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술쪽 분야엔 무지한 사람인데 이 현대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MSO 모터라는 걸 알게 될 줄이야.. 검색해보니 현재 전기차에도 사용되는 모터이고 관련된 자료들도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몰랐던 새로운 걸 하나 배웠다 생각하니 내심 뿌듯했다. 관련업계 종사자 분들에게는 그냥 상식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늙은 임원의 말처럼 때가 되면 떠나는 게 직장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자는 해야 할일을 해야 한다.

"이제부터 전 제품의 모터를 MSO로 대체합니다."