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전주의 이론의 평형 모형은 오늘날에도 경제 이론의 최전선에 남아 있다. 정밀함에 대한 강조는 여전하다. - P341
"경제학은 현실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개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_폴 새뮤얼슨(PaulSamuelson) - P341
현대 경제학 이론의 약점들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뉴턴적이며 난해하다는 것. 뉴턴적인 이유는 경제 이론가들이 가능한 모든 경제 상황들을 포괄하는 단순하고 일반적인 법칙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 행동의 타고난 형질들 중 일부만이 있음직하거나 가능하지만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은 논리적이며 가치 있는 것이다. 물리학의 근본 법칙만으로는 비행기를 만들 수 없듯이 일반화된 평형 이론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최적이나 그보다 못한 안정적 경제 질서를 시각화하지는 못한다. - P342
한편 모형들은 난해하기 때문에 난점이 있다. 인간 행동의 복잡성과 환경이 부과하는 제약에 매몰되어 있는 경제 이론은 난해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이 경제 이론가 중에는 천재들이 수두룩하지만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당혹스러운 실패들로 고생한 사람들만 많았다. - P342
몇몇 국가 경제의 부분적 안정화는 예외적인 성공 사례이다. 미국의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FRB)는 돈의 흐름을 제어하고 경제가 재앙적인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으로 가지 않도록 막을 지식과 법적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우리는 또 다른 최전선에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기술 혁신의 추진력에 대해서도 대체로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최전선에서는 자산 자본 가격 결정 (capital-asset pricing) 모형이 월가에 주요한 영향을 준다. - P342
경제학자들이 침묵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 줘야 우리의 형편이 더 나아진다. 그러나 이론가들은 사회와 관계 있는 주요 거시 경제적 질문의 대부분에 대해 단정적인 해답을 줄 수 없다. 예컨대, 재정 조정(fiscal regulation)의 최적량, 국가 내(그리고 국가 간) 미래 수익 분포, 최적 인구 성장과 분포, 시민 개인의 장기적 재정 안전성, 여러 자원들(토지, 물, 생물 다양성 그리고 고갈되는 다른 자원들)의 역할 그리고 황폐화하고 있는 전 세계 환경과 같은 ‘외적 요소들‘의 강도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이 없다. - P342
세계 경제는 위험한 파도가 넘실대는 미지의 바다를 빠르게 통과하는 배이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는 없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이 누리는 자긍심의 출처는 어디인가? 그것은 경제학이 수많은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와 정부가 결국 돌아갈 곳이 경제학밖에 없기 때문이다. - P343
그들(경제학자들)은 모형을 통해 이동과 변동 같은 과정들뿐만 아니라 원자와 유전자 같은 단위들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의를 내리도록 요구받는다. 이것이 바로 모형화 작업의 큰 장점이다. - P343
착상이 좋으면 모형은 더 이상 그 전제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 - P343
모형은 중요한 요소들을 열거하고 그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근거 있는 추측을 내놓는다. 스스로 부과한 틀 내에서 연구자들은 실재 세계에 관한 예측을 하며, 그 예측이 정확할수록 그 모형은 더 좋은 것으로 승격된다. 그들은 그 예측들을 증거의 바다에 노출시켜 입증이나 반증을 시도한다. - P343
과학에서 깔끔한 정의와 놀라운 예측보다 더 도발적인 것은 없으며 그런 예측이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는 없다. 이런 목표를 위해 과학자들은 이론, 특히 수학적 모형이 지녀야 할 네 가지 덕목을 추구한다. - P343
첫째는 검약성(parsimony)이다. 즉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단위와 과정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좋은 이론이라는 기준이다. 물리과학이 보여 준 검약성의 승리 덕분에 우리는 이제 장작이 불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플로지스톤이라고 불리는 상상의 물질을 상정하거나 진공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에테르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 P343
두 번째 덕목은 일반성(generality)이다. 즉 모형으로 포괄되는 현상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그 모형이 참일 개연성이 더 높다는 기준이다. 화학에서 주기율표는 각 원소와 화합물에 대한 개별 이론을 배제한다. 한 이론이 모든 것들을 정확하게 포괄한다. - P344
다음은 통섭(consilience)이다. 다른 분야에서 탄탄하게 검증된 지식에 순응하는 어떤 분야의 단위와 과정은 이론과 실천에 있어서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일관성의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고 입증되었다. DNA의 화학에서부터 화석의 연대 측정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의 모든 수준에서 얻는 모든 자료들에서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론이 창조론을 물리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신은 존재할 수도 있고 우리가 이 작은 행성 위에서 꾀하고 있는 일에 대해 기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물권을 설명할 때에는 신의 정교한 손을 빌릴 필요가 없다. - P344
