상 세계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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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5월말에 시작만 해놓고 다른 책들 읽는다고 미뤄뒀다가 다시 집어들었다. 한동안 정보 전달 위주로 된 비문학 위주로 읽다가 간만에 소설을 읽으니 글이 쭉쭉 잘 읽히고 진도도 잘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서머싯 몸의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을 언급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저자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이것은 이《표백》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구도와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이런 것을 보면서 작가가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들 가운데 배경지식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글감이 훨씬 더 풍부해질 수 있겠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자가 예로 든 서머싯 몸의 작품을 제목만 들어봤을 뿐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향후에 기회가 되면 관심을 갖고 찾아서 읽어볼 수 있길 바래본다. 그리고 만약에 읽게 된다면 오늘 처음으로 밑줄친 부분의 의미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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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내 입으로 직접 언급하기 좀 꺼림찍한 단어지만 ‘ㅈㅅ‘ 이라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이 행위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표현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반복적으로 풍긴다. 이와 동시에 이 행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일정부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 목숨이라는 게 두 개도 아니고 한 개뿐인데‘ 하는 생각으로 인해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지 여부는 독자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다만 저자가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던짐으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해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 것일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주제의 끔찍함(?)과는 별개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은 하지만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면 ...(중략)... 그건 당신이 충분히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굴레》《달과 6펜스》《어센덴》등 서머싯 몸의 작품에서 되풀이되는 테마가 있는데, 바로 너무 천박하다고 생각해 경멸해 마지않는 상대와 지긋지긋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천박하다고 여기고 그런 자기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긴장 상태가 포인트다.

‘인생은 불가해한 것‘

몸은 그런 괴이한 사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마치 재활 노력에 번번이 실패하는 마약중독자나 도박중독자의 상황처럼 묘사하는데, 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어차피 이 세상에 내가 원하는 싸움은 없어.

어떤 쓰레기 같은 짓을 해도 주변 사람들이 항상 관심을 보이고 매력을 느낀다 ...(중략)... 현실에서 그럴 정도로 재능이나 매력을 갖춘 캐릭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나?"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어떤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고, 지금 하지 않으면 이 기회는 지나가 버려.

왜 내가 이 기회를 저버려야 해? 다른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 닳고 닳아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이야.

목숨을 바쳐 추진해야 할 목적이 생기니 지금 얼마나 활기에 차 있는지.

"어떤 일이 위대해지려면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내가 시대정신을 꿰뚫어봤다는 뜻이 되는 거야."

누군가가 손을 비비며 애원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가? 엄청나게 코믹하고 궁상맞아 보인다. 희극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사회가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

믿고 기다려보면 알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일탈할 때조차 정말 독특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가 궁극적으로 바뀌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간의 가치 하락은 인간이 하등의 항의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_버나드 맬러머드

아이러니했다. 식객이 집주인에게 큰소리치고 있는 꼴이.

딱히 별 이유도 없이, 동정심도 관심도 아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는‘ 관성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당신 주변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절대 생활이 곤궁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살하지 마라. 그런 때 자살하면 세상은 당신의 선언을 그저 패배자의 개인적인 도피로 여길 것이다. 여태까지 인터넷 자살사이트나 집단 자살자가 그렇게 많았건만 모두 잊힌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어떻게 자살하든 세상은 뭔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겉으로는 괜찮아보였지만 심적 갈등이 심했고 도피처를 찾던 중이었다."라고 우겨댈 것이다. 그러므로 기다리고 참았다가 당신 삶의 중요한 성취를 이뤘을 때 실행하라. 이 선언이 분명한 사회적 저항임을 전달하려면 그래야 한다.

창의적이면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길 바란다

시험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티끌만 한 유불리에 부들부들 떨면서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전형적인 고시생의 모습

공감은 하지만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면 ...(중략)... 그건 당신이 충분히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어떤 주장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는 항상 여러 차원과 수준이 있다.

종교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전세계가 6일 만에 창조됐고 또 아담과 이브가 과거에 살다 죽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믿지만 창세기는 창조에 대한 비유라고 타협한다. 어떤 사람들은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석하면서도 10계명과 예수의 가르침 중 일부는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여긴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그리스도라는 고대 유대인을 통한 구원은 믿지 않지만 우주에 하나의 절대 원리가 있고 그를 통한 영적 구원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전부 부정하지만 종교에 사회적 순기능이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주는 신이나 악마가 없이 혼돈 그자체이며 종교를 인류 이성에 대한 거대한 범죄라고 인식한다. 이들 중 어디까지를 종교인으로, 어디서부터를 무신론자로 볼 것인가?

