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간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일본의 전통 연극인 노(能)라는 것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의 특성상 마침표가 거의 나오지 않고 거의 모든 문장이 쉼표로 이어지는데, 읽으면서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게 이런거구나‘라는 걸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마침표가 없어서 문장이 구구절절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그러면서도 어떤 오류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고 내용을 물흐르듯 전개시키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오늘 초반에 밑줄친 내용에서는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글을 쓰다보니 ‘물아일체‘같은 사자성어도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재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낀 시간이었다.




연습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 P341

예행연습을 할 때면ㅡ그는 늘 예행연습을 하는데ㅡ그는 모든 간섭에서 벗어나 완전히 활동적이고 몰입하고 자신이 하는 일과 혼연일체가 되는데, 각 장면에서 따라 나올 다음 단계와 팔의 자세와 몸 앞에 부채를 놓는 동작과 몸의 공간상 배치와 그의 목소리 안에서 그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퍼지기 시작한 시와 노래와 혼연일체가 되어, 그의 목소리가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니, 한마디로 그가 방금 전처럼 서왕모 예행연습을 하고 있으면, 또는 곧이어 하게 될 것처럼 서왕모 예행연습을 계속하고 있으면, 그는 가장 깊고 깊은 곳에서 영혼의 존재를 느끼니,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필요한 춤길을 밟을 때면 그 정령이 그의 안에서 활동하는지 안 하는지조차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 정령이 그가 방금 마친 걸음의 순서에 완벽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며, 그는 이게 끝나면 무슨 걸음을 걸어야 하나, 이게 끝나면 다음엔 무슨 걸음인가, 하고 미래를 향해 입을 벌리며 궁리하지도 않는바, 이것은 정확히 지금 순간을 채우는 오직 한 걸음의 문제로, 그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이것이라며, 센세가 말하길, 정확히 이 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실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순간에 제가 하고 있는 일이겠지요, 이것이야말로 제가 집중해야 할 것이어서, 다른 무엇도 아니요, 여기서 이 걸음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아니요, 바로 이 순간에, 저의 춤에 정확히 이 걸음이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니, 그것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이며 나머지는 영혼의 소관인즉, 한마디로 예행연습은 그의 삶이어서, 그에게는 예행연습과 공연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고 노에는 특별한 공연 양식이 없어, 공연에서 벌어지는 것이 예행연습에서 벌어지는 것과 꼭 같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예행연습에서 벌어지는 것이 공연에서 벌어지는 것과 꼭 같은바, - P342

그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모든 것을 예행연습으로 간주할 때 더 행복한 것은, 이것이 어떤 최종이나 완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잘 표현하기 때문이요, 노에 목표가 없고, 이 목표란, 무엇보다 공연이 아니며, 그에겐 자신의 온 삶이 예행연습이요 계속되는 각성이라는 사실을 더 잘 표현하기 때문으로, 그냥 ‘깨어나는 것‘이라고 말해도 되겠지요, 왜냐면 무엇에 대해서든 각성할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말하자면 남은 것에 대해 잇따라 각성이 일어나며, 이것이 그와 같은 노가쿠시에게는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인바, 그에게 노는 모든 것이요 만물의 근원이며, 노는 주기만 하고 그는 받기만 하며, - P343

그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이 미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어느정도 깨달았을 때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현재를 정확하게 깨달았을 때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이기 때문인즉, - P343

미소 지으며 센세가 말하길, 그는 다가올 재앙을, 일종의 전면적 몰락을, 완전한 종말을 위협적으로 들먹이는 자들이 옳다고 믿지 않는데, 그런 사람들이 결코 고려하지 않는 것은ㅡ이것은 매우 특징적인바ㅡ그들이 결코 고려하지 않는 것은 더 높은 차원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니,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당신 자신의 경험은 살아 있는 존재를 분리하는 것이, 살아 있는 존재를 서로로부터 또한 당신 자신으로부터 가르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하나의 시간과 하나의 공간에서 생기기 때문이요, 이를 깨달으려면 현재를 올바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으로, 자기 자신의 경험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이해할 것이고 모든 사람도 이해할 것입니다, 무언가를 다른 무언가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P343

