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픽션이다. 이름, 인물, 장소, 사건들은 상상력의 산물이거나 한국적인 것이며 실제처럼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사건, 지역, 조직, 사람, 산 사람, 죽은 사람과의 유사성은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다.

그는 산을 타고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았다. 어떻게 숨을 쉬고, 걷고, 생각하고, 죽여야 하는지. 마치 표범이 표범으로 사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최후의 순간에 쓰러져 죽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남자는 할 수 있는 한 자신이 쫓는 사냥감보다 더 오래 버텨내기로 단단히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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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 시간 라인을 둘러보면서 수십 가지 문제를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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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혼을 위하여도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여 뜨겁게 타오르게 할 불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부상황이 어떻게 바뀌든지 간에 당신의 영혼을 유지시켜 주는 산소호흡기 같은 불꽃 말이다.

당신은 무인도에 표류할 가능성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은 평생을 무인도에서 고독하게 보내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은 헛소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섬에 갇혀사는 존재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당신이나 나나 지구에 홀로 던져진 외로운 존재이다.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불꽃의 참의미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절대 고독의 상태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만 검증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없으며 남을 위한 봉사니 사랑(특히나그것이 에로스적 사랑이라면)이니 하는 것들도 무인도에서 혼자가 된 처지에서는 무의미하다. 무슨 이데올로기를 신봉하건, 고향이 어디건, 어느 학교를 나왔건, 나이가 몇 살이건, 재산이 많건 적건, 이력서가 아무리 화려하건 간에 다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최고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돈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고? 웃기지 마라. 나는 내 인생 자체의 중요성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 돈은 내 인생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었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그저 게임의 방법을 체득하여 획득하였을 뿐이며 그 비결은 세상 사람들이 최고로 여기는 그런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데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나룻배에 학자가 탔다. 학자가 물었다. "사공 양반, 혹시 학문에 대해 아시는가?" 뱃사공은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학자는 "그렇다면 인생을 헛살고 있는 것일세"라고 뽐내며 말하였다. 얼마 후 사공이 물었다. "손님,
혹시 수영할 줄 아시나요?" "모르는데… 왜 묻나?" "그렇다면 인생 종 치게 생겼군요. 배에 구멍이 나서 배가 가라앉고 있거든요."

영혼을 타오르게 할 불꽃이 없다면 침몰하는 배에서 수영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이 부러워하는 그 무엇을 갖고 있건 간에 침몰하고 만다.

사람들은 자기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다 잘 안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다 잘 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열심히 살게 되지는 않는 이유가 뭘까? 바로 그 불꽃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왜 살아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때는 포기하려고 했었던 것이 나의 목숨이었다. 그러다가 존재의 이유를 도전 그 자체에 두기 시작하였다. "나는 도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로빈슨 크루소 역시 28년간을 무인도에서 살면서 폭풍과 지진, 질병, 고독 등의 공격을 받지만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한다. 나는 그것을 "이왕 사는것, 내가 팔목에서 흘린 피보다 진하게 살아 보자"고 다짐하였을 뿐이다. 도전 정신이 내게는 나의 영혼을 뜨겁게 만드는 불꽃이었다(젊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지나고 보니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당신은 도전하기가 두렵고 불안하다고? 겁난다고? 나도 그랬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 불안해하지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도전이 두렵지않은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유일한 것은 관련 지식들을 계속 찾아가고,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관련 법규들을 계속 파고들고… 등등인데 요즘은 새벽까지 그렇게 하곤 했다. 내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설령 일이 중간에 잘못되어도 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빠른 시일에 찾아낼 것이다.