어떤 교회는 자신들의 교리 중 사소한 부분 하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사탄의 자식으로 간주하고 그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불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다.

모든 혁명의 목소리가 처음에 그랬듯이, 우리의 주장은 다듬어져 있지 않다. 아마 당신은 우리보다 더 빈틈없는 논리와, 손실을 줄이면서도 더 효과적인 수행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공산혁명을 주장했지만, 공산혁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과 이 세대의 운명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넓은 의미의 선언자다.

"그 방식은 과격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라고 맞서며 우리의 논리를 그 자리에 소개한다면 당신은 선언자다.

우리 세대가 하루하루 좌절에 빠지는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

공격은 언제나 번개같이 빠르고, 위협적이어야 한다.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오래 달리기 요령 ...(중략)... 보폭을 너무 크게 하지 말고 숨은 짧게 두 번 들이쉬었다가 두 번 내뱉는다.

완성된 사회라는 것은 구성원 또는 계층 간의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완성된 사회는 그런 갈등과 모순이 어느 범위 이내에서 더 커지지 않는 상태로 지속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완성된 사회에도 근본적인 불의와 부조리는 있으나, 완성된 사회는 한 가지 답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그 부조리를 피해간다.

이 시스템(완성된 사회)에서는 어떤 모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또 어떤 모순도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는 쌓이지 못한다. 고작 해야 ‘선거 혁명‘이다. 즉, 오늘날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사이의 논쟁은 적당한 온도의 온수를 놓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관과 차가운 물이 나오는 관 사이에 레버를 어느 위치에 놓느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 불과하다.

체제를 위협할만한 심각한 모순이 없는 가운데, 완성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데올로기인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사상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진보세력이 대안이라고 내놓는 이데올로기는 기실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 틀 안에서의 미세 수정에 불과하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과격한 이데올로기 대부분은 그 현실성을 따지기도 전에 논리의 정합성과 일관성에서 절망적으로 유치한 수준에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를 포함한 우리 이후의 세대들은 혁신적인 사상을 내거나 시도할 수 없고, 그런 까닭에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표백 세대)에게 지배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위대한 일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는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출세나 개인적인 성공과 같은 보다 작은 성취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완성된 사회는 개인적인 성공에 대해 사실상 단 하나의 평가 기준만 지니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결합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다.

자유민주주의는 교리에 따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가치 면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수정자본주의는 시장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평가 척도 한 가지만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두 이데올로기가 결합한 가치체계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그 사람이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독재자나 범죄자가 아닌가)‘ 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시장가치를 갖고 있는가‘ 가 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사회의 젊은이는 부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증명하려면 돈을 버는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가치를 주장할 다른 방법이 없다.

군대를 일으켜 무공을 세우는 일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어긋나며, 단식과 묵상으로 깨달음을 얻는 행위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를 놓고 벌이는 시합에서도 표백 세대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완성된 사회는 가능성이 그만큼 고갈된 사회이기 때문에, 부를 창출하는 능력에서도 성숙한 단계에 있다. 닷컴 열풍, 부동산 시장 활황과 같은 국지적인 성장은 때때로 가능하지만 산업화 초중반에 볼 수 있었던 ‘경제 전반에 걸친 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완성된 사회의 경제성장률은 이론적으로 0퍼센트에 가까워야 한다.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하며, 그들에게 열린 가능성은 사회가 완성되기 전 패기 있는 구성원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가장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조차 엘리트 조직의 끄트머리가 되기 위해 몇 년을 골방에 처박혀야 하고, 그런 노력이 결실을 얻은 뒤에도 조직의 말단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표백 세대는 같은 세대 뿐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사회 각 분야가 고도로 발전해 있고 표백 세대들이 가진 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불리한 게임이다. 분배 방식이라는 게임이 규칙조차 기성세대가 정한 것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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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기억의 과학 - 최신 과학으로 풀어낸 수면과 기억의 메커니즘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141
뉴턴프레스 지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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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질 향상과 기억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문에 나온 친절한 설명 및 관련된 그래픽은 수면과 기억에 관련된 뇌과학의 세세한 과정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막판에는 치매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잘 몰랐던 내용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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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러가지 기억들 중 ‘작업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억인데, 이러한 기억의 속성을 보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단순히 다 똑같은 기억이 아니라 그 세부적인 특징에 따라 좀 더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만나봤던 메타 기억, 과잉 기억 등을 포함해 실제로 이 책에 소개되는 기억들만 봐도 참으로 다채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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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기억을 잘하지 못하게 되는 치매 현상과 관련된 얘기들이 나온다. 본문 내용을 통해 우리가 종종 들어서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 소체형 치매 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들의 특징들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이외에도 치매 이후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고,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사망에 이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질병들이 차이가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간단히 핵심만 언급하자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감염성 질환보다는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책에서는 그래프로 시각적인 비교가 가능하게 나와있어서 좀 더 직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치매 환자를 보호하는 보호자들이 환자의 행동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환자들을 케어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이 있다면 참조해서 해볼만한 노하우들이 소개되어 있기에 유익하다고 느껴졌다.

