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두 달 전에 초반부만 살짝 읽고 다른 책들을 읽느라 한동안 손놓고 있었는데 드디어 2달만에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 부분은 ‘어둠의 사육제‘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 후반부인데,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자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영진이라는 인물이 예상치 못한 어려운 상황들로 인해 자신의 이모집에 얹혀 살다가 새로운 월세방을 구하려고 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전에 읽었던 우여곡절의 스토리도 언급하면 좋겠지만 이래저래 복잡한 관계로 본의아니게 여기서는 별도로 적진 않겠다. 혹여나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약 2달 전에 이 책과 관련하여 올린 포스팅을 참조해주시면 좋겠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월세방을 구하기위해 발품을 팔던 영진의 머릿속이 이런저런 잡생각들로 인해 뭔가 복잡하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베란다의 창살 앞에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몸뚱이를 기대어 서면, 저 불빛들은 여전히 무엇인가를 생각할 것을, 무엇인가를 꿈꿀 것을, 무엇인가의 밑바닥을 들여다볼 것을 나에게 강요하곤 했다. - P127

내가 불빛들에게서 고개를 돌리려 할 때마다 그것들은 시위하는 듯이, 입을 모아 야유하는 듯이 우울한 어둠 속에서 저마다 고함 지르며 손뼉을 쳐대고 있었다. - P127

"......나는 빈손이 되고 싶소, 어째서......!" - P131

어떻게 살아 있는 동안 빈손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세상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한 어떻게 완전한 빈 몸뚱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 P132

"어둠 속에서, 야금야금 음식을 축내며, 방바닥을 손톱으로긁으며 버텨왔어! 이것이 사는 건가? 이대로 살아남으라는 건가? 그게 결국 네 양심이라는 건가? 똑바로 말해봐, 넌 그저 달아나고 싶은 거야. 그렇지? 나한테서, 이런 볼썽사나운 놈한테서 도망치려는 거지!" - P134

".....도망치려는 거야, 영영 잊어버리려는 거야! 넌, 넌 나보다 더 비겁한 인간이야......!" - P134

"불을 켜세요!" - P134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없어." - P135

"저기서, 네 베란다에서 내 방을 보고 싶어." - P136

"저기 어떤 사람이 죽어 있어." - P137

"…………더 견딜 수 없어서 죽였어." - P137

다 끝났다.
저 사내는 죽을 것이다. 인숙언니도 죽을 것이다. 나는 뻔뻔스럽게 한낮의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 P138

그 어둠 위로 수천수만의 불빛들이 일제히 점화되었다. 그것들은 마른 톱밥을 사른 불티들처럼 지상의 어둠을 에워싸고 너울대다가 이윽고 먹빛 허공 속으로 손짓하며 스러져갔다. 어디선가 목청껏 고함치는 소리, 합창 소리, 폭죽처럼 터지는 휘파람 소리들이 아득하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 P141

일분일초를 맹렬하게 싸워나가고 있었다. - P150

"난 다 잊어버렸어." - P158

몸집이 큰 사람이 침묵을 지키면 그의 몸이 송두리째 벽처럼 느껴진다. 나는 헛되이 목청을 높여 그 벽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억울해, 억울하단 말이다아." 그러나 벽은 움직이지 않았다. - P159

"집에는 가고 싶지 않다니까.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아." - P164

이상한 일이었다.
한 번도 나의 집에서는 잠들 수 없었던 몸이 간절하게 잠을원하고 있었다. 언제나 나를 향해 날카로운 번민들을 겨누고있던 어둠은 이제는 고요하게 공기 중에 섞여 내 취하고 피로한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 P165

"일단 이 집에 왔으니 넌 손님이야. 손님은 주인마님 말씀을 듣는 법이지." - P166

나에게는 떠나는 일이나 머무르는 일이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어디에 있든 세상이야 달라질 것이 없었다. - P178