당신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할 자신이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였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1997년 영국의 한 남자가 열기구로 18일간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고는 열기구 출발 장소에 세계 각국의 신문기자들을 초대하였고 위풍당당하게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륙한 지 하루도 안 되어 그는 다시 땅으로 돌아왔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그는 그것을 조금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재시도한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며 버진그룹 회장이다. 그가 재시도 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 보라(나의 도전정신은 그 사람의 것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미식축구 영화 《Replacement》에서 유명 선수들이 연봉협상문제로 인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뛰게 된 3류 대체선수들에게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진정한 남자는 공포를 인정한다. 너희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직 현실이라는 냉혹한 기회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무기다." 현실에 대한 당신의 불안감을 인정하고 몇 번을 넘어져도 좋다는 자세를 가져라. 말쑥한 무릎보다는 상처투성이에 꿰맨 자국도 몇 개 있는 무릎을 부러워하며 당신 앞에 던져진 현실의 삶에 도전하라. 그런 자세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세상 속에서의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해?"라고 말하지는 말아라. 나 같은 사람은 오히려 당신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해?" 라고 물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많다고 믿은 사람이며 도전도 주제파악을 하면서 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몬스터》에서 주인공은 13살 때부터 창녀 생활을 하면서 여러 남자들을 살해하였다. 어느 날 그녀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자 법률사무소의 비서로 취직을 하고자 면접을 보지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므로 모욕만 당한다. 이런 식의 무모한 시도를 도전으로 생각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쉽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은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는 것"이라고 했다. 아인슈타인 역시 그러했다. 당신이 이해한다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는 것이며 그 수준이 되어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아니, 이 세상에 내세울 것 없는 자들에게 탄탄대로로 미래가 열려있는 일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내가 뭐라고 했던가요? 현재의 위치에서 미래를 계산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나는 단 한 번도 빚을 내서 투자하라는 말을 한 적 없으며 부동산을 구매할 때도 대출을 절대 무리하게 받지 말라고 했다.

환율변동대비 파생상품 ELS? 등등. 궁극적으로 모든 파생상품의 목적은 그 상품을 만든 자들과 그 상품을 파는 자들이 이득을 보는 데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난 도대체가 그런 상품들을 믿지 않아 왔다.

나는 다른 사람이 파는 것과 뭔가 다른 물건이라면 비싸게 판다. 그 물건은 나에게는 예술가의 창조품과 다름없다.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피카소가 겨우 10분 만에 그린 그림을 1억 원에 파는 것은 괜찮고 나의 창조적 제품은 왜 비싸게 팔면 안 된다는 말인가?
반대로 다른 사람이 파는 물건이라면 싸게 판다. 경쟁사를 이기기위해 시가 4000만원인 컴퓨터를 반값에 판 적도 있다. 빌 게이츠는 익스플로러를 그냥 덤으로 주기도 한다.

시중가 500 원인 생수를 산꼭대기에서 나 혼자 판다면 만 원을 받겠다. 그러나 남극 얼음물보다 더 시원하게 보관하고 금가루를 뿌려 특화시키겠다. 목이 말라 우는 가난한 아이에게는 공짜로 주겠지만 부자들에게는 어림도 없다.
그 생수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내가 판다면 450원을 받겠다. 경쟁자가 있으니까.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부품은 비싸게 수출하다가 국산화가 되어 경쟁자가 생기면 덤핑을 친다.

당신이 귀찮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들은 아니다. 휴가철 숙박업소 가격이 비싸다고? 비성수기에 가면 숙박요금은 당신이 정할 수 있다.

사채업자들은 월 14~17%의 높은 이자를 받는다. 그 사람들을 욕하지 말고 미리미리 저축을 하라.
당신이 빌리지 않으면 수요가 없으니 이자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비싸면 사지 말거나 다른 방법을 미리 준비하라.

바가지 요금은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 생긴다. 부자가 되려면 바가지 요금을 씌우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바가지 요금이 생기는 이유와 경쟁의 원리를 이해 못 하고 남들과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물건을 팔게 되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삶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라.

회사를 그만두면 갈 곳이 없다는 점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어는 항상 고요한 바다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으며, 행운의 여신이짓는 미소는 1초뿐이다. 지금 먹고살 만하다고? 당신의 직장이 영원할 것이라고? 지금 손님이 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공기업이라고? 물려받을 재산이 있다고? 지금 당신이 믿는 그 어떤 것도 내일 휴지통에 던져질 수 있다. 삶은 내일이라도 뒤집어진다. 그러므로 삶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라.

인텔 회장 앤드루 그로브는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는 책에서 "두려움은 승리하기 위한 열정을 만들어 내고 유지시킨다." 고 말한다. 긴장을 하거나 두려움이 생기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왜 그럴까? 원시인들이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사냥할 때였다. 사냥중에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게 되면 새로운 피가 즉시 공급돼야 혈액이 응고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려면 심장이 미리 쿵쾅거려야 했다. 이것이 지금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두려움을 가지면 심장은 고동치고 새 피가 흐른다. 그 새 피는 현실에 게으르게 안주하려는 당신의 썩은 피를 배출시킨다. 그리고 당신을 결심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나는 돈 문제로 인해 삶이 통째로 쓰레기 속에 던져지는 경험을 일찍 했기에 현금이 20억원 정도 쌓인 뒤에야 비로소 쓰기 시작했다.

