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내용들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일깨울지 조그마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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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는 ‘투데이‘라는 말(馬)과 ‘콜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騎手)가 등장한다. 전반적인 서술의 관점은 국어시간에 배운 바에 따르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중간중간 휴머노이드 로봇인 ‘콜리‘의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솔직히 맨 처음에 특정한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이게 무슨 얘기지 하면서 의아해 하기만 했었는데, 뒤에 나오는 이야기 퍼즐들을 맞추어 나가면서 맨 앞에 나왔던 이야기의 상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요즘 AI니 뭐니 하면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AI기술과 적접적으로 관련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소설에 나온 ‘콜리‘는 제작과정에서 특정한 칩이 잘못 삽입되어 일반적인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례로 자신이 타는 말인 ‘투데이‘와 교감을 하고자 한다거나, 언어 학습 분야에 있어서 다른 로봇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어휘를 알고 있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

아무튼 평범하지 않은 휴머노이드 로봇이지만 어찌됐든 ‘콜리‘는 인간의 기술에 의해 창조되었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투데이라는 말의 기수로 경마장에서 경주를 이기기 위한 역할에 충실하도록 교육받고 훈련받았다. 물론 이로 인한 성과도 있었다. 투데이가 신기록을 세우면서 경주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 이런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내던 투데이는 어느 순간 이러한 생활이 반복됨에 따른 반작용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이상이 왔고, 심지어는 걷기조차 힘든 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 매경기 진통제를 맞고 뛰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콜리는 투데이와의 교감을 통해 투데이의 이런 상태를 파악한다. 그리고 스스로 결단한다. 자기가 낙마해서라도 투데이를 살려야겠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인 내 머릿속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일단 말(馬)인 ‘투데이‘에게서는 과중한 업무에 치여서 치열하게 살던 인간이 어느순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갈되어버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소설 속에는 비록 말로 나오지만, 어쩌면 투데이는 이 시대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참 기묘하게도 이름이 ‘투데이‘인데 이것의 영어 뜻처럼 오늘 하루를 열심히 일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파도 참고 버티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말이다. 소설에 나온 캐릭터를 통해 뭔가 공감과 위로를 얻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어서 휴머노이드 로봇인 ‘콜리‘를 보면서는 비록 진짜 사람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보다도 더 인간적인 면이 느껴졌다. 자신이 타는 말인 투데이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교감으로 느끼고 스스로 낙마해서 투데이가 조금이라도 편안했으면 하는 그 마음은 자신을 희생해 상대방을 살리려고 했던 예수님의 사랑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여기 일일이 적진 않았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인간들은 그저 투데이와 콜리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그저 이용해먹으려는 생각뿐인데, 오히려 로봇인 콜리가 인간이 가져야할 법한 마음과 생각을 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이는 어쩌면 요즘 사람들이 점점 더 인간성이라는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나타낸 건지도 모르겠다.

고통은 생명체만이 지닌 최고의 방어 프로그램이다. 고통이 인간을 살게 했고, 고통이 인간을 성장시켰다.

투데이는 흑마다. 빛이 반사되는 수면처럼 검은 털이 아름다운 암말이다.

역사적인 날. 나는 오늘을 그렇게 부르고 싶다.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한 날을 의미할 때도 있었지만 기적이 일어난 날을 더 많이 칭했다. 기적. 오늘은 내 짧은 생애 두 번째로 기적이 일어난 날이었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세상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등속운동을 유지하며 자신에게 다시 생긴 삶을 이어갈 것이다.

나는 정확한 수치와 계산에 의한 결괏값만을 산출한다. 내 미래에는 예측 오류란 없다.

약속은 참 편리했다. 약속 한 번으로 많은 소리가 낭비되지 않았다.

"한눈팔지 말고 앞에만 봐."

허벅지를 말 몸에 밀착시킨 후 상체를 앞으로 숙여 안장과 평형을 유지했다. 이를 ‘전경자세‘ 라고 한다

링크 구조 : 두 개 이상의 장치를 연결해 서로 상호작용하게 만든 구조. 링크구조를 사용하면 경량화가 가능하고 모터를 사용하지 않아 유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고삐는 놓으면 안 돼."

규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질서는 모두가 약속된 규정을 어기지 않아야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은 매일, 매시간 색과 모양이 바뀌었다. 하늘은 파란 색이었지만 가끔 보라색이나 분홍색, 노란색, 회색이 섞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단어가 천 개의 천 배 정도 더 필요해 보였다. 동시에 걱정이 들었다. 혹시 세상에 이미 그만큼의 단어가 있는데 자신이 모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단어들은 어디에서 알 수 있을까.

여기서 ‘좋아했다‘ 는 더 자주, 더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봤다는 뜻이다.