그것(마지막 덕목)은 예측성(predictiveness)으로서 이미 다른 덕목들로부터 유도된 덕목이다. 많은 현상에 대해 예측할 수 있고 그 예측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 쉬우면 그 이론은 좋은 이론이 된다. - P344
하디-와인버그 원리(Hardy-Weinberg principle), 혹은 ‘법칙‘은 집단유전학의 원형으로서 기초적인 멘델 유전자에 기반한 간단한 확률 공식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유성 생식을 하는 종에서 유전자가 2개의 대립 유전자(alleles)ㅡ가령, 상이한 혈액형이나 귓불 모양을 규정하는 유전자ㅡ를 가지고 있고, 만일 그 개체군 내에서 두 대립 유전자의 비율을 안다면 우리는 대립 유전자의 다른 쌍을 갖고 있는 개체들의 비율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반대로 그러한 쌍들 중에서 단지 한 쌍의 비율을 안다고 하면 우리는 전체 개체군 내의 그 대립 유전자들의 비율을 곧바로 계산해 낼 수 있다. - P345
하디-와인버그 원리는 멘델 유전과 무작위성ㅡ수정 시에 난자의 대립 유전자 하나가 정자 속에 있는 대립 유전자 하나와 무작위적으로 결합한다.ㅡ에 따른 결과이다. - P345
단순한 하디-와인버그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맞을 조건들은 우선 자연선택이 유전자 조합을 선호하지 않을 것, 둘째, 개체군의 구성원들이 무작위적으로 짝짓기할 것, 셋째, 개체군이 무한정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두 조건들은 있음 직하지 않고 세번째 조건은 불가능하다. 이론 생물학자들은 현실 세계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이런 제약 조건들을 처음에는 한 번에 하나씩 ‘느슨하게‘ 해 주다가 나중에는 한꺼번에 느슨하게 해 준다. - P346
개체군이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변이는 더 많다. 같은 원리가 동전 던지기에도 적용된다. 만일 편향이 없는 100만 개의 동전을 계속해서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거의 반반씩 나올 것이지만, 10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지면 매우 드물게만 반반씩 나온다. 그리고 한꺼번에 10개의 동전을 던져서 모든 동전이 앞면이 나오거나 뒷면이 나오는 경우는 평균적으로 512번 시행 중에 한 번뿐이다. - P347
유전적 부동에 따른 진화는 세대를 거치며 우연히 유전자의 빈도에 변화가 생기는 과정을 뜻한다. 만일 한 개체군의 개체 수가 100 이하일 때 유전적 부동은 효능을 발휘할수 있다. - P347
유전적 부동에 따른 유전자 빈도의 변화 속도는 동일 크기의 표본이 통계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통해 정확하게 기술될 수 있다. 이런 통계치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유전적 부동으로 인해 개체군의 몇몇 유전자 형태가 제거됨으로써 결국 그 개체군 내의 변이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무작위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 창조성의 측면에서 유전적 부동이 자연선택보다 훨씬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347
자연선택이 이 모형에 추가되면 그것은 예측 가능한 속도로 유전자 빈도를 한 방향으로 추동하면서 유전적 부동의 효과를 감소시킨다. 집단유전학자들은 자신의 모형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어 어떻게든 자연에 좀 더 가깝게 만들려고 한다. - P347
집단유전학의 모형들은 평가를 위해 선택된 전제들에 기반을 둔 가상의 세계에서 정확한 예측을 만들어 낸다. 그것들은 조심스럽게 취급된 동식물 개체군에서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자연에서 벌어지는 진화를 예측하는 데에는 형편없다. 이런 흠은 이론의 내적인 논리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 자체의 비예측성에 있다. - P347
환경은 쉴새 없이 변하기 때문에 유전학자들도 자신의 모형에 집어넣는 변수들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기후 변동과 날씨 격변은 개체군의 확장, 합체 그리고 파멸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존의 포식자나 경쟁자가 사라지면 새로운 놈들이 침입한다. 질병이 서식지를 할퀴고 가기도 한다. 전통적인 먹이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부상한다. - P348
진화생물학자들은 기상 예보관과 같이 현실 세계의 요동에 당황한다. 그들은 작은 유전자군과 형질 들이 몇 세대 동안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예측하는 것에는 더러 성공하기도 했다. 그들은 화석 기록과 생존 종의 계통수에 대한 재구성을 통해 과거의 오랜 진화 역사들 중 많은 부분을 돌이켜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거의 실패했다. 그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예측할 때ㅡ즉 과거사건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과거 사건들을 예측할 때ㅡ에도 동일한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런 어려움들은 생태학과 다른 환경과학이 이 같은 예측을 잘할 만큼 성숙하여 진화가 일어나는 맥락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 P348