불경기가 되어서야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들이 한심하지 않은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삶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절약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놀 땐 놀고 쓸 땐 쓰며 살자고? 말년에 고생을 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편하게 살고 싶어 이민을 가겠다고? 노력하지 않는 자가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이 세상에 없다. 여유를 느끼며 살자고? 삶의 형태에 우열은 없으므로 느리게 사는 법을 철저히 따른다면 나도 존경한다. 다만 여유는 부자에게 더 많지 않을까?

두려움을 가지라는 말이 비관론자가 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준비 없는 낙천주의는 사상누각과 같다. 생쥐조차 도망갈 구멍을 3개는 만들어 놓은 뒤에야 나와서 돌아다닌다. 생각만 가득한 칸트의 입에는 조만간 거미줄이 쳐진다. 행동하는 나폴레옹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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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냉정하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심포지엄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런 말을 하였다. "한국의 국민이나 기업 모두 법을 지키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이 지킬 수 있도록 현실적인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한국의 법은 현실적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외국 상공회의소들이 매년 본국 정부의 압력을 기대하며 본국에 보내는 통상 현안들 속에 거의 언제나 끼어 있는 것 중의 하나도 ‘한국의 법은 애매모호하다 ambiguous‘ 는 것이다.

어느 외국인 경영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법에 따라 공장에 배기시설을 했더니 공무원으로부터 ‘적절치 못하니 다시 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법에는 적절한 배기처리장치를 설치하라‘고 만 되어 있다.
‘적절한 혹은 적당한‘ 같은 말이 한국법에 너무나 자주 나오고, 무엇이 적당한 것이고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결정권이 담당 공무원의 주관에 달려 있으니 부패가 생겨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나 더 언급하면 수많은 인허가 법규들에는 ‘기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는 조항이 대부분 붙어 있는데 그게 어떤 경우인지는 담당 공무원들만 안다.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공무원들은 이렇게 법 테두리 안에 권력의 기반을 마련해 놓고 그 권력을 바탕으로 하여 우매한 민중을 다스리겠다는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절대 민간인들과의 싸움에서 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현실이 고쳐져야 한다고 믿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어떤 사명감은 별로 없다. 권력을 쥔자가 쉽사리 그것을 포기할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실 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만 궁리하여 왔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법을근거로 그들과 싸워 보기도 했다.
사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필연적으로 공무원들과 부딪히게 되지 않는가. 그러나 수차례 싸워 본 후 내가 터득한 것은 ‘싸워봤자 나만 더 손해 본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싸워야 한다고? 당신이나 그렇게 해라. 나는 이미 그런 싸움에 지칠대로 지쳤다.

당신에게 충고하려는 것은 당신이 무슨 일을 새로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관련 법규를 찾아보는 것은 물론 귀찮더라도 주무 부서의 공무원들의 의견을 먼저 구하라는 것이다. 이때 당신이 법을 알고 있다는 인상은 가능한 주지 마라. 건방을 떠는 것으로 비쳐지기 일쑤이다. 엘리트 의식이 가득한 사람들 앞에서 당신의 똑똑함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이다. 물론 서면 질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때 담당 부서의 답변은 대부분 애매하게 주어진다. 그들은 절대 자기들이 아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법이 없다. 그게 밥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전에 방문하여 공손하게 담당자들의 ‘고견‘을 구한 뒤에 비로소 서면 질의를 하는 것이 좋다.

외국계 회사들처럼 변호사의 의견을 먼저 구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사들의 답변은 보통
‘이럴 경우에는 이렇게 되고, 저럴경우에는 저렇게 된다‘는 식이니까.