땅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흐를 수 있는 물체라니.

콜리의 반응은 언제나 즉각적이었고 바라보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방에서는 하늘을 생각하지 않았고 경기장에서는 시간을 헤아리지 않았으며 말을 타고 있을 때에는 단어를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재미있으니까."

몸이 공기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무언가를 흡수하고, 분해하고, 배출하는 과정은 생명이 가진 특권이었다. 콜리의 몸은 그 어떤 것도 흡수하고, 분해하고, 배출하지 않는다. 콜리는 에너지를 몸에 쌓아두고, 형태를 전환하고, 소비하기를 반복한다.

호흡을 하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생명은 살아있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투데이도 달릴 때에만 살아 있다. 투데이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투데이는 채찍을 맞을 때마다 더 빠르게 달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투데이의 속은 고요해졌다. 콜리는 납득할 수 없었다. 행복하지 않다니. 투데이는 달려야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지 않게 되었다.

힘내, 조금만 더 가면 돼. 경기 도중 투데이에게 콜리가 속삭였다. 그럴 때마다 투데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파. 아파. 아파.

투데이는 그렇게 신기록을 경신한 지 3개월 만에 무너졌다. 속도는 막판에 떨어졌고 1등을 유지하던 투데이는 어느 순간부터 2등, 5등, 심지어 9등까지 밀려났다. 야유는 쏟아졌고 몸값은 떨어졌으며 관심은 사라졌다.

콜리는 뭐든 상관없었지만 관절이 아파 걷기 힘들어하는 투데이를 치료하지 않는 것은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콜리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투데이에게 적절한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투데이는 서있기 힘든 몸으로도 당근을 진통제처럼 씹어 먹으며 경기에 나가야 했다.

이대로는 죽어.
콜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관중석이 꽉 찬 늦여름의 경기에서 콜리는 스스로 낙마했다. 투데이가 콜리의 무게를 힘겨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로에 선 이상 투데이는 멈추지 못할 것이며 이 상태로 완주했다가는 영영 다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실격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콜리는 짧은 순간 완주해야 한다는 존재 이유와 투데이를 살려야 한다는 규칙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 후자를 선택했다. 투데이를 지켜야 한다.

투데이와 주로가 아닌 초원을 달릴 수 있다면 더 즐거웠을 텐데...

되도록 오랫동안 하늘만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쉬움과 형태가 같다고는 깨닫지 못한 채로 말이다.

"제 실수죠. 딴생각을 하면 안 됐는데 문득 하늘이 푸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이 맑은 날 초원을 뛰고 있다는 상상을 했거든요. 스크린으로 보이는 가짜 말고 진짜요."

한 번 기회를 놓치니 두 번째는 영 쉽지 않았다.

간절하게 원했다면 진작 뛰어나갔어야 했다. 지금 이 생각이 들기도 전에 말이다.

"사람이 산다는 게 끊임없이 낯선 것에 도전하는 거잖아."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결국 이 세상은 수지타산이 얼마만큼 맞느냐로 돌아가는 것인데,

오지랖부리며 생각하지 말자. 짜증 나면 짜증 나는 거지 초기 비용을 자신이 왜 따지고 있나 싶었다.

발붙여 사는 동안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거라면 계속 열심히 사는 수밖에. 이것도 짜증 나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어쩐지 다시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바다를 보고 와서 마음이 후련해졌다

조금만 덜 근면 성실하고 겁이 없었으면 경마에 돈을 걸어보는 건데, 그 주위를 맴돌다 자라면서 보게 된 건 억만장자가 되어 나가는 이들보다 그나마 있던 돈까지 죄다 잃고 쫓기듯 나오는 이들이 더 많다는 현실이었다.

"언니는 왜 그렇게 유니폼을 좋아해요?" ...(중략)...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좋잖아.

시설을 빠르게 업그레이드시킨 경마장이었지만 그만큼 가장 기초적인 곳들이 허술했다.

모든 것은 상황이 맞아야 이뤄진다고,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초원과 비슷한 환경으로 꾸몄다고 할지라도 초원은 아니었다.

그리움을 느끼려면 그리워할 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했다.

갇혀 있지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문명 사회 이후 쌓아온 말들의 기억 DNA는 초원보다 마방에 더 많을 것 같았다.

아픈 건 금방 치료될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

"여기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이 너무 많아. 그 관심을 다 돈으로 주면 얼마나 좋아."

"너 이 정도도 귀찮아했다가는 정말로 도태된다."

연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몸통의 반이 부서져 폐기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 기수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밤잠까지 내쫓으며 머리에 꽉 들어찬 ‘존재‘를 어떻게 쉽게 보낼 수 있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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