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풍기라고 생각하면 이 제품은 그냥 선풍기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고작 선풍기나 만들자고 그 고생을 해서 신제품을 만든게 아닙니다."
오 년이 넘도록 일해왔던 안방 같은 곳이자 내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감히 이곳에서 떠들어댄 그의 말이 내게 옮겨지지 않았을리 없다.
"제가 이끄는 배는요. 산으로도 하늘로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배니까 물 위에만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전 그걸 깨기 위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거든요?"
"근데요. 산으로 가자고 모두 함께 노를 젓는데 그걸 거부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뿐인가요? 다른 사람도 노 젓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 어떤 선장도 그런 선원을 용납하지는 않죠. 저 역시 다르지 않아요."
"멍청하긴, 대들 상대를 보고 대들었어야지."
하나같이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땅만 보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 노인, 중년, 청년. 모두가 주말을 맞이해 주중의 일과에서 벗어나 산을 찾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가전과 관계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도 안 올라가 보고 내려가려고?"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네요." 북한산 정상까지 올라와 본건 처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저 절경이다, 라는 생각을 너머 많은 의미를 가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올라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그 반의 노력도 필요치 않았다.
"사무실에서 머리만 싸고 있는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뭐든 지나치면 역효과가 나는 법. 지나친 환대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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