무슨 일을 하든 법이 요구하는 바를 알아야..…  법 공부는 부자가 되는 지름길

그 경험 덕분에 나는 법의 한계를 일찍 배웠으며, 이 세상에는 착하고 좋은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관련된 모든 법, 시행령, 시행규칙, 훈령 등등을 찾아내어 공부하는 습관이 그래서 생겨났고 이 습관은 내가 사업을 하거나 부자가 되는 데 절대적인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부동산 경매 역시 법을 많이 아는 사람이 돈을 버는 게임 아닌가. 예전에는 모두 책을 뒤져야 했지만 요즘은 법률 관련 검색사이트도 많고 한 장의 시디롬에 현행 법령이 모두 다 담겨 나온다. 법이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법의 친구가 되어라. 그것이 당신의 가치를 올려 준다.

오래전에 부동산 경매로 부를 늘리기 시작했을 때 어떤 이가 이렇게 조언했다. "경매물건에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한이 서려 있다. 뭔가 잘해 보려고 하다가 일이 잘못되어 담보로 잡힌 물건을 날리게 됐기때문이다. 불행해진 사람들의 사정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겠나?"틀린 말은 아니었다. 경매물건 중에는 입주자가 어이없이 전세금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게 된 경우가 많다. 그들을 생각하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닌 듯싶다. 하지만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준 사람을 생각하면 그 담보는 당연히 처리돼야 하는 물건이다.

당신에게 전세를 놓을 집이 하나 있다면 세금을 얼마나 받겠는가? 시장가격에 따라 남들받는 만큼 받겠다고 할 것이다. 전세로 들어올 사람의 개인적인 형편을 고려해 전셋값을 결정하는 주인은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경제원리다.

당신에게 자녀가 둘 있는데 수입이 빤해서 한 명만 대학에 보낼 수있다고 가정하자. 일단 생활비도 줄여 볼 것이고 집을 팔아 여유자금을 만들어 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 한 명만 대학에 보내고 다른 아이는 진학을 포기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익구조가 취약해지면 어쩔 수 없이 고정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어째서 경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나도 그 점은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어 ‘부르주아‘라는 말이 ‘성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듯, 나는 분명 자본주의의 부자들이 사는 ‘성‘ 안에 거주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지금 세상은 노동자를 부품화하던 전태일의 시대가 아니라고 믿는다. 노동법은 강화됐고 수많은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과 노조와의 갈등을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망령이 똬리를 틀고 있다.

어느 사업에서든지 인사관리와 인건비는 큰 문제가 된다. 인건비를 최소화해 자본가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업체보다 고정비용을 적게 들여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무능한 직원들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 이익을 많이 내면 고용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득을 많이 내느냐 못 내느냐 하는 것 역시 직원들의 몫이다. 직원들이 생산성을높이지 못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이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원으로 뽑았으면 끝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회사가 자식 기르는 부모인 줄 아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늘어놓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는 못한다.

당신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학자들은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피고용인 관점에서 추구하는 비용이다. 반면에 경영자는 당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는 데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대체비용replacement cost‘이라고 부른다. 당신의 대체비용은 낮은데 고용비용은 높다면 경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체비용은 철저하게 당신이 
하는 일의 내용과 결과로 결정돼야 하며, 학벌이나 나이, 고향, 정치적 연줄 등과는 전혀 무관해야 한다. 당신이 처한 개인적 상황을 인간적으로 고려하는 휴머니즘도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전쟁은 더욱 심화되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휴머니즘 향기가 그윽한 대안이 있다고 믿는 것같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도 남의 일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내눈에는 지금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총탄들, 여기저기에 폭탄이 떨어져 땅이 움푹움푹 패고 건물이 무너지는 광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여인이 굶주린 남자에게 젖을 물려 주고, 난쟁이가 작은 공을 쏘아 올리려 한다고 해서 전쟁터에도 그런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면 몽상가 아니면 문학소년이다.

이런 경제전쟁 상황 속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무슨무슨 협회 제품을 우선 구매해 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처사인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갖는다. 어찌 보면 협회라는 진입장벽을 세워 놓고 끼리끼리 해 먹는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던 GE 총수 잭 웰치의 철학은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과 무자비한 정리해고가 모순으로 생각되는가. 루이스 빌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웃을 사랑하라. 그러나 누구와 이웃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원을 사랑하고 직원에게 투자하라. 그러나 누가 회사에 이득을 가져올 직원인지는 가려내자."

