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작품 중 하나인《파우스트》의 내용을 인용하여 가습기살균제 대참사의 원인을 파헤쳐 보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소비자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제품의 사업자에 대하여 수거, 파기, 수리, 교환, 환급, 개선조치 또는 제조, 유통의 금지, 그 밖에 필요한 조치("수거 등")를 권고할 수 있다.

제품안전기본법 10조대로라면, 인체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제품을 강제회수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 P141

어떠한 경우에도 독성물질을 인체에 사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수익만을 좇아 최소한의 윤리에도 눈감은 기업, 법의 미비만을 핑계로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한 정부, 자료를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한 전문가들의 일탈이 함께 뒤엉켜 무려 17년간 집단 참사를 초래한 것이다. - P142

미혹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전히 희망하는 자는 행복하다. - 괴테의《파우스트》 - P158

서구에서는 물질이나 쾌락 때문에 악에 빠져드는 사례를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부른다. - P159

그는 우주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마법으로 마침내 악마를 불러낸다. 이후 지식욕에 눈이 멀어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된다. 모든 지식과 쾌락을 얻는 대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영혼을 악마에게 맡기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쾌락과 지식을 경험한 파우스트 박사는 계약기간이 되면서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 P160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희곡 <파우스트>를 저술했다. 이 희곡은 전 세계인에게 다음과 같은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파우스트의 거래‘는 정당할까. 인간이 악마의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인간의 자율의지는 정말 악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 P160

희곡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에게 내기를 건다. 현실 세계로 말하면 악이 선에게 불의가 정의에게 게임을 제안한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 박사를 악의 구렁텅이로 유혹하여 과멸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은 인간이 음험한 유혹을 받더라도 결국은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선한 본능‘이 있다고 확신했다. - P160

메피스토펠레스는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파우스트에게 접근해 온갖 환락을 다 맛보게 해주겠다며 유혹을 시작했다. 악마는 늙은 파우스트에게 청년의 몸을 주고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개인적 욕구를 모두 채웠음에도 여전히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했다. - P161

어느 날, 파우스트는 우연한 기회에 해안의 영토를 얻게 됐다. 그는 이 땅에 민중이 자유롭게 사는 나라를 건설하기로 했다. 전력을 다해 그가 생각했던 평화와 자유의 나라를 만들어갔다.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그는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에서 해방된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이랬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 P161

괴테는 인생의 의미는 권력, 재력이 아닌 공익과 자유, 헌신에 있음을 말하려 했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여정을 보여주는《파우스트》는 결국 악마의 유혹을 떨쳐내고 선한 본능을 따라갔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 각자는 파우스트이자, 파우스트가 아니기도하다. 우리는 매 순간 악의 유혹을 받는다. 파우스트처럼 그 유혹에 넘어가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악의 유혹에 빠져든 사람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파우스트럼 악과의 거래를 뜯어내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보기 힘들다. 파우스트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는 걸작이자, 악과의 거래가 얼마나 끈질긴지 보여주는 노작이다. - P161

현대사회가 급속히 물질화·쾌락화하면서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은 점점 크고, 많아지고 있다. 오늘날의 파우스트는 그전보다 많은 악마와 직면한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구조이다. 위기의 파우스트는 가습기살균제 대참사에서도 존재한다. 돈을 벌기위하여 연구 결과를 은폐하고 조작했던 학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악의 유혹을 받고 왜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 - P162

노출재연 실험을 맡은 이종현 박사는 실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노출재연 실험이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살균제 성분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선 늦가을부터 시작되는 가습기 재사용 시기 이전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대한 시장에서의 퇴출 유무를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실험 결과,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PHMG 성분이 유해한 농도로 공기 중에 노출되고, 그것이 나노입자로 흡입되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P168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제 권고를 내린 직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시기에 다른 전문가들에게 비슷한 실험을 의뢰했다. 가장 먼저 실험을 의뢰한 곳은 KCL Korea Conformity Laboratories 이었다. 2010년 7월 6일,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통합하여 신설된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유관기관으로서 건축자재, 토목 관련제품, 생활용품, 의료기기 등에 대한 시험·평가·인증과 연구 개발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GIP Good Laboratory Practce 기관이다. GLP 기관이란 우수 실험실 운영기준을 뜻한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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