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소설 속 배경이나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이었고, 밑줄 친 문장 중에서는 뭔가 와닿는 문장들도 있어서 좋았다. 이와 더불어 내 감성도 한 층 더 깊어진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미 너무 초췌하고 앙상해져 엄지와 중지를 구부려 팔꿈치를 잡을수 있을 정도였다. 군복은 마치 옷걸이에 걸어둔 것처럼 그의 말라빠진 몸에 겨우 걸쳐진 채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굶주림은 여전히 그를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한때 자신이 짐승들을 향해 달리고, 쫓고, 또 죽일 만큼 강한 힘을 가졌었다는 게 지금은 아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그는 이 세상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버림받은 채,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야마다는 이러한 아이러니에 대해 곰곰이 성찰했다. 아무도 그의 부재를 진심으로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미네코는 물론이고 어쩌면 이토 아쓰오조차도.

야마다에게는 그의 삶이 최소한의 중요성과 의미를 갖고 마무리된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힘이 빠져 더는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야마다는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일단 그런 자세를 취한 이상 아예 누워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었다. 그래서 야마다는 숲속 바닥이 그의 침대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그의 담요인 양 몸을 쭉 펴고 누웠다. 이렇게 있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마침내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게 신기했다.

바로 그 순간 야마다는 자신이 어디서 이 모습을 보았는지 생각해 냈다. 아주 오래전, 여기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어느 산 속에서 바로 이렇게 눈 위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하지 않았던가. 시체나 다름없이 보이던 그 남자.

당시의 야마다는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뀌리라는 걸 짐작조차 못했지만, 그 이후 일어났던 모든 일을 조화롭게 맞물리게 하는 어떤 절대적인 필연성이 수정처럼 또렷한 의식의 물결 속에서 그를 압도했다.

논리적으로든 비논리적으로든 발생했던 불가역적인 사건들, 그 모든 일이 그를 정확한 최종 목적지인 이곳에 안착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왜‘라는 물음조차, 이제 새하얀 저 하늘에서 깨끗하게 녹아 사라지는 듯했다.

"이제 알겠군." 그는 중얼거렸다. 아니, 어쩌면 속으로 생각하기만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의 언어가 목구멍을 떠나 음성이 되었는지, 혹은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의식의 단편으로만 남았는지도 더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가 실제로 소리를 냈다 한들, 그걸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야마다는 마침내 평온을 찾았다.

한 청년이 정호의 오른편 골목에서 부리나케 달려가는가 싶더니,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러 거리의 무거운 정적을 깨뜨렸다.
"일본이 항복했다!" 그의 목소리가 쨍하게 울렸다. "한국은 독립국이다!"

마지막 빗방울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댐처럼, 사람들이 숨 막히는 속도로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호는 곧 수백 명, 그리고 수천 명 이어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서로 얼싸안고, 노래하고, 울고,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들도 더는 낯선 이가 아니었다.

이 열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혹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가장 위대한 사랑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이 감정을 억누를 수없어서 정호는 크게 울부짖었다.

황홀함의 절정에 빠져 목을 놓아 흐느끼는 순간, 비로소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울컥한 짠맛에 목구멍이 콱콱 막혀 오고 그렁그렁한 눈물로 눈시울이 흐려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지금, 정호는 극도의 환희, 자유라는 이 감각에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겼다.

하지만 정호의 냉담한 침묵 앞에서 옥희는 그들이 다시는 예전 같은 친구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널 연화한테 데려다 주려고 왔을 뿐이야." 마침내 정호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사람은, 그가 살아있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야 비로소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의 여파 중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고 할 만했던 건 시장에서 아편을 하나도 구할 수 없게 되어 강제로 마약을 끊고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 일이었다고 연화는 말했다. 그 과정을 겪느라 거의 죽을 뻔했지만 이제 더는 아편을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이란 게 얼마나 웃기니. 이모가 조금만 더 오래 사셨다면 미국에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옥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는 이 월향의 편지가, 자신의 비참한 몰락을 가져온 이 나라를 탈출해 세계를 반 바퀴돌아야 닿는 먼 곳에서 삶을 다시 시작해 볼 기회인 셈이었다.