무엇인가 목적 있는 행동을 할 때, 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 중에서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쇼핑하려고 생각했을 때 집을 나설 시간, 가는 길, 들를 가게, 사야할 물건 등, 일련의 목표를 정한 다음 행동에 옮긴다. 그때, 시간과 순서 등을 일시적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들은 목적하는 행동이 끝나면 재빠르게 사라진다. 행동을 위해 뇌 안에 일시적으로 정보를 보존하는 이런 메커니즘을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한다. - P160

작업 기억은 선택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였다가 작업이 끝나면 재설정(리셋)되는 특징 때문에 작업대에 비유된다. - P160

작업 기억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행동하면서 기억하는, 처리와 기억의 ‘이중 과제‘가 자주 요구된다. 독서를 예로 들면, 필요한 내용을 잠시 보존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처리가 필요하다. 대화와 암산, 요리 등도 마찬가지로, 기억과 처리가 요구된다. - P160

동시에 하는 보존과 처리의 총량이, 즉 개인의 작업 기억 용량의 한계에 이르면, 작업 속도가 느려지거나 실수나 망각을 하게 된다. 일상생활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작업 기억이 꼭 필요하다. - P160

작업 기억 용량이 큰 사람은 ‘독해력‘, ‘주의 제어력‘(예를 들어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당장은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하는 것)과 ‘자기 모니터링‘에도 뛰어나다고 한다. - P161

자기 모니터링이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아는 것을 말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말하자면 자기를 감시하는 마음의 기능이다. - P161

작업 기억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떨어진다. ...(중략)... 이 저하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독서나 요리 등 작업 기억을 사용하는 일을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 P161

스마트폰 등의 외부 기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작업 기억의 저하로 이어진다. ...(중략)... 작업 기억 감소는 어린이들의 독해력, 더 나아가 사고력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업 기억을 잘 유지하는 일은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 P161

전전두 영역(작업 기억의 중추)은 작업 기억에 실린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해 고차 운동 영역에 지령을 내린다. - P160

전전두 영역은 작업 기억에 실린 정보를 바탕으로 강하고 급격한 감정, 즉 정동(情動)을 관장하는 대뇌 편도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등의 작용을 적절하게 조정한다. - P160

인생의 남은 시간이 적은 고령자는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동기가 작기 때문에 감정적인 충족을 우선시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따라서 긍정적인 것에 관심을 갖기 쉬워진다 ...(중략)... 같은 이유에서, 돈이나 새로운 자극에 관심이 적어지며 친밀한 인간관계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 P163

우리의 인지 기능 가운데, 나이가 들면 쇠퇴하기 쉬운 것이 ‘기억력‘ ‘주의력‘ ‘처리속도‘이다. - P164

‘어제 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는가‘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일화에 관한 기억 능력은 쇠퇴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 P164

‘주의력‘이란 어떤 것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외에 다양한 것에 주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가운데, 주의를 배분하는 능력이 빠르게 쇠퇴하기 쉽다고 한다. - P164

다양한 인지 기능이 쇠퇴한 결과, ‘처리 속도‘, 즉 ‘두뇌 회전‘ 이 느려진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 P164

운전할 때는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을 인식해, 복수의 선택지 가운데 최적의 것을 재빠르게 골라 실행해야 한다. 복수의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인식하고 실행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선택 반응 시간‘이라고 하는데,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인지와 판단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택 반응 시간이 증가해 운전 조작을 제대로 할수 없게 된다. - P164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나이에 따른 인지 기능 쇠퇴이고, 또 하나는 치매같은 질병 때문이다. - P164

나이가 들면, 뇌 신경 세포의 기능이 쇠퇴하거나 신경 세포가 죽는데, 그로 인해 뇌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활성 산소‘는 세포의 구조와 DNA를 손상시킨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손상이 축적되면 뇌의 기능은 떨어진다. - P164