밤이 깊을수록 정신이 또렷해지고 있었다. - P180

나는 여전히 껍데기였다. 모든 것은 꿈이었다. 이 새벽, 출근하기 위해 머리를 감는 선주, 아침 밥상, 주름살투성이의 어머니, 석유곤로에 데워진 세숫물, 아랫목에서 뒤척이는 동걸의 분신, 그것이 현실이었다. - P182

객실의 환한 차창이 비추지 않는 곳으로 걸어가면 마음은 어두웠고, 객실의 창이 비추는 곳으로 가면 다시 마음이 밝았다. - P182

‘이 바보들아.‘ 그들에게 나는 속으로 말했다. ‘저 녀석은 우리를 오래전부터 배신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야.‘ - P183

아버지를 비롯하여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나의 미래를 걱정했다. 나는 남들이 하는 취직 공부나 학점 관리에 마음을 써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P184

나는 무엇에 적응할 자신이 있었다.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으며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가 됐든 스스로를 바꿀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다만 그날이 다가오는 것을 늦추고 있는 셈이었다.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며 나는 인생을 미루고 있었다. - P184

모든 것이 변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 P185

사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못 견디게 괴롭던 모든 것들은 세월이 지나자 상처 입은 나의 몸 위로 굴러가 그들이 박힐 자리에 박히고 있었다. - P186

나는 종이컵을 우그러뜨려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우연히 만난 선주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초조한 눈빛, 사교적이면서도 어딘가 경멸이 어린 듯한 형수의 말투, 형들이 이따금씩 던지곤 하는 나의 미래에 관한 질문들, 내가 전화를 걸면 바쁘다는 엄살부터 부리는 친구 녀석들, 그 모든 것에 나는 어느 만큼씩 지쳐 있었다.
그해 가을 나는 결국 취직을 했다. - P186

그들은 우리가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와서 그것을 어쩔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새 한 걸음씩 물러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 P187

나로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직장 생활은 의외로 견딜 만했다. 최소한 내 몫의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위로를 받았다. 처음에는 삼 개월쯤 하고 집어치우게 되리라 했던 일이 반년이 갔다. 반년이 지나자 경력이 되게 일 년은 붙어 있자 싶어 일 년을 채웠다. 그러고 나니 그런대로 모든 것이 내 몸에 맞게 되어 다시 일 년이 흘러갔다. - P187

동료들과는 그럭저럭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갔다. 동걸의 예언대로 나는 타고난 소질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이 세계에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모두들 나에게 신통하다고 말했다. - P187

친구 녀석들의 모임이 재개되었다. 나는 왠지 그곳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 혼자라는 것은 피가 끓고 눈이 부신 젊음이 있을 때나 고통스러운 것이었지 이제는 내 몸에 잘 맞는 껍질이었다. 그 껍질 속에서 나는 편안했다. - P187

따로따로, 우리들은 참으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 P187

나는 야간열차를 잊었다. 내 안에 생동하던 젊음의 빛이 바램과 함께 야간열차는 서서히 잊혀졌다. - P188

나와 함께 벽제에 가지 않을래. - P192

빽빽하게 차들이 늘어선 거리를 나는 걷고 있었다. 어디로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하지 못한 채로 나는 계속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길을 잃은 사람처럼 왔던 길을 돌아보았다. 돌아보면서도 발은 계속 앞으로 내디뎌지고 있었다. - P192

벽제, 나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들어오고 상상했던 벽제는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석회 냄새가자욱하게 고여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작 지나가는 길에 본 그곳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했고 고급 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화장터로만 알려졌던 그곳은 이제 가볼 만한 유원지가 되어 있었다. - P193

"오지마, 오지 마라 제발!" - P194

"난 떠난다." - P194

나는 시계탑 앞에 서서 기다렸다. 내가 놓쳐온 모든 것을 기다리듯이 나는 기다렸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고 다만 경멸하며 흘려버린 젊음을 기다리듯이 묵묵히 기다렸다. 기다림만이 나를 속죄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 P195

