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용 중에는 ‘거울신경세포‘ 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이것은 뇌과학 분야의 내용인데 저자는 아직 이 분야의 퍼즐이 극히 일부만 발견된 상태이며 아직도 발견해야 할 퍼즐들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에 대한 연구성과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되면 좋을 듯 하다.

뒤이어서 나오는 내용 중에는 저자께서 ‘전향‘이라는 키워드로 뇌과학과 인문학을 결합하여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자아와 자유의지, 뇌에 있는 신경세포 등에 대한 얘기들이 섞여서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태도를 180도로 바꾸는 ‘전향‘의 이유에 대해 단순히 자아의 변화나 자유의지의 변화가 아니라 뇌과학에 나오는 신경세포의 변화만으로도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오늘 독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좀 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저자께서도 자신이 인문학만 공부할 때보다 과학공부를 하고나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실히 좀 더 트이고 넖어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책의 중간중간에 볼 수 있었는데, 독자인 나 또한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의 폭이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확실히 더 넓어진 것 같아서 뭔가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이타 행동은 생물학적 유전자를 공유한 가족구성원 사이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한 형태로 나타난다. - P84

인간의 뇌는 작은 신도시가 아니라 오래된 대도시를 닮았다. 설계도에 따라 창조한 기계가 아니라 맹목적인 진화의 결과 나타난 기계이기 때문이다. - P84

논쟁을 종결하려면 사실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 P85

1992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연구진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발화하는 원숭이 두피질의 일부 뉴런이 다른 원숭이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도 발화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후속 연구자들이 인간의 뇌에도 같은 기능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라는 멋진 이름을 얻은 그 세포는 세상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마음을 읽는 세포‘라거나 ‘문명을 만든 뉴런‘이라고 명예로운 별명도 생겼다. - P85

거울신경세포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에 분포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위를 조장하거나 억제하는 등 여러 일을 한다. 또한 공감과 도덕적 동기 유발의 기초를 제공하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염려하고 덜어주는 행위를 장려한다. - P86

거울신경세포가 모방과 공감에 관여한다면 문명을 만든 뉴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방하고 공감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언어를 익힐 수 있다. 언어가 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공동 행동을 조직할 수 있었고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으며 생산력을 높이고 문명을 건설했다. - P86

언어는 종교와 함께 문명을 가르는 가장 강력한 경계선이다. - P86

우리의 뇌는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이다.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배려하게 해주는 것은 거울신경 ‘세포‘라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뉴런이 협동해서 만든 거울신경 ‘시스템‘인지도 모른다. - P87

"과학이 제공하는 사실을 모르면 우리의 마음은 세계를 일부밖에 보지 못한다." - P88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 P88

사람은 변한다. 그런데 그게 꼭 좋지 않은 일일까? 시간이 흘러도 늘 같은 모습인 게 반드시 좋은가? 그렇지 않다.
좋게 달라지면 변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그런 변화는 ‘발전‘이라 하고 더 못해지면 ‘퇴행‘이라 한다. - P89

그들의 인생은 그들이, 내 인생은 내가, 인생은 각자 책임지는 것이다. - P91

좋으면 가까이, 싫으면 멀리, 그렇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 P92

돌이 날아오면 몸을 틀어 피하는 무의식적 반사행동부터 파생금융상품을 매매하는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우리의 뇌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받아들여 적절한 대응책을 찾는다. 왜? 생존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뇌의 존재 이유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본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뇌에 깃든,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는 그 일을 하려고 애쓴다. 성능이 지나치게 좋은 생존기계라서 그렇다. - P93

뇌에 깃든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쉼 없이 흔들리고 부서지고 비틀리는 가운데 스스로를 교정하고 보강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견딘다. 자유의지는 그런 자아가 지닌 것이다. 자아가 불안정한데 자유의지가 어찌 강고하겠는가. - P93

모든 전향을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본다면 자아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자아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보다는 뇌의물리적 변화나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인문학보다는 뇌과학과 신경생리학이 전향이라는 행위를 더 잘 설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P94

뉴런들은 전기·화학 신호를 주고받아 정보를 처리하는데 전기 신호는 전자로 교환하고 화학신호는 신경전달 물질로 주고받는다. - P95

과학자들은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을 이미 100여 개나 발견했고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아드레날린 · 도파민  · 세로토닌 · 옥시토신 · 엔도르핀 · 멜라토닌 같은 것이다. - P95

전자 교환과 화학물질 분비에 변화가 생기면 뇌의 정보처리 패턴이 달라진다. 특정한 신경전달 물질 하나의 부족 또는 과잉이 소프트웨어 전체의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 P95

도파민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습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도파민 분비량이 너무 적으면 사람은 둔감하고 느려지며 지나치게 많으면 충동적이고 급해진다. - P95

뇌는 기대보다 큰 보상을 받았을때 도파민을 분비한다. 행복해지려면 욕심을 줄이라고 한 현인들의 말씀은 전적으로 옳다. 도파민 분비에는 절대적으로 큰 보상이 필요한 게 아니다. 여기서 보상은 먹이·짝·지위·권력 등 생존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말한다. - P95

도파민은 중독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알코올·니코틴·카페인이 든 물질을 좋아하는 것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 P96