사회과학의 최전선에 있는 경제학은 집단유전학과 환경과학의 이런 난점들을 똑같이 갖고 있다. 경제학은 ‘외부 충격‘, 즉 역사·환경적 변동 중에서 설명 불가능한 모든 사건들로 인해 결국 변수를 조정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경제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 P348
경제 모형들은 강세 징후(onset of bull)와 약세 시장(bear market), 또는 전쟁과 기술 혁신으로 촉발되는 10년 주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 모형들은 국가의 총수익을 늘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세금을 삭감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의 적자를 줄이는 일인지, 또는 경제 성장이 수익 분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줄 수 없다. - P349
집단유전학과 환경과학과는 달리 경제학은 단위와 과정에 있어서 견고한 토대가 부족하다. 경제학은 자연과학처럼 진지한 통섭을 이룬 적도, 심지어 시도해 본 적도 없다. - P349
경제 과정의 광범위한 패턴들이 어떤 형태로든 인간ㅡ 개인으로서의 인간이건 아니면 회사와 정부기관의 일원으로서의 인간이건 간에ㅡ의 수많은 결정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석가는 없다. 가장 세련된 경제 이론의 모형은 그러한 미시경제적 행동을 ‘경제‘라고 넓게 정의되는 더 큰 집합적 측정 단위와 패턴으로 번역하려고 한다. - P349
경제를 비롯한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개인에서 집단 행동으로 번역하는 작업은 핵심적인 분석의 문제이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 개인적 행동의 정확한 본성과 출처는 아직까지도 거의 고려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모형을 세우는 이론가들이 사용하는 지식은 대개 상식과 막연한 직관에 근거를 둔 통속 심리학적 지식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지식의 유효 기간은 이미 지나 버렸다. - P349
경제 이론은 개념의 혁명이 필요한 만큼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즉 경제 이론이 프톨레마이오스적인 것은 아니다. 미시·거시 모형들 중에서 가장 진보된 것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론가들은 대상에 대한 자세한 기술과 실험 그리고 통계 기법을 통해 얻은 원리들로 구성되어 있는 진지한 생물학과 심리학으로부터 자신의 이론들을 고립시킴으로써 자기 자신을 쓸데없이 불구로 만들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런 근본 과학들의 만만치 않은 복잡성에 빠져들고 싶지 않아서 그런 식의 행동을 하는 것 같다. - P349
그들(경제 이론가)의 전략은 미시 수준에서 최소한의 전제들을 가지고 미시에서 거시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즉 그들의 마음속에는 검약성의 원리가 늘 자리 잡고 있다. 경제 이론가들은 가장 넓은 적용 범위를 가진 모형을 창조하고자 한다. 하지만 종종 극단적으로 추상화되어 마치 응용 수학 연습을 하고 있는 착각을 일으킬 때도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반성에 집착해 왔던 셈이다. 그처럼 엄격한 연습을 통해 얻은 것은 겨우 내적 일관성만 확보한 이론들이다. - P350
경제적 추론의 대부분이 사회적인 기본 욕구(음식, 주거, 오락)에 따라 인간 행동이 결정된다는 암묵적인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 P350
어떤 유형의 집, 가구, 식당, 여가 활동이 더 좋은가라는 선택의 문제는 개인적 경험과 통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영향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인간 행동이 완전하게 설명되어야 한다면 이 선택의 효용성(즉 소비자가 인식하는 그 선택의 가치)이 경제 모형에 반영되어야 한다. - P350
합리적 선택의 원리 ...(중략)... 정량적 모형화의 근본 원리 .., (중략)... 그 원리는 사람들이 계산에 입각하여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단순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개념을 사용한 경제모형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효용성(utility)에 주로 집중되어 있었다. - P351
합리적 선택을 지배하는 또 다른 힘, 즉 때로는 이타적이고 때로는 충직하고 또 때로는 악의적이며 피학적이고자 하는 욕망들도 고려해야 한다 - P351
예측은 "이것은 좀 더 저것은 좀 덜"과 같은 식이다. 전형적으로 그 예측들은 모델 연구자들의 상식적 직관, 즉 통속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형식적인 분석 단계들을 밟아 가면서 결국에는 상식적 믿음을 입증한다. ...(중략)... 이런 모형들의 전제들은 좀처럼 자세히 검토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론들도 정량적으로 정확하게 검증받지 않는다. 그런 결론들은 엔진의 광택과 소리에만 호소하지 속도와 용도에 호소하지 않는다. - P352
베커처럼 심리학적 편향을 가진 분석가들ㅡ예를 들어, 잭 허슐라이퍼(Jack Hirshleifer),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조지 스티글러 (George Stigler) 등ㅡ의 목표는 미시경제학을 강화하고 미시경제학으로부터 거시 경제적 행동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예측을 유도하는 일이다. 물론 그것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훨씬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그들을 포함한 사회학자들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건너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생물학자와 심리학자들과 교류해야 할 것이다. - P352