"동해."
...(중략)...
"거기 돌려주어야 할 것이 있어." - P196

"동걸아."
나는 무작정 녀석을 불렀다.
동걸을 뒤돌아서서 나를 보았다. 그는 웃어 보이려는 모양이었으나 윗입술을 일그러뜨렸을 뿐이었다. - P197

나는 아무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웃을 수도 없었다. 힘센 손이 등 뒤에서 코와 입을 틀어막은 것 같았다. - P198

난간에 매달렸다. 오른발을 올려놓았다. 빗발이 얼굴에 몰아쳤다. 남은 왼발을 난간에 올려놓았다.
기차 바퀴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 P198

나는 객실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엎어지며 다친 무릎과 더러운 손바닥이 화끈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오랜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눈을 비비며 빗발 속에서 춤추는 인가의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 P198

좋지 않은 예감이란 혼자서 간직하고 있을수록 부풀려지게 마련이었다. - P202

피는 피로써만 씻을 수 있다. - P217

그는 늦은 밤에 숲을 헤매다가 덫에 걸린 짐승과 같았다. 인생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그는 덫에 걸렸다. 그는 새벽을 기다렸다. 누구도 그를 도울 수 없었으므로, 울부짖고 신음하는 것에마저 지쳐버렸으므로 이제 그는 날카로운 덫에 찢겨 피가 흐르는 다리를 핥으며 기다렸다. - P221

새벽은 고통을 멎게 해줄 것이었다. 박명 속에서 신(神)의얼굴을 한 사냥꾼이 걸어올 것이었다. 자신의 노획물을 확인하고 기뻐하며, 솜씨 좋은 사냥꾼은 일격에 그를 사살해줄 것이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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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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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하다보니 작가님이 쓰신 다른 작품들을 먼저 읽고 이 소설집을 읽게 되었는데, 전에 읽었던 작품들의 모태가 되는 내용들의 일부를 여기서 만나볼 수 있어서 이전에 독서했던 기억들을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나온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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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이 소설집에 나오는 내용들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다소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들이다보니 어떤 의미심장한 메시지같은 것들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들이 주를 이룬다. 덕분에 진도는 빨리 나가지만 살짝 아쉬운 마음도 있던게 사실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처럼 어떤 삶의 지혜나 노하우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많은 것을 보여줄 때가 있지요. 표정과 제스처로 숨길 수 있는 것들을 뒷모습은 고스란히 노출시킵니다. - P328

세상의 가장 밝은 것들이란 그렇듯 다시 볼 수 없는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었을까요. - P338

마음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는 일도 있는가 봐. 내가 당신을 기억할 때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저리고 손가락 뼈마디, 목덜미의 솜털 끝까지 아파오는 것처럼. - P351

당신이 그랬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한번 외로운 사람은 영원히 외로운 사람이라고. - P359

......사람을 냉혹하고 비정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해.
몇십 년이 걸릴 것 같지? 최소한 오륙 년은 걸릴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이삼 년이면, 빠르면 육 개월이면....... 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적으로 두세 달이면 끝나.
어떻게 하느냐면, 그를 바쁘게 하는 거야. 당장이라도 수십년 동안의 잠에 곯아떨어지고 싶어 할 만큼 피로하게 하고, 그러나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게 하는 거야. 쉬더라도 고통스러울 만큼 아주 조금만 쉬게 하고,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굴욕당하게 하고, 자신을 미워하게 하는 거야. - P362

사람은 자신이 가장 고통받은 곳을 사랑하게 마련이라고 하지. - P367

아무것도 들쑤시거나 캐어내서는 안 돼. 들쑤시고 캐어내지 않은 그 뜨거운 불길들이 어느 사이에 열기와 숨막히는 황냄새를 버리고 순연한 빛 덩이로 떠오르도록 하는 거지. 고통이 뷰파인더와 내 몸뚱이를 관통해 맑은 슬픔이 되는 절차를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는 거야. 지금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격렬한 마음이 차츰 슬퍼지고, 애절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스러워져서, 어느덧 당신으로부터 묵묵히 떠나갈 것처럼. - P371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 P374

