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선 미국으로 출장을 갔던 주인공 일행이 예상치 못한 괴한을 만나 위기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이야기와 더불어, 귀국 후 주인공의 아이디어로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부가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를 간단하게나마 알게 되어서 좋았다.

"공짜로 얻은 건 공짜로 사라진다."

"우리가 차를 만드는 날이 올 줄이야.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야."

"결자해지. 전 일을 벌인 사람이 키를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가 후대에 길이 남을 전설 같은 기업가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구나."

뜨거운 햇살이 도로를 달구고 지평선 너머 아지랑이를 향해 질주하는 차. 몇 시간을 달려도 마주 오는 차 한 대 만나기 어려운 그런 적막한 사막위 드라이브.
그런 쓸쓸한 사막 드라이브야말로 사나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니까요."
"로망이 아니라 노망 아녜요? 이제 어쩔 거예요? 핸드폰도 안 터지고 여기서 날 저물면 꼼짝없이 죽게 생겼는데!"

"봐요. 방법 있잖아요? 죽긴왜 죽어요."

조금 전 차 안에서 그와 나누었던 대화, 주제는. 카지노.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당신, 살인을 하고 카지노에 가서 딸 수 있을 것 같아?"
".....제길."
통했다.
카지노와 거기에 미친 사람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도박꾼이 미신이나 징크스에 매달리는 건 만국 공통.

"와!"
"불이다 불."
짝짝.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선물. 밤의 추위와 들짐승으로부터 우릴 지켜줄 소중한 모닥불이 타닥거리며 불타올랐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이럴때일수록 웃어야 한다고 했던가.

실패 소식에 실망하는 대신 지금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잠은 부상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마크 던컨,
우린 그를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북부의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퇴역한 군인들은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죠."

"퇴역을 하고 나니까 세상이 좀 보이더군. 아, 애국심 따위는 쓸데없구나, 돈만이 세상의 진리구나.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지요.

"근데 다 필요 없어. 미국은 썩었어. 돈이 신이고 진리가 된 세상이더라고."

"미스터 여? 빨리 와요. 저놈 곧 기절할 것 같거든."
그가 히죽 웃었다. 입술을 악물고 지하로 이어진 계단으로 내려섰다. 지하의 어둠이 내 몸을 빨아들였다.

눈앞에 펼쳐진 폭력의 흔적. 지금 이 지하실은 단언컨대 법이나 인권 따위와 가장멀리 떨어진 영역이다. 오직 파괴적인 힘과 돈만이 전부인 미국의 어두운 이면.

"각자 소지품 가격의 10퍼센트는 제 계좌로. 아시죠? 잃어버린거 찾아주면 수수료 줘야 하는 거."

어느새 내 안에 머물러 있던 냉기는 사라졌다. 그 자리는 여유와 동료애가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그럴 수야 있나. 미국 가서 성과 만들어 내느라 고생한 것도 모자라 사막에서 죽을 뻔한 내 사람인데."
‘내 사람.......‘
유제국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엔 날 향한 애정과 신뢰가 진득하게 묻어났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장은 원래 제일 늦게 나타나는 거예요."

"와. 초등학생 때 용돈 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생."
"그래. 너도 애들 키워봐. 진짜 금방 커."

하지만 공은 공, 사는 사.

"그래도 가격을 무시하지는 못해."

직장에서의 나이와 직급. 두 가지가 늘 비례하지는 않지만 괴리가 크면 클수록 문제가 생기는 건 분명했다.

"바람이 토출되면서 원형고리 안 기압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떨어진 기압을 채우기 위해 밖의 공기가 안으로.....아!"
원리의 핵심을 이해한 차미선이 떠억 입을 벌렸다.
"그렇습니다. 떨어진 기압을 채우기 위해 밖에서, 정확히는 원형 고리의 뒤에서 자연흡기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유도된 바람이 토출 방향을 따라 내뿜어지며 풍량을 끌어올리는 거죠."

"제트 엔진 원리랑 비슷하네."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트 엔진의 공기 역학을 벤치마킹한 거죠."
날개 없는 선풍기. 2010년초 출시되어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제품. 이 제품의 장점은 명확하다.

"날개가 없기에 안전하고 디자인적으로 훨씬 미려합니다. 게다가."
슥슥.
선풍기의 팬이 위치한 부위에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부분에 MSO 모터를 적용하고 방음처리를 한다면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죠."

"결정적으로 이 제품을 유무선 동시 사용 가능 제품으로 출시할 겁니다."

"유일한 난제가 최적의 공기 흐름을 찾아내는 겁니다.
흐름이 꼬이면 소음이 커지고 효율이 떨어지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품개발팀과 연구소는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챙겨주세요. 많은 테스트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최적의 공기 흐름에 대한 연구 결과는 반드시 기록해서 남겨두셔야 합니다."
"왜?"
"이게 바로 팬 리스 즉. ‘날개 없는‘ 제품 시리즈의 시작이 될 녀석이니까요."

"기획팀은 특허와 사용권 검토를, 영업은 시장조사와 런칭 전략을 작성해 주세요. 각자 맡은 일에서 나온 결과는 즉시 공유해 주시고."
해야 할 일은 늘 비슷하다.

"일정이 급합니다. 최대한 서둘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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