옥희는 앞으로 그 어떤 새로움에도 손을 뻗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이미 충분히 아픔을 겪었으므로.

옥희는 이제부터는 좋은 일들만 그의 앞길에 있으리라 믿었다. 오직 크나큰 평화만이 깃들기를. 이제 그가 막 건너가게 될 바다의 이름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작별을 고한다 해도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가끔 화를 내거나 슬퍼하기도 하지? 사랑 때문에 기쁨도, 즐거움도 느끼고?"

인생은 곧 바퀴였다. 영민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 바퀴를 잘 굴려 어디로든 갈수 있었다. 반면 어리석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그 바퀴에 깔려 무참히 짓밟힐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그 바퀴를 앞쪽으로 굴러가게 하는 일에온 힘을 쏟았다. 먹고 자고정사를 나누고 아이를 갖는 것처럼 흔히 인생의 휴식 혹은 쾌락이라 여겨지는 일조차도, 실은 무의식중에 그저 그 바퀴를 앞으로 굴리는 일에 불과했다. 그들이 진정으로 멈추는 순간은 오직 죽음을 맞이할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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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초반에 일본군 장교가 산에서 길을 잃고 혹독한 추위에 떨며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산의 지리를 잘 아는 조선인 길잡이가 그 일행에 있었다. 그 때 이 길잡이 덕분에 이 일본군 장교는 무사히 하산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된다. 그 때의 인연으로 그 일본군 장교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그 조선인 길잡이에게 자신(일본군 장교)의 이름이 새겨진 은제 담뱃갑을 주면서 혹시라도 목숨을 위협 받을 때 누구에게라도 이 담뱃갑을 보여주면서 얘기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소설 속 시대 배경으로 그게 1910년대 였고, 오늘 읽은 부분은 어느덧 30여년이 지난 1944년이었다. 그 사이에 당시 조선인 길잡이였던 남경수는 운명을 달리했고, 그의 아들인 남정호는 아버지의 유품인 그 은제 담뱃갑을 물려받게 되는데, 정호가 아버지의 유품이기에 자신의 몸뚱아리처럼 지켜왔던 이 은제 담뱃갑이 오늘 읽은 부분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30년 전 정호의 아버지에게 은제 담뱃갑을 줬던 일본군 장교와 포로로 잡혀서 먼 이국 땅에서 총알받이로 전쟁터로 끌려갈 예정이었던 정호가 만나게 된다.

소설 초반부에 잠깐 나왔다가 한 400페이지 넘게 나오지 않던 인연의 끈이, 오늘 읽은 부분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작지만 강력한 전율이 느껴졌다. 일제시대의 그 냉혹한 현실 속에서 조금이나마 온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정호는 이보다 더 오랫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눕지도 못한 채 버텨냈던 과거의 순간들을 되새겨 보려 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엔 자신이 앞으로 더 오래살아서 뭔가 끝까지 해봐야 된다는 확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었든, 지금 그는 인생에서 볼 일은 이미 다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쯤에서 고통을 끝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았다.

정호의 손이 담뱃갑을 쥐는 순간, 장교의 군홧발이 그의 손목을 밟아 땅속으로 파고들 정도로 거칠게 짓이겼다.

이마를 쓸어 땀을 닦은 뒤 장교는 마치 동물들이 다 잡은 먹잇감을 데리고 장난을 치듯 여유롭게 정호의 배를 한 번 세게 걷어찼다. 일격을 맞은 정호는 몸을 낮게 웅크린채 허리춤 안에 들어 있는 칼을 남몰래 더듬어 잡았다.