죽음과 소멸은 영원하고 아름다운 이데아의 세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의 손을 빌리고 그 기척과 온기에 기대서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붙들도록 했다. - P386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폭력적인 짐승의 세계 속에 뒤섞이는 일 - P388

풍을 맞았다 일어나 다시 걷게 된 어머니의 불화는 무한한 반복 속에서 붓놀림이 점점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어머니가 도달한 그 무연한 자리는 정신을 단련하고 생각을 거듭함으로써 초월하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몸의 반복되는 움직임 끝에 몸이 시키는대로 저절로 이르는 자리다. - P389

손으로 주무르듯 애써 뭔가를 만들고자 하지 않고, 쏟아져 내리는 눈과 비를 온몸으로 맞듯 모든 절망을 있는 그대로겪어내면서 여자는 비로소 아기 부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390

도처에 소멸이 자리해 있기에 역설적으로 인간은 영원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 P393

‘지금‘과 ‘영원‘이라는 시간이 무언가 사라져버리는 감각 안에서만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면, 소멸하는 무엇도 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 P393

무심함이 주는 투명함은 힘이 세다. - P395

동물과 식물의 세계가 각각 산문과 시의 세계로 등치되는 지점이 있다면, 식물이 실어(失語)의 세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 P398

인간에서 식물로 변하겠다는 불가능한 꿈. 그것은 분명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감각에 맞닿아 있는 너머의 세계, 신화의 세계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것이란 한 사회의 질서와 기준들에 부합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 규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에 언어의 이전이나 이후의 세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 P399

그 새로운 존재 방식은 세속적인 현실을 손쉽게 초월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어떤 면들을 끝까지 거부하며, 치열하고 고요한 내적인 투쟁 안에 자리하는 것이다. - P399

동물성과 식물성을 구분하여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와 직결시키는 것은 가장 위험한 독해가 될 수도 있다. 자칫 익숙한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을 반복함으로써 그 구조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 P399

식물로의 변신은 생태계의 피라미드 안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피라미드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에게 받은 상처에 매몰되거나 화해하며 포용하는 대신, 상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어떤 상처도 입힐 수 없는 존재로 변하는 일이다. 들뢰즈가 읽어내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따르면, 이는 무능력한 슬픈 정념이 아니라 즐거운 정념의 극한에 도달해서 그로부터 자유롭고 능동적인 감정으로 이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 P400

그냥, 이 마음을 잃지 않게만. - P402

순간순간 차고 깨끗한 물처럼 정수리부터 적셔오던 충일,
‘그것‘과 바로 잇닿아 있다는 선명한 확신. 이제는 글을 쓸 때 간혹, 일상 속에서는 아주 가끔 만날 뿐인 그 마음이, 그때에는 눈을 뜨면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밥을 먹을 때나 걸을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그 마음은 그 자리에 있었다. - P402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 만들어지는 일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체세포가 모두 바뀌는데 칠 년의 주기가 걸린다고 들었다. 칠 년 동안, 내 세포들이 새것이 되었다. 내 눈과 귀와 코와 입술, 내장과 살갗과 근육들이 소리 없이 몸을 바꾸었다. - P402

다만 머무르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부끄러운 위안을 삼아보았다. 나라는 고정된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이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 P403

나는 때로 다쳤다. 집착했고 욕망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배웠고, 점점 낮아졌고 작아졌고, 그래서 그 가난한 마음으로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 깊숙이 들여다보려 애썼던 것 같다. - P404

글쓰기는 나에게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숨 쉴 통로였다. 때로 기적처럼, 때로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내 귀를 끌고 갔다. 나무들과 햇빛과 공기, 어둠과 불 켜진 창들, 죽어간 것들과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 속에서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보다 더 생생할 수 없었다. - P404