코카인과 암페타민 같은 마약성 물질은 도파민을 대량으로 나오게 하고 이미 분비된 도파민의 회수를 방해함으로써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도파민 농도를 높인다. 중독 행위를 유도하는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고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꾼다. 무엇에든 잘 적응하는 우리의 뇌는 도파민 농도를 유지하려고 금단증상을 일으켜 더 강력한 마약을 찾게 한다. - P96

도박· 게임 · 쇼핑· 만화 · 음식 같은 것도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있다. 물론 나쁜 것만 뇌에 보상을 주는 건 아니다. 성취감·희망·공감 같은 것도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일중독자·기부천사·헌혈왕이 아무 이유 없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것이다. - P96

우리의 자아는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땅 위에서 전자와 신경전달 물질의 홍수와 가뭄과 해일과 폭풍우를 견뎌야 한다. 자유의지더러 모든 악천후를 극복하고 철두철미한 일관성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유리창이 깨지고기와가 날아가고 기둥이 흔들린다고 해서 부실 건축물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전향은 뇌의 시냅스 연결망과 연결 패턴의 변화로 생긴 현상일 수 있다. - P96

데이터도 자아에 영향을 준다. 뇌는 학습하는 기계다. 하드웨어인 뉴런과 소프트웨어인 시냅스 연결망으로 매순간 방대한 데이터를 빛과 같은 속도로 처리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성능이 나아진다. 데이터가 늘어나면 소프트웨어 성과가 좋아지고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 하드웨어 활용 방식을 개선한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뇌는 같은 질문에 대해서 그렇지 않은 뇌와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고 같은 과제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한해서 우리는 누군가 자유의지로 전향했다고 조심스럽게나마 말할 수 있다. - P97

자연이 생존을 위해 조합한 천연지능은 스스로 학습해 도덕을 알고 감정을 느끼는 우리의 뇌가 되었다. 인공지능은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 P98

천연지능은 인간 개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소멸할 수밖에 없지만 인공지능은 스스로 복제함으로써 영생할 수 있다. 하드웨어를 무한 증강하고 소프트웨어를 끝없이 개선하고 데이터를 무한 집적해 천연지능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P98

뇌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달리 더 더 늦게까지 스스로를 개선한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뇌가 획득하는 데이터는 노년기까지 계속 증가할 수 있다. - P99

‘뉴런은 서로 연결함으로써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거꾸로 뉴런의 연결 패턴에 영향을 준다.‘ 자아가 뇌에 그저 깃들어 있는 게 아니라 뇌를 형성하고 바꾼다는 말이다. 물질이 아닌 자아가 물질인 뇌를 바꾼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 P99

내 뇌의 뉴런이 순조롭게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세상과 연대하며 낯선 곳을 여행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뇌에 새로운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어리석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 P100

나는 내 자신을 무한정 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때가 올 것이다. - P100

뇌의 하드웨어 퇴화로 인해 벌어진 신경생리학적 사건으로 여겨 주기를 - P100

내 자아가 오늘의 상태를 유지하는 한, 어떤 경우에도 자유의지로 그런 변화를 선택하지는 않을 테니까. - P100

다시 강조한다.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해일과 폭풍우를 맞으며 서 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퇴락해 사라질 운명이다. 자유의지는 그런 곳에 기거한다. 있다고 말하기엔 약하고 없다고 하기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언하지 못하겠다. - P101

뇌과학을 조금 알고 나니, 나를 포함해 어떤 인간도 무한 신뢰하거나 무한 불신하지 않게 되었다. - P101

사랑하기엔 흉하고 절멸하기에는 아깝다. - P101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 - P101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 P105

무인도에 책을 한 권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그 책(칼 세이건의《코스모스》)을 선택할 것이다. 밤하늘 · 별 · 바다 · 풀 · 나무 · 새 · 구름 · 바람 · 비가 모두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고독을 견디는 게 수월해질 테니까. - P105

다윈주의Darwinism는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같은 사상·이념·철학·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다윈주의자는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문학자도 얼마든지 다윈주의자일 수 있다. - P106

『종의 기원』 결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종은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다.‘ - P106

역사에서는 ‘최초‘가 중요하다. 다윈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이 되게 설명한 최초의 인간이다. 그 전에는 설화나 신화밖에 없었다. - P107

오늘날《종의 기원》은 생물학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추론하고 논증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보탬이 된다. - P108

‘개체는 변이가 있다.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지닌 개체는 불리한 변이를 지닌 개체보다 생존할 확률이 높고 자손을 퍼뜨릴 가능성도 크다. 그리하여 생존에 유리한 형질은 널리 퍼지고 불리한 형질은 소멸한다.‘ - P109

인문학 이론은 가끔 과학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인구론이 대표 사례다. 맬서스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질병이나 전쟁으로 사람이 충분히 죽지 않으면 식량 부족으로 사람이 굶어 죽는 사태가 찾아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P109

다원은 ‘사람은 양육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녀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맬서스의 견해를 사실로 받아들여 생물학 연구에 적용 - P110

진화론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인류의 지성을 한 차원 높였다. - P110

우파는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으로 간주하고 격차와 불평등을 발전의 동력이라고 옹호하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과 집단이다. - P111

좌파는 사회적 약자, 착취당하는 사람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려는 개인과 집단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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