"이걸 어디서 구했나?" 장군이 정호의 얼굴 앞에 담뱃갑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정호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그를 죽일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셨다."

장군은 손가락 두 개가 없는 손으로 담뱃갑을 요리조리 신기한 듯 돌려보았다. 잠시 그 물건에 완전히 매료되어 경계를풀고 무방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정호가 엄지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칼자루를 더듬은 순간,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정호를 깊이 응시했다.

"네 아버지에게 이걸 준 사람이 바로 나다…………. 우리는 거의 30년 전 평안도 산속에서 우연히 만났고, 네 아버지 남경수가 내 목숨을 구했다. 그때 난 그에게 보답하고자 나중에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린다면 아무에게든 이걸 보여주고 목숨을 건지라고 했지. 그게 바로 내가 될 줄은 전혀 몰랐군." 장군이 말했다. "이걸 내 눈으로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호는 그 장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이 남자가 생전의 아버지를 알았고, 심지어 아버지에게 어떤 믿음의 징표까지 보답으로 남긴 적이 있다는 것만 겨우 깨달을 뿐이었다. 자신이 평생 소중하게 간직해 온 아버지의 유품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새 이 남자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엔 네가 어디선가 이 물건을 훔쳤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듣자 하니 네 말은 전부 진실인 것 같군."

"왜 내 말을 그렇게 쉽게 믿는 거지?" 정호가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네 생김새가 네 아버지와 똑 닮았으니까." 장군이 담뱃갑의 각인을 손가락으로 쓸며 말했다. "봐, 여기. 내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야마다 겐조."

"이제부터 내 말 잘들어. 지금 나는 편지 한 통을 썼다. 이 편지를 소지한 사람은 제5군단 사령관인 야마다 겐조 장군이 파견한 특수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쓰여 있어. 이걸 가지고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가. 군대에 속한 누군가가 널 심문하거나 강제로 연행하려 할 때 이 편지를 보여주면 풀려날 수 있을 거야. 어쨌든 이런 식으로 잡히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알겠나? 한 번 보내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넌 당장 떠나야 해. 행운을 빈다."

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어딘지도 모르지만, 오직 신선한 공기의 자취를 따라 자유로 향하는 길을 필사적으로 추적해 나가는 짐승처럼 잔뜩 웅크린 몸으로 그는 달렸다.

나는 살고 싶어.

그저 그는 언젠가 정호가 했던 말을 떠올릴 뿐이었다.
삶을 단단히 붙잡거나 미련 없이 놓아주거나, 그 둘 중 하나를 고를 명확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자신은 매번 죽음을 거부하는 쪽을 택해 왔다고 정호는 말했었다.

"난 한때 사랑했거나 아꼈던 모든 사람을 잃었어."
옥희의 목이 메었다. "이제 내겐 싸워서 지킬 것도 없어."
"아, 그런 건 상관없어. 죽을 때까지 싸워야지. 그게 바로 관건이란 말이야."

"무섭냐고? 아니. 뭣 때문에?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기 마련이야. 내 손으로 죽인 사람들도 많고. 이러다 언젠가는 내 차례도 오겠구나 싶을 만큼 많았지. 하지만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은 소인배들에게나 있는 일이지. 그리고 내겐 계획이 있거든." 이토는 옥희 쪽으로 바짝 몸을 숙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나면 조선은 독립을 얻게 될 거야. 여기 반도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겐 끔찍한 선고란 말이야.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는 본토로 돌아간다."
남자는 빈 잔에 사케를 한차례 더 따라 마셨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

그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서로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기에 아무런 설득도, 아니 설득의 가망성조차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수들은 결코 옥희를 두렵게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다른 이들의 염려 혹은 의심 섞인 눈초리에 그는 이내 탁자 위에 있는 자그마한 검은 점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것은 평생 서둘러 먹이를 구하고 어딘가에 쟁여두어야 한다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명에 투신하고 있는 개미 한 마리였다. 야마다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그 개미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가 한 말의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종말이 임박한 전투의 목전에서 최고 사령관이 병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이었고, 병사들 역시 그의 의도를 알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 그는 혼자였다.

