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행동 양식은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그 가치관은 다시 활동에 필요한 공구 등의 생산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차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행선을 타고 순하게 달리는 사람은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추월도 하고 주행도 한다. 물론 깜박이도 미리미리 상대를 고려하며 켜곤 한다.
그러나 차와 차 사이를 겨우겨우 비껴나가며 앞으로 나가는차는, 올 때도 그렇고 지나갈 때도 그렇고 또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계속 지그재그다. 한번 머릿속에 주입된 의식은 지속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그 지그재그 운전자는 절대 차분하게 차를 몰 수가 없고, 차분히 차를 모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지그재그 운전을 따라하기 힘들다. - P175

중국 조리법의 대표는 ‘차오‘다. ‘차오‘란 볶는다는 뜻으로,
거칠게 토막을 낸 돼지비계를 넣고 야채와 착착 볶아내 커다란 접시 위에 던지는 중국 요리는 중국인들의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특징을 잘 대변한다. 이 요리는 요리사의 감각과 생각에 따라 맛이 좌우되어 먹는 사람이 개인의 기호를 첨부할 기회가 없다. 그저주면 먹어야 한다. 짜면 짠대로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기껏 할 수있는 것이라곤 많이 먹고 적게 먹는 양의 조절뿐이다. 좋게 말해서 대국적이고 나쁘게 말해서 다소 오만한 말투며 태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 P176

일본 요리의 대표는 잘 알다시피 ‘사시미‘다. 살아 있는 생선의 살을 얇게 저며 먹도록 한 회는 일본인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요리다. 생선살의 결을 고려하는 칼질 부위별로 나누어 그맛의 차이를 예민하게 느끼도록 만든 설계, 여기에 각종 소스를 개인별로 두어 자신의 취향을 가능한 한 살리려는 배려가 회에는 들어 있다. 더구나 회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다. 어떠한 조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먹는 각자의 개성이 첨가될 공간이 확보된 음식이다.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자기의 창조 공간에서 마음껏 자기 실현을 맛보는 음식이다. - P176

쓰시는 또 어떤가? 조그만 덩어리 안에는 밥과 밥을 보조하는 온갖 종류의 반찬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색색의 반찬들은 칼로 잘라 단면을 노출시켰을 때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언제든지 검증이 가능한 상태다. 뒤가 없는 일본인들의 진솔한 면(민족 감정 빼고 그들의 상거래와 개인적인 약속 이행만을 가만히 객관적으로 떠올려보자)을 상징하는 음식이 바로 이 쓰시다. - P177

민족의 특성이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후천적 습성의 복합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문화권 내에서 형성되는 모든 유형 무형의 존재들의 특성을 결정짓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다.
무조건 우리 것이 좋다고 외칠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모습에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곁에서 배워야 한다. 그것이 설사 자존심 싸움에서 지기 싫은 일본인의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또 사실 거의 베껴오고 있지 않은가?
조금 솔직해지고 허심탄회해지자. 그래야 인생이 즐거워진다. - P180

남을 미워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더구나 그가 이웃인 경우에는. - P182

"우린 다 용서했어. 미워하는 건 힘든 일이야." - P182

일본이나 한국이나 모두 역사적 ‘조각‘들에 기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당시 이 지역을 통해 일본에 문물을 전했던 백제인들의 배짱과 장사 수완, 이곳을 드나들며 이것저것 나름대로 신선한 것을 들고와 백제와 신라 사람들을 즐겁게 했을 왜인들의 장사꾼 기질에 비하면 양쪽 다 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지금에 와서 역사나 문화로 쪼개보는 것들이 사실은 격식과 제약을 뛰어넘었던 ‘체험 삶의 현장‘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 P184

모순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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