경제가 어려웠을 때 유럽은 근로자의 수를 줄이기보다는 근로시간을 줄여 전체 근로자를 껴안는 휴머니즘을 실천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냉혹하게 근로자 수를 줄였다. 세월이 지나자 그 유럽 기업들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노동의 세계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아무리 변화와 자기 계발을 외쳐도 마이동풍으로 받아들이고 꼼짝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컴퓨터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 대도 간부급들 중엔 컴맹이수두룩하다. 악화를 빨리 내보내는 것이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전쟁의 법칙을 자꾸만 무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1997년 중순에 달러화를 샀다. 당시 환율이 800~900원이었는데 98년 초에 1800원까지 오르자 다 팔아 치웠다. 나 같은 사람때문에 환란이 생겼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도 내일부터 기름값이 오른다고 하면 오늘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갈 것이며,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높아지면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다 놓을 것이다.

내가 달러를 샀던 이유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생산성 때문이었다. 그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평균 인건비는 3만 달러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2400만 원이었는데, 내가 체험해 본 바로는 한국에서 연봉 2400만 원 정도를 받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미국인의 절반도 안 되었다. 하지만 물가는 정글 경제주의의 표본인 홍콩보다 더 비쌌고, 양복값은 생산성이 높은 일본보다도 비쌌다. 오죽했으면 홍콩으로 원정 쇼핑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홍콩 시내 도처에 그들을 상대로 하는 한국 음식점들이 깔렸을까.

당신이 중소기업 사장이고, 해고하고 싶은 무능력한 직원이 있다면 우선 업무를 과다하게 안겨 주고 수시로 업무 내용과 마감일을 변경하면 된다. 그 직원 앞에서는 절대로 웃지 마라. 업무가 과중하다며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하면 무시하라.

자기가 배워서 해도 될 일을 대부분 외부에 발주하는 직원이나 업무 매뉴얼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않는 직원, 시키는 것 이외에는 도대체 할 줄 모르는 직원은 빨리 해고하라.

사장의 의견에 대해 반론을 펴지 못하거나 사장과 싸울 생각을 안 하는 직원, 사장과 똑같은 취미를 새로 시작하면서 그것으로 친해지려고 애쓰는 직원도 역시 무용지물이다.

조직이 크고 정리할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보고체계를 전자시스템이나 e메일 체계로 만들고 실무 기안자가 최초 작성한 문안이 모두에게 전달되도록 하라.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관리자들이어떤 의견을 제시하는지 관련자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하라. 이때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톰 피터스는 <혁신경영The Circle of Innovation>에서 어느 농구팀 경영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두 명이 언제나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면 복제품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한 명은 해고하라"고 권한다. 그 원칙대로 해고하라.

아울러 모든 간부의 시간별 근무내용을 보고 받아라. 시간이 남아 근무 중에 사우나를 즐기거나 이발소에 가는 임원들을 잡아내라. 잭웰치는 직무기술서를 쉽게 작성해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라고했다. 물론 이런 일은 당신이 경영자로서 떳떳해야 할 수 있다.

당신의 실력이 신통치 않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다른 사람들 눈치나 보고 있거나, 골프에만 미쳐 있고, 비자금 마련이나 탈세에 혈안이 되어있다면 당신은 그 누구도 해고해선 안 된다. 해고 영순위는 바로 당신이니까.

좀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고 방법을 찾는다면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식평가시험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르면 된다. 가장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임원급들의 경우는 컴퓨터 시험만 보아도 절반은 털어 낼 수 있다.

철저하게 능력에 바탕을 둔 정리해고 방법은 전략적 평가 strategic evaluation를 통한 것인데,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전 직원에게 주고 서로 무기명으로 평가하게 한다.
이 평가는 다섯 가지로 나누어 시행한다. 같은 팀에 소속된 사람들끼리 하는 근거리 평가, 업무 협조가 이뤄지는 다른 팀에 소속된 사람들을 평가하는 원거리 평가, 상사들이 아래 직원들에게 하는 하향 평가, 부하 직원들이 상사들에게 하는 상향 평가,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 평가가 그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전 직원으로부터 무기명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각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부족하다 ▲부족하다 ▲보통이다 ▲많다 ▲아주 많다 로 하고 각각의 답에 대해 1~5점을 준다. 업종별 비중에 따라 어떤 항목은 점수를 두 배로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통계를 내 보면 자기 평가의 평균점은 언제나 근거리 평가에서 나온 평점보다 1점 이상 높고 원거리평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즉 자기 실력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이다. 자기 평가가 다른 평가 수치보다 현저히 높으면 자기 계발은 하지도 않으면서 불만만 많은 사람이므로 조속히 내보내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은 능력이 있다고 보지만 경영자는 미처 능력을 알지 못했던 직원을 발견하는 기쁜 경우도 있다.