이처럼 극명한 패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대일본제국군 장성에게 선택지는 명예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뿐이었다. 누구라도 야마다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조차 놀랍게도, 야마다는 곧장 몸을 돌리고는 숲이 무성한 산등성이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야마다는 숲에 닿기 직전에 그 세 발 중 최소한 한 방이 자신에게 명중했음을 확신했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죽는다는게 바로 이런 느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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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옥희와 한철, 정호 간의 삼각관계를 잠시 논했었는데, 그 때는 옥희가 정호를 밀어내는 장면이었고, 오늘은 한철이 옥희를 밀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밀어냈을 때, 거절당했음을 자각했을 때 느껴지는 마음의 고통은 정호나 옥희나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정호와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던 옥희의 반응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면에 입은 마음의 상처 혹은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듯 하다.

또한 옥희가 정호를 밀어내고 난 뒤 한철에게 거의 비슷하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보면 사람이라는게 자기가 한 행동을 거의 그대로 돌려받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남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은 꼭 자신이 상처를 줬던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 같다. 극 중의 옥희도 그러했고, 잘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사람들로 부터 동일하게 그러한 부정적인 것들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적인 복수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관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어딘가에서 자신이 뿌렸던 악한 행동들을 뿌린대로 거둘 것이라는 것을 오늘 읽은 부분에서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갑자기 좀 생뚱맞은 얘기일수도 있는데, 세상이 아무리 나쁘고 더럽고 치사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괜시리 와닿는다. 그게 복이 되고 덕이 되어 다른 어디에선가 내게로 돌아올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런 큰 그림을 가지고 사는게 복받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사실 그가 쓰는 단편이나 장편소설마다 단이가 남긴 흔적 몇 가지는 성수의 원고지를 떠나는 법이 없었다.
단이는 그에게 있어 영감의 잉크라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모든 면에서 특별한 사람이었다.

"각 부품을 상세히 연구하다 보면 자동차도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진 않아. 사실 나는 그래서 자동차가 좋아. 뜯어보면 단순하거든. 계산, 회계, 이런 것도 전부 단순한 일들이고.
정말 복잡한 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지." 한철은 지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난 자기를 행복하게 하고 자기는 날 행복하게 하잖아. 인생은 짧은데 왜 우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끝이라고? 끝이라!" 옥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한철이 그 단어를 그토록 쉽게 발음한다는 사실이 그의 내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나는 당신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만을 사랑해 왔어. 내 모든 것이 아플 만큼. 당신도 이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 거야.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당신 마음속에는 계속 따스한 온기와 밝은 한 줄기가 머물고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이제 난 당신을 향한 그 사랑을 멈추려고 최선을 다할 거야. 언젠가 당신 안의 태양이 더는 빛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날, 당신도 내가 더 이상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한철 씨는 내게 줬던 사랑만큼, 꼭 그만큼의 고통도 나에게 안겨줬어."

그러나 단 한 개도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그 모든 씨앗은 하늘과 땅 사이의 하염없는 공간을 계속 둥실둥실 떠다닐 뿐이었다. 자신의 말이 바로 그 흰 씨앗들처럼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방 안의 허공을 맴돌기만 한다는 걸 느꼈을 때, 옥희는 이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다음이 없다는 걸 알면서 듣는 "다음에 또봐요"라는 그 말이 얼마나 더 애틋한가? 종말에 가까워질수록 얼마나 더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가?

만주국은 표면상 중국의 마지막 황제를 통치자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괴뢰 국가였다. 하지만 그처럼 넓은 영토의 대국을 한꺼번에 삼키려다 보면
목에 커다란 가시가 걸리기 마련이다.

