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반부에 정말 간만에 신입사원 2명이 들어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신제품 설계도면 유출의 발단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뜨거운 커피는 잠들었던 소화기관을 일깨웠고 한입 베어문 빵은 탄수화물을 든든히 채워주었다.

‘성능에 뒤따르는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제품.‘
의류관리기는 안타깝게도 그런 제품이다.
"특히 소음 문제가 제일 골아프네요. 의류관리기는 주로 야간에 구동한다. 게다가 주인이 곤히 잠든 방안일 확률이 매우 높다. 성능을 끌어 올리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소음 문제에 발목이 잡힌다.

실사는 인수합병 절차의 신호탄과 같다.

설계가 늦으면 실제 테스트를 해야 할 연구소엔 그만큼 부담을 주게된다.

"흠. 그러니까 바지는 다림질 선을 살리는 게 중요해요.
내부 벽에 바지를 걸 수 있는 부분을 만들고 평평한 판으로 누르는 방식이면 다림질 선을 살릴 수 있죠."

"그럼 평평한 판에 열선을 넣으면 다리미 같은 기능을 하겠네요."

늦은 밤 분명 지쳐 있을 몸이었지만 피곤함을 느끼진 못했다.

"옷걸이는 별도로 제공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모션기능을 제대로 살리려면 정해진 옷걸이를 쓰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일반적인 옷걸이도 호환이 되는 게 좋겠죠? 별도 옷걸이만 쓰게 되면 그만큼 소모품비가 들어가고 컴플레인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요."

"미처 몰랐네요. 설계 검토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었는지."

전략기획팀, 홍보팀, 제품개발팀. 한때는 한 조직으로 묶어놓기 참 어려운 세 팀이었지만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이젠 어느새 한 팀처럼 화합하게 되었다.

타 부서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홍보팀은 협력할 줄 몰랐다. 무엇보다 잘못된 결정에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오만함은 늘 마찰을 일으켰다.

제품 개발은 항상 비밀이다. 경쟁사는 물론 유통업체에도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가전제품을 만들 수 있는회사라면 도면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 더구나 그것이 제품을 낼 때마다 대박을 쳐왔던 유니콘의 신제품이었기에.
조유미는 손에 쥔 설계도면을 모종의 보상을 대가로 보명전자에 넘겼다.

[연결점이 있더군요.......]
조유미의 아버지는 경기도 외곽에서 플라스틱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력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기에 인사팀은 고용노동부를 통해 조유미의 근무 경력을 확인했고 공백으로 기록되어 있는 3년 동안 조유미는 아버지 회사에 임시로 소속되어 있었다.
[그 회사의 최대 납품처가 보명전자예요.]

보지 않아도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만약 그녀가 범인이 맞더라도 혹은 범인이 아니더라도 조유미는 사무실에 남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황해 사무실에서 도망쳤든 아니면 눈물을 흩뿌리며 사라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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