경제학자들로 하여금 행동에 대한 사회과학 표준 모형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인간 본성에 대한 생물학적·심리학적 토대를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하는 일 - P352
압도적인 반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대인들이 기본적인 생물학적 필요는 제쳐놓고 (베커의 말처럼) "유아기, 사회적 상호 작용 그리고 문화적 영향에 의존하는" 선택을 한다는 관점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 놀라운 뿐이다! 인간 본성의 유전적 후성 규칙은 그 어디에도 언급되고 있지 않다. 그러니 가장 탁월한 모형들도 통속 심리학을 수용하고 형편없는 결과들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353
심리학과 생물학을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에 도입하는 일은 결국 효용성이라는 복잡 미묘한 개념을 미시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다. 이런 검토는 왜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어떤 특정한 선택으로 기우는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가를 물음으로써 이뤄진다. 이런 작업의 너머에는 미시에서 거시로 이행하는 문제, 개인의 결정이 사회적 패턴으로 번역되는 여러 과정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시공간적 규모가 큰 편인데, 또 그 너머에는 생물 진화가 문화에 영향을 주는 방법 그리고 문화가 생물 진화에 영향을 주는 방법, 다시 말해서 공진화의 문제가 놓여 있다. 이 세 영역 모두ㅡ즉 인간 본성, 미시에서 거시로의 이행 그리고 유전자 · 문화의 공진화ㅡ는 사회과학에서 심리학으로, 심리학에서 뇌과학으로, 그리고뇌과학에서 유전학으로의 가로지르기가 필요하다. - P353
심리학과 생물학에서 수행된 연구들을 한데 모아 보면 효용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일반화가 가능하다.
선택의 범주들에는 우열이 매겨져 있다. 다시 말해 한 범주의 필요와 기회는 다른 것들의 강도를 변화시킨다. 성적 행위, 지위 보호 행위, 놀이 행위와 같은 범주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우열 순위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는 듯하다. - P353
몇몇 필요와 기회는 다른 것들에 비해 단지 우위를 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약물 중독과 성적 소유와 같은 조건들은 감정을 하나의 목표로 몰아갈 수 있다. 그런 조건들은 다른 많은 범주들 내의 행위들을 실제로 없애 버릴 만큼 강력하다. - P354
합리적 계산은 경합하는 감정들의 동요에 기반한다. 그리고 감정간의 상호 작용은 유전과 환경적 요소의 상호 작용으로 해결된다. 예컨대 근친상간 회피의 배후에는 강력한 유전적 후성 규칙이 있다. 그런 회피 행동은 문화적 금기를 통해 강화되거나 특별한 개인적 경험들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 P354
합리적 계산은 종종 이타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애국심과 이타성은 가장 강한 감정들이지만 우리는 이 복잡한 현상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무릅쓰고 낯선 이들의 생명을 기꺼이 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라운 사실이다. - P354
선택은 집단 의존적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은 동료들의 영향이 행동의 범주마다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이다. 예컨대 옷 입는 취향은 주위 동료들이 어떻게 여기는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근친상간 회피는 대체로 독립적이다. 이런 차이점은 유전적 기초와 더불어 결국 진화적 역사를 가지는가?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이제 그런 가능성을 좀 더 주의 깊게 검토하기 시작해야 한다. - P354
의사 결정은 후성 규칙들에 의해 범주마다 다르게 형성되는데, 이 규칙들은 처음에 특정한 것을 배우게 하여 계속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선천적 성향들이다. 많은 성향들이 대체로 연령과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르다. - P355
의사 결정의 심리생물학적 미묘함은 번식 전략의 r-K 연속체를 떠올리면 잘 이해된다. 자원이 희귀하고 불안정할 때 사람들은 전략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전략이란 많은 자손을 낳아서 그중 다만 몇이라도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반면 자원이 풍부하고 안정적일 때에는 K 전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K 전략은 자손을 적게 낳고 자원을 몰아 주어 높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이르게 만드는 전략이다. (여기서 r는 인구학에서 r 전략으로 증가하는 개체군의 성장률을 지칭하고, K는 개체군의 성장이 멈추는 크기, 즉 환경의 수용 능력을 지칭한다.) - P355
사회적으로 강력한 남성이 가임 연령대의 여러 여성들을 얻어 결국 진화적 이득을 증대시키려는 일반적인 경향은 r-K 연속체 전역에 나타난다. - P355
효용성은 생물학과 심리학을 통해 온전히 이해될 것이다. 물론 효용성을 인간 행동의 요소들로 환원하는 방식을 통해 상향식으로 종합할 때 가능한 일이다. 직관적 지식에 기초한 하향식 추론과 추측을 통해, 즉 사회과학을 통해서는 그런 이해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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