곁에 있어준 따뜻한 이들에게 고맙다. - P404

첫 단편집을 묶고 나면 그것이 매듭이 되어 다음 단편집이 변화한다고들 말한다. - P405

나는 나아가고 있다. 조금씩 몸을 뒤채이며 달팽이처럼 전진하고 있다. 그가 낼 수 있는 최대치 속도와 힘으로.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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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은 지난 3권의 내용에 연이어서 강백호의 북산고와 윤대협의 능남고가 연습경기를 하는 내용이 계속 나온다. 이번 권은 아무래도 시합 과정에서 순간순간 나오는 장면들이 많다보니 술술 잘 읽힌다. 다만 오늘 처음 밑줄친 내용은 농구 규칙과 관련된 용어와 그 의미인데, 개인적으로는 정확히 알던 용어는 아니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헬드볼 : 서로 다른 팀의 선수가 동시에 볼을 잡아,
어느 쪽 볼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 - P44

※스크린 아웃 : 리바운드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블로킹 플레이. - P61

라스트 2분에 승부를 걸겠네. - P75

잘 들어! 리바운드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골밑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야!! 너는 그 포지션 싸움이 전혀 틀렸어. - P80

이 안에 상대를 들어가게 놔둬서는 안 돼!! - P80

너처럼 쉽게 뚫려선 아무것도 안 되는 거다!! - P80

몸으로 버티는 거다!! 힘으로 상대를 밀어내!! 이것이 스크린아웃이야!! - P81

골밑은 전쟁터다!! 자기편의 골밑을 사수하지 않으면 안돼!! - P82

좀더 자세를 낮춰! 몇 번을 말해야 해!! - P82

몸으로 버텨!! - P83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 P85

우리는 지지 않는다!! - P92

70%의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면 나머지 30%는 아껴둔다는 의식이 몸에 배어있는 거야. - P104

아냐.... 집중력의 문제야...! - P104

역전 당하자마자 위기감을 느끼고 집중력이 높아진 거야...!! 역전이라는 위기의식이 윤대협의 힘을 끌어낸 거야!! - P105

윤대협은... 내가 쓰러뜨리겠어! - P114

녀석은 지는 건 못 참아! 극단적으로! - P114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 - P135

허리를 낮추고, 다리를 움직여!! 상대의 눈을 응시해!! - P144

지는 것보다는 낫지! - P145

난 쓰러뜨린다면 반드시 쓰러뜨려!! - P157

시간이 없어. 볼을 빨리 돌려!! - P158

저 녀석은 지금 순수하게 바스켓볼을 즐기고 있는 거야. 눈앞에 있는 상대와의 승부를 무아지경으로 즐기고 있어!!
...마치 가까운 장래의 라이벌을 환영하듯이...!! - P158

혼자서 둘을 마크하는 건 좀 무리지!! - P159

자아, 하나만 막자!! 절대로 점수를 내줘선 안 된다!! - P161

이번 한 번만... 막아준다면 아직 가능성은 있겠지요. - P162

아직 희망은 있어!! - P169

뒤로 물러서지마!!
바짝 붙어 마크해!! - P189

이걸 못 막으면 지는 거야!!
죽을 각오로 막아!! - P196

엉뚱한 짓 하지 마!! - P208

아직 안 끝났어!! - P219

날 쓰러뜨릴 생각이라면... 죽도록 연습하고 와라!! - P245

훗훗훗~ 백호 군. 서두를 것 없네.
지금부터니까 말일세. - P247

겨우 며칠 사이에 운동화가 걸레가 되다니.... 백호가 열심히 연습했다는 증거야. - P257

농구화는 점프했다가 착지했을 때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해.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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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3 - 첫 시합 능남전 1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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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선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와 변덕규, 윤대협 등이 속한 능남고가 전국대회를 앞두고 연습경기를 갖는다. 강백호는 비밀병기(?)라는 명목하에 전반전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후반전에 팀의 주장인 채치수의 부상으로 교체출전하게 된다. 강백호는 처음에 긴장한 나머지 어이없는 실수들을 범하기도 하지만, 서서히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특유의 운동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마크맨인 변덕규를 잘 막아내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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