가지 돌기의 가시, 즉 ‘스파인(spine)‘이 위축되는 것도 기능 쇠퇴의 원인이다. 신경 세포끼리는 ‘신경 전달 물질‘이라는 물질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전달한다. 스파인은 다른 신경 세포가 방출한 신경 전달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는 돌기 모양의 부분이다. 이것이 위축되면서 신경 세포끼리의 연결이 나빠진다. - P164

신경 세포의 ‘신경 돌기(축삭)‘라는 부분에 변성 등의 이상이 생기거나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어드는 것도 노화로 인해 인지 기능이 쇠퇴하는 원인의 하나로 여겨진다. - P165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의 신경 세포는 새로운 신경 회로를 형성하거나 이미 있는 회로의 결합 강도를 변화시켜 새로운 기억을 정착시키는데, 나이의 영향을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활성 산소 등의 공격으로 변화가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 P165

인지 기능 쇠퇴를 막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동맥 경화는 뇌의 혈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금연은 특히 효과적이다. - P165

운동과 인지 훈련 외에 한 끼 식사에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먹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단순한 노화 이상으로 인지 기능의 쇠퇴가 진행되면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 P165

‘치매‘는 뇌의 신경 세포가 변성하는 등의 이유로 사고, 이해, 기억, 계산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 P166

치매에는 70개 이상이나 되는 종류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 소체형(Lewy小體型) 치매‘의 3종이 90%를 차지한다. - P166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라는 단백질 ‘쓰레기‘가 뇌 속에 쌓임으로써 신경 세포가 죽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중심으로 뇌가 위축된다. 치매 가운데서도 기억에 관한 장애(기억 장애)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특히 새로 기억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 P166

혈관성 치매는 성인병이 원인으로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파괴됨으로써 뇌 세포의 괴사가 일어나 인지 기능이 쇠퇴하는 병이다. 손발의 저림이나 감정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특징적이다. - P166

루이 소체형 치매에서는 뇌 속에서 단백질이 모여 ‘루이 소체‘라는 작은 덩어리가 생기고 신경 네트워크에 이상이 일어난다. 젓가락을 들 수 없게 되는 등의 ‘운동 장애‘나, 움직이는 동물 등이 보이는 ‘환시‘가 주된 증상이다. 한편 뇌의 위축은 적고 기억 장애도 가벼운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 P166

치매에서는 뇌의 장애에 의해 ‘핵심 증상‘이 나타나며, 그에 따라 ‘주변 증상‘이 나타난다. 망상이나 폭언 등의 주변 증상은 돌보는 사람과 관계가 나빠지는 계기가 되며, 증상을 억제하는 치료가 특히 필요하다. - P166

무언가를 잊었다는 자각이 있는 경우는 노화에 따른 건망증이라고 생각된다. 치매에 의한 기억 장애에서는 잊었다는 사실 자체도 잊어 자각할 수 없다. - P166

(치매) 핵심 증상

• 기억장애

• 일시나 장소 파악 장애

• 계획적 실행의 장애

• 인지, 행동, 언어 장애

• 판단력 장애

• 성격 변화

(치매) 주변 증상.

• 우울

• 불안 초조

• 망상

• 배회나 움직임이 많음

• 폭언이나 폭행

• 식사 행동이나 성행동의 이상 등 - P167

같은 운동 장애가 일어나는 ‘파킨슨병‘과 루이 소체형 치매는 인지 장애의 유무에 따라 구별되는 연속된 병으로 생각된다. - P166

세계 전체의 사망 원인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다. 허혈성 심장 질환이란 심근 경색 등 심장의 혈관이 막힘으로써 일어나는 심장병이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파괴되는 ‘뇌졸중‘이다. - P168

알츠하이머병은 일반적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이나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뇌의 기능이 쇠퇴함으로써 음식물을 먹는 기능과, 폐나 심장의 기능을 저하시켜 최종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알츠하이머병은 죽음과 직결되는 병이다. - P169

치매 증상은 점차 악화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처음에는 건망증 정도였던 기억 장애가 점점 중증화함과 동시에 인식 장애, 배회, 불결 행위(변을 만진다)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나타나고 평균 8년 정도에 죽음을 맞는다. - P170

치매의 약물 요법은 약을 통해 증상을 어느 정도 억제해,
진행을 늦추기 위해 사용된다. - P170

치매 예방을 위해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계산 등을 하는 ‘인지 훈련‘이 주로 권장된다. 이것들은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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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다
차현나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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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어떤 일을 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간단한 사례와 함께 살펴봄으로써 전반적인 업무의 진행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진로선택과 관련된 저자만의 노하우인 ‘캐릭터 마이닝‘ 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은 취업이나 이직 혹은 전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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