중국에 온 뒤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기에 정호에겐 지나간 일들과 자신의 감정을 곰곰이 돌이켜 볼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 덕에 그는 가슴 찢어지는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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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파우치 엘살바도르 SHG EP - 40ml*5ea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콜드브루 신제품 나올 때마다 거의 다 주문해서 잘 마시고 있는데 이번엔 또 어떤 맛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알라딘 커피는 언제나 믿고 마실 수 있는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어서 이번 제품도 믿고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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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안과 전문의가 아닌 나같은 일반인들에게 눈과 관련하여 정말로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급성 녹내장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시신경을 빠르게 손상시킨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몸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들이 비교적 분명하다. 시력 저하나 안통, 두통, 어지럼증, 구토가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에는 시신경이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 P61

반면 시신경이 서서히 파괴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은 부수적인증상도 거의 없다. 시력이 정상인 경우도 있어,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을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 정상안압이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61

또한 라식이나 라섹 등의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면 녹내장을 제때 발견하기가 더욱 힘들 수 있다. 안압은 각막 두께가 얇을수록 낮게 측정된다. 시력 교정 수술은 주로 각막을 깎는 방식이므로 안압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면 정기적으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40세가 넘었다면 매년 안과를 방문해 녹내장 발병 여부를 확인하자. - P61

젊은 눈의 반대말은 노안(老眼)이다. 말 그대로 눈이 늙었다는 뜻이다. - P63

한번 떨어진 시력은 다시 좋아질 수 없다. - P64

하지만 시력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눈이 나이 드는 것을 멈출 수는 없어도 생활 속에서 눈에 도움이 되는 작은 습관들을 꾸준히 실천하면 노안을 아주 천천히 오게 만들 수 있다. - P65

그나마 아주 좋은 소식은 눈 노화를 늦추는 방법들이 생각보다 꽤 간단하다는 것이다. - P66

일상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눈 건강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이 바로 정기적인 ‘눈 검진‘이다. 건강 검진은 정기적으로 신경 쓰면서 안과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려면 나이가 들수록 눈 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 P67

자녀가 있다면 아이의 눈 검진 시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눈의 발달은 10세까지 이루어지고, 그 이후부터는 시력 등의 건강 상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의 성장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10세 이전부터 시력 검사를 꾸준히 받는다면 이상 소견이 발견되더라도 조기 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 P67

10세 이후부터는 눈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나서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없다면 시력이나 눈 건강에도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녹내장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앓는 경우가 많으므로, 20세부터는 2~3년에 한 번씩 눈 검진을 받자. 특히 40세부터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1년에 한 번씩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을 잃은 뒤 치료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건강을 잃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 P68

시력 검사는 맨눈으로 측정하는 나안시력 검사와 안경이나 렌즈 등을 끼고 측정하는 교정 시력 검사로 나뉜다. - P69

대부분 나안 시력이 나쁘면 ‘눈이 나쁘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안 시력보다 교정 시력이 더욱 중요하다. 나안시력이 떨어지더라도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해서 정상 범위에 있는 물체를 보는 시력이 나온다면 그 눈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안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병적 이상이라기보다는 근시나 원시,난시 등 기본적인 눈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정을 해도 시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는 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 P69

눈의 굴절값을 재는 것을 굴절 검사라고 한다. 정시, 그러니까 맨눈으로 시력이 잘 나오는 경우 안경이나 렌즈가 필요 없는 상태에서는 굴절값을 ‘0‘으로 본다. - P70

정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근시(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고, 먼 거리가 안 보이는 경우)일 때는 굴절값을 ‘-‘로 표기한다. 반대로 원시 (가까운 거리가 안 보이고, 상대적으로 먼 거리가 잘 보이는 경우)일 때는 굴절값을 ‘+‘로 표기한다. - P70

즉, 굴절값은 눈이 안경이나 렌즈를 필요로 하는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가공된 도구가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수치 단위다. 굴절 검사로 원시, 근시, 난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 P70