저 먼 영토에 어떤 신이 있지 않고, 이곳 아래 먼 곳에 어떤 땅도 있지 않고, 지금 당신이 있는 곳과 동떨어진 어느 곳에 어떤 초월적 영역도 있지 않으니, 당신이 초월적이라거나 세속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하나이자 같아서, 하나의 시간과 하나의 공간에 당신과 함께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에 희망이나 기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인데, 희망은 근거가 없고 기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으로, 말하자면 모든 것은 일어나야 하는 대로 일어나고, 기적은 그의 삶에서 무엇 하나 바꾸지 않았다고, - P344

하지만 그가 깨달은 것은, 그것이 끝없이 복잡한 구성의 끝없이 단순한 작용의 문제여서,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고 무엇이든 실재로 화할 수 있다는 것인바, 모든 것을 고려하건대 그것은 잠재적으로 수십억 가지 낱낱의 결과들이 낳은 자연적 귀결에 불과하거니와, - P344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천상에서는 우리를 위해 헤아릴 수 없는 계획을 세웠으나, 우리가 태어난 뒤에는 단 하나의 계획만 있는 것입니다, - P344

그것은 신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네가 신을 찾았다는 뜻이라네, - P345

이따금 더 높은 차원의 존재가 그와 똑같이 더 높은 존재에 의해 가려진다 - P345

그가 자신이 무언가를 믿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를 믿는다는ㅡ물론 노 예술의 작용을 통해ㅡ사실을 명심해야 하는 날이 금세 찾아왔으니, - P345

노는 정신의 고양이요, 이것이 노를 통해 일어나지 않으면 노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나, 만일 이것이 일어나면 우리 위와 우리 아래에, 우리 자신의 바깥과 우리 안의 깊은 곳에 우주가, 하나이자 유일한 우주가 있음을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바, 이 우주가 우리 머리 위에 드리운 하늘과 같지 않음은, 우주가 별과 행성과 태양과 은하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요, 우주가 그림이 아니기 때문으로, 우주는 볼 수 없고 이름조차 없으니, 그것은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그 무엇보다 훨씬 귀중하기 때문으로, 이것이 제가 서왕모를 공연할 수 있어서 이토록 기쁜 이유입니다, - P346

서왕모는 사자使者로, 이곳에 와서 말하길, 나는 평안을 위한 욕망이 아니다, 내가 곧 평안이다, 서왕모가 이곳에 와서 말하길, 두려워 말라, 평안의 우주는 갈망의 무지개가 아니니, 우주는, 진짜 우주는ㅡ이미 존재한다. - P346

리토르노(귀향) - P360

로마에서 온 우편 마차부들과 시에나 도보 전령들이 알려준바, 잠시만 도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그들이 말값 몇 솔도에 그에게 설명하길, 어디서 더 크게 더 쉽게 털리겠어요, 북적거리는 도로겠어요 덜 북적거리는 도로겠어요, 흠, 나리, 현명하게 여행하고 싶으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아실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이번엔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의심할 여지가 있을 수 없죠, - P368

그들이 다시 봉기했다가, 다시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자신을 운명에 맡긴 것은, 봉기해봐야 달라지는게 없었기 때문으로, 봉기에 묵종이 따랐다면 묵종에는 다시 봉기가 따랐기에, - P381

그들에게 간청하길, 그저 그들에게 간청하길, 마지막에는 울면서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라고 간청했으나,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는 광경이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그들은 그를 공격하고, 더 깊은 상처를 내고, 그를 가녀린 계집이라고 불렀으니, 아울리스타에게 유일한 피난처는, 이런 경우에 늘 그랬듯 자신을 갑자기 닫아버리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스스로에게 침잠하는 것으로, 그는 그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더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돌돌 말린 양탄자 두 개 사이에 낀 채 그들이 그만두길 그저기다렸으니, 마침내 그렇게 된 것은, 얼마 지나자 이 일이 더는 재밌지 않았기 때문으로, - P389

자, 친구들이여, 이게 가능하리라고는 믿지 못했을 거야, 조금도 믿지 못했을 거라고. - P392

모든 것은 작업 의뢰에서 시작되는바, - P392

모든 것이 바라시는 그대로 될겁니다 - P394

좋은 그림에서는 밑그림이 남달리 중요하지, - P405

본질 속에 숨겨지고 외양에 의해 드러난다 - P421

이슬람에서 신성하거나 세속적인 건축물에 이름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부여되는 경우만큼 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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