경영자가 볼 때 이런 전략적 평가는 ‘살생부‘를 만들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지만, 노력하고 능력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 주기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조직 구성원이 수만 명에 달하면 언제나 악역이 따로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들은 그 악역을 ‘섀도 사무라이 Shadow Samurai‘ 라고 부른다. 사장을 대신해 조용히 어둠 속에서 무능력한 직원들에게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에 지도자는 부하가운데 일부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시대 역시 그런 아픔을 이겨내는 경영자를 요구하고 있지 않을까. 이 어려운 시기에 해고하라는 말만 해서 직장인들에게는 미안하다. 직장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도물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부단히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데도 실력이 아니라 아부가 판치고 그런 상사들밑에서 신음하고 있다면 빨리 사표를 내라"는 것이다.

우선은 일을 잘하는 법을 배우고 그다음이 재테크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저는 독자들이 공부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독자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나가는 중 현실 속에서 문제에 부딪혔을 때 구체적으로 예의를 갖춰 자신의 처지를 대단히 상세하게 설명하고 제 의견을 구할 경우에만 답을 보내 드립니다.

(일을 할 때, 그리고 일과 관련하여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절대 생각하지 말 것.)

타인의 평가, 소문 등에 너무 민감하게 병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경계선 인격장애 같다. 새겨들어라.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재잘거림에 귀를 지나치게 쫑긋하는 독자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높은 분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좀 대범해지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타인에 대해 하루 10분 이상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타인을 평가하는 데 하루10분 이상 소비한 적이 있단 말인가?)

(나에게 독설 등을 보내는 메일이 종종 있지만 키득키득 웃으며 삭제시킬 수 있는 것은 그 메일을 보낸 사람이 세이노에 대해 5분도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세이노에 대해 10시간을 생각하였다면 내 글들도 충분히 읽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런 메일은 안 보냈을 것이고…. 안그런가. 특히 직장인들은 사내에서 떠도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에 대해 자기 교화의 긍정적 기회로만 삼기 바란다.)

자기애적 인격장애와 회피성 인격장애…. 인격장애에 대한 전문서적들을 찾아 읽어 보아라. (나는 나 자신이 백색이라고 주장하는데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를 회색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잘못은 나에게 있는 법이다. 즉, 사실은 나 자신이 회색인데 스스로를 백색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거나, 나 자신이 실제로도 백색인데 그 표현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 어느 경우이건 잘못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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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리뷰했던 가습기살균제 리포트에 나오는 내용과 유사한 사례가 오늘 읽은 부분에서 나왔다. 주인공의 회사인 유니콘 측에서 삼전에 위탁생산을 부탁한 매직 서클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인공이 직접 회사를 방문하는데, 방문시찰 중에 제조공정을 보다가 부품에 크게 스크래치를 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급기야는 해당 공장장에게 생산 시스템 가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해당 공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출고직전의 상태로 포장까지 완료된 완제품을 표본검사하는데, 거기서도 불량이 나오자 해당 공정을 책임지는 공장장은 주인공 앞에서 미처 고개를 들지 못한다.

어제 리뷰한 내용도 그렇고 오늘 읽은 부분도 그렇고 직접 확인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중요한 일이 엉망진창으로 진행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앗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철저히 의심해보고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불량을 줄이고 보다 안전한 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위탁생산을 통해 떨어진 국내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우린 산처럼 쌓인 예약 주문을 해결한다.

"결국 실리가 아니라 체면이 더 큰 문제로군요."

"삼전이 OEM 생산을 한다.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작은 유니콘의 물건을. 그거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요."

"이건 부탁이 아닌 제안일뿐이니까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자리는 여유를 잃으면 망하는 자리거든.

"형님이 아예 야망이 없는 분이었다면 상관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분은 아니죠.
그래서 자신만의 경영을 늘 고민해왔을 겁니다. 그러니 유지보다는 변화를 선택하게 되는 거죠."

그날. 유중호의 집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거실을 향해 있던 감시 카메라.
그것이 유중호의 상황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었다.