원시는 물체의 상이 눈의 망막, 특히 황반부 뒤에 가서 맺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때 굴절값을 검사해 +1.0D(디옵터) 또는+2.0D(디옵터) 식으로 말한다. 만약 굴절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4.0D입니다"라고 했다면 시력 교정을 위해 볼록 렌즈로 수치 4.0D의 안경이나 렌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록 렌즈를 사용해 상이 조금 더 앞에 오게 해, 망막에 맺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 P70

근시는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에 와서 맺힌다. -1.0D(디옵터), -2.0D(디옵터) 등으로 근시를 표현한다. 이때는 원시와 반대로 오목렌즈로 시력을 교정한다. 예를 들어, "-3,0D입니다"라고 한다면 이는 근시인 상태를 말하며, 수치상 3.0D의 오목 렌즈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목렌즈를 통해 상이 조금 더 뒤에 오도록 하여, 망막에 맺히게 만들어주면 먼 곳의 물체도 잘 볼 수 있다. - P71

일부 근시 환자들이 자신의 시력을 말할 때 "내 시력은 마이너스입니다"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앞서 말했듯 시력에는 마이너스나 플러스라는 것이 없고 마이너스는 근시, 플러스는 원시의 굴절값을 의미하는 약속일 뿐이다. - P71

한편 난시는 한 개의 물체에 초점이 제대로 맺히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글씨나 물체가 여러 개로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난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난시는 후천적으로 발생할수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꼭 정기적인 굴절 검사를 통해 현재의 불편한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71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다. 방수가 눈 속을 계속 순환하며 일정하게 안압을 유지한다. 만일 눈의 노화 때문에 방수의 생성이 줄어들거나 다른 질환 또는 부상 때문에 방수가 새어나가기 시작하면 안압에 변화가 생긴다. - P72

눈을 축구공이라고 생각해보자. 공속에 공기가 적당히 채워져 있으면 공이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면서 통통 잘 튀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반대로 공에 공기가 부족해지면 표면이 볼품없이 찌그러진다. 이때 공속에 공기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리하게 공기를 더 채워 넣으면 어떻게 될까? 빵빵하게 부풀다 버틸 수 있는정도를 넘어서면 공이 곧 터져버릴 것이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을 정도의 적절한 압력이 필요하다. - P72

안압도 마찬가지다. 안압이 높아지면 눈 뒤의 시신경을 압박한다. 그렇게 시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결국 손상을 입어 녹내장 등의 안질환이 발생한다. 시신경의 경우 한번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안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내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 P73

안압 검사는 간단하지만 빛을 영원히 잃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된 매우 중요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 P73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을 입어 망막신경의 섬유들이 죽으며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안압 검사를 통해 ‘녹내장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것이다‘라고 유추한다면 시신경 검사로는 시신경의 모양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 P73

시신경을 보고 녹내장이 있는지, 있다면 그 진행 정도는 어떤지, 과거의 검사 수치와 현재의 수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 P73

시신경 검사는 시신경의 모양을 보는 검사도 있고, 시신경과 이어진 망막신경의 섬유들을 볼 수 있는 광 간섭성 단층 촬영 검사(Optical Coherence Tomography)도 있다. 녹내장의 경우 진행되는 과정이나 속도가 질병의 치료에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시신경 검사는 녹내장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 P74

시야 검사는 환자가 한 점을 계속 보면서 주변에서 반짝이는 것이 느껴지면 바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환자가 감지하지 못했던 시야 감소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녹내장이 있을 때 시야 감소가 진행되는 양상 및 속도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주어, 치료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한다. 아주 간단하면서 중요한 검사다. - P74

안저 검사 : 빛을 해석하는 능력을 확인한다

눈 뒤의 후극부를 관찰하는 검사를 가리킨다. 후극부는 눈 뒤의 망막 시신경 부위를 말한다. 망막에는 빛을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황반부가 있다. 황반부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 이상이 없더라도 빛을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져 시력이 점차 나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기 전에 안저 검사로 후극부의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 P75

후극부의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다. 당뇨는 근래에 들어 나이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어느정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당뇨를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유병 기간이 길면 결국 망막에 이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당뇨가 있거나 가족 중 당뇨병력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P75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색맹 검사를 병원에서는 색각 검사라고 한다. 색각 이상은 망막의 시세포 이상으로 생길 수 있는데, 대개 선천적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다른 망막질환 때문에 후천적으로 색각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 P76

색맹은 대부분 적색과 녹색, 청색과 황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진행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색각 검사는 배경색에 묻힌 숫자를 읽어내는 방법인 이시하라 (Ishihara) 검사표다. 한 번쯤 학교나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숫자를 읽어보라는 지시와 함께 들여다본 적이 있을것이다. 간단한 만큼 이시하라 색각 검사표는 모든 색각 이상과 정도를 감별하지는 못한다. - P76

세부적으로 어떤 색에 약시인지, 특정 색을 얼마나 구분하지못하는지 그 미세한 차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하디-랜드 -리틀(Hardy-Rand-Rittle) 검사를 시행한다. 하디-랜드-리틀 색각 검사는 숫자 대신 기하학적 형태를 읽어낸다. - P76

눈은 두 개가 짝을 이루는 기관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다리가 두 쪽이니 한쪽 다리가 망가졌다고 해서 잘라내고 절뚝거리며 걷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양쪽 눈의 균형이 잘 맞는지 확인해보며 꾸준히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시력 저하를 막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눈 건강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밝은 눈‘으로 살 수 있다. - P79

눈에는 주도적으로 사물을 보는 눈인 주시안과 주도적으로 보지 않는 눈인 비주시안이 있다. 마치 오른손잡이인 사람의 손 힘은 오른쪽이 더 세듯이 눈도 주도적으로 보는 눈인 주시안이 사물을 더욱 잘 본다. 오른눈잡이, 왼눈잡이가 있는 것이다. - P80

주시안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손쉽게 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을 소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눈앞에 화분등 한 가지 사물을 두고, 두 눈을 뜬 채 사물의 한가운데 위치에 엄지손가락을 두자.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만 화분을 본 뒤 그 다음에는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만 화분을 본다. 두 눈을 뜨고 봤을 때와 비교해보면 엄지손가락의 위치가 확연히 바뀌는 눈이 있을 것이다. 그쪽 눈이 바로 힘 약한 비주시안이다. 양쪽 눈을 뜬 상태와 비슷한 위치에서 엄지손가락을 볼 수 있는 눈이 주시안이다. - P80

위와 같은 방법 외에도 종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 테스트도 있다. 양쪽 눈을 다 뜨고 작은 구멍을 통해 사물을 본 다음 종이를 차차 얼굴에 가까이 대며 움직인다. 이때 마지막까지 구멍을 통해 사물을 보고 있는 쪽의 눈을 주시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P82

대개 주시안이 원거리 시력도 잘 나올 확률이 높다. 마치 오른손잡이인 사람의 오른쪽 팔다리 힘이 더욱 강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두 눈 중 주도적으로 보는 눈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궁금해할 것이다. 어차피 양쪽 눈을 뜨고 보는데, 굳이 힘이 강한 쪽과 약한 쪽을 구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 P82

그러나 주시안과 비주시안을 구분하고 양쪽 눈의 차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쪽 눈에만 피로가 쌓이는 일을 막는다. 뇌는 잘 보는 눈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안 보이는 눈은 상대적으로 자극을 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잘 보이는 눈이 쉴새 없이 일해야 한다. 또한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하나, 한쪽 눈의 시력이 거의 없어 다른 쪽 눈으로만 보는 사람의 경우에는 시력이 거의 없는 눈을 잘 쓰지 않는다. 그러면 안 쓰는 눈이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돌아가는 사시가 발생하기도 한다. - P83