"아마 아버지의 모든 걸 바꾸고 싶을 겁니다. 아버지의 사람, 사업,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회사에 대한 평판까지도요."

"그러니 실리와 체면. 두 가지 중 뭘 선택할지는 뻔한 거였죠. 체면은 선택한다는 건 아버지의 의지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의미였을 테니까요."

"유중호 회장은 아버지의 경영 방식 대신 자신만의 경영을 원했던 거죠."

뒤늦게 경영권을 손에 쥔 그는 피의 숙청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사람, 사업, 평판. 모든 것이 숙청이 대상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모두가 알수 있었다. 유중호가 아버지의 그늘을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 했던가를.

"뭐 쌍방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니까요."

"이사님도 나한테 잘해요. 무서운 사람인 거 알았으면요."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감돌았다. 막 퇴원한 환자한테 참 못 할 짓들을 하고 있지만 그 마음만은 너무도 고마웠으니까.

"꼭 모래알 같네요."

"우리 영업부 말입니다. 꼭 모래알처럼 합쳐지지를 못하는군요. 이번 일이 처음도 아니고 대표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십니다."

"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내가 너희 그렇게 가르쳤어?"

"이놈들이 나 없다고 죄다 빠져가지고!"

아니나 다를까.
회의실에서 터진 노성으로 인해 영업부 직원들의 고개가 미어캣들처럼 파티션 위로 빠짐없이 올라와 있었다.

"들어오시지 말고 회의실 밖에 있어달라고 했지."
그 결과 최지용 본부장은 영업의 현 상황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알게 되었을 것이다.
‘왜 그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했는지‘
"다행이네요. 정말."
녀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제가 되지 않던 영업부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신용재. 녀석에게 본부장 복귀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일 테니.

"상대는 삼전이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회사란 말이지. 경영진이 지시를 내린다고 실무자들의 자존심까지 꺾이지는 않아."
"아....."
"그리고 그 자존심 높은 사람들이 코딱지만 한 우리 제품을 만들어주는 상황인 거야."
이제 팀장이 된 이상 녀석도 알아야 한다.

크던 작던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반드시 머릿속에 새겨야 할 원칙.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백 퍼센트는 없어. 명심해라. 네 눈으로 확인한 것만이 사실이고 진실인 거야."

어느 공장이나 불량은 발생한다. 사람의 실수건 기계의 오류건 불량 발생을 완벽하게 제거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

"진짜 문제는 저걸 어떻게 걸러내는가에 있습니다."
발생을 막을 수 없으니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바로 ‘불량 검출‘.
검출 시스템이건 육안 검사건 불량을 검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제조업 공장의 핵심 중 핵심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모레 터졌을 문제였을 겁니다."

내가 고작 한 시간여의 라인투어를 통해 잡아낸 여러 가지 문제는 그들이 잡아내야 할 것들이었다.
그러니 지난주에 파견되어 이곳에서 상주하고 있는 저 두사람은 직무 태만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내 대답이 영 까칠해서였을까? 뒤통수를 긁던 공장장도 표정을 바꾸었다.

"이대로 출고가 된다면 곧장 클레임이 됩니다. 게다가 이 제품을 받을 사람들은 장장 십 일이 넘는 기간을 기다린 사람들입니다."

"이 정도의 파손이라면 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정도의 중대한 클레임인 거죠."

"그건 반은 맞지만 나머지 반은 아닙니다."

"검사 방식이 육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이미 수많은 공정과 작업자의 손을 거치고도 이 정도 불량이 최종 검수 단계까지 왔다는 겁니다."

포장이 해체된 유니콘 매직서클 세대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빨간색 매직으로 길게 스크래치가 생긴 부분에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 버렸다.
"이 정도면 확인이 됐을까요?"
΄......네. 죄송합니다."
드디어 공장장도 땅바닥에 고개를 파묻었다. 포장이 끝났
다는 건 출고 준비가 끝났다는뜻. 어떤 공장도 포장이 끝난제품을 해체해 제품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즉 테이블 위 세 제품은 이 상태 그대로 고객에게 보내질 제품이었던 것이다. 지게차가 만들어낸 저 흉측한 기다란 스크래치를 가진 채로.
그리고 이것으로 확인은 끝났다.
‘삼전 화성공장은 불량을 검출해 낼 능력이 없다.‘
표시가 끝난 빨간 매직을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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