특히 노안이 왔을 때 주시안과 비주시안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노안을 교정하는 수술이나 백내장 제거 수술을 할 때 주시안으로 멀리 있는 것을 잘 볼 수 있도록 수술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노안이나 백내장이 없어도 먼 거리를 볼 때는 주시안을 쓴다. 그래서 주시안으로는 멀리 보는 것을 잘 보게 비주시안으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잘 보게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양쪽 눈의 사용 패턴에 따라 교정을 다르게 해서,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을 모두 개선시키는 것이다. - P83

10세 이전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시안과 비주시안의 차이가커서 약시가 발생했을 때 어른보다 쉽게 양쪽 눈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가 가능하다. 잘 보는 눈을 일정 시간 가리면 잘 안 보이는 눈에 닿는 자극이 커져 보다 적극적으로 비주시안을 사용하게 된다. 이런 방법을 ‘가림 치료‘라고 하는데, 잘 보이는 눈을 쉬게 만들어 눈에 닿는 자극의 균형을 맞춰주면 금방 부족한 쪽의 시력이 발달한다. 일종의 두뇌 트레이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약시 치료에 있어 핵심이 되는 치료이기도 하다. - P83

길게 설명했지만 한 마디로 ‘안 좋았던 시력이 회복되는 데에는 때가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때‘는 눈의 성장이 끝나기 전인 10세를 가리킨다. 즉 어른이 되어서는 가림 치료를 해도 시력이 호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성인이 되고 나서 시력을 다시 높이겠다고 두뇌 트레이닝을 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 P84

눈 성장이 끝난 나이가 되었다면 그저 노안이 더디 오게 만들고, 노안이 찾아오더라도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며, 앞으로 찾아올 안질환을 일찍 발견해 늦기 전에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노안이 되어서 시력을 개선하고 싶거나 백내장 같은 안질환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주시안과 비주시안을 구별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 P84

"좀 더 빛을!"
독일의 문호 괴테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겼다는 이 말은 시각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성장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목숨이 다했을 때 눈을 감는다"라는 말을 하고, 새로운 지식이나 예술 또는 사랑을 만났을 때 "눈을 뜬다"라는 표현을 쓴다. - P85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혹하게 만드는 좋은 조건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과 많은 이들이 포기하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 P88

육안(眼)의 건강은 중요하다. 하지만 육안 너머에 있는 마음의 눈, 심안(心眼)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좋은 눈‘을 가졌다고 해서 눈을 혹사하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좋았던 눈이 노화의 신호를 보낸다고 쉬이 낙담한다면 그 눈은 곧 빛을 잃어갈 게 뻔하다. 정녕 ‘100년을 쓰는 눈‘ 이 될 수 없다. 그러니 평소에 자신의 눈에 관심을 갖고, 바르게 알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한다. 100년까지 쓰는 눈은 그 눈을 쓰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 P89

노안을 늦추려면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눈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 P90

이른 나이에 노안이 찾아오는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크게 세가지만 챙기면 된다. 생활 환경과 식습관 개선, 실질적인 눈 관리. - P90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제때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탈나는 기관 중 눈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 P94

잠잘 때를 제외하고 항상 열심히 일하는 눈의 피로를 매일 적절히 풀어주지 않으면 눈은 어느 순간 제 기능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제때 신호를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으면 그나마 낫지만 바쁘다고 신호를 무시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 큰 안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눈을 계속 혹사시키면 건강한 눈을 오래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젊고 건강한 상태의 눈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피로를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P94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인 그룹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인 그룹은 시력 장애를 겪을 위험도가 3.23배 높았다. 수면 시간이 9시간 이상인 그룹은 시력 장애의 위험도가 2.56배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절한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자도 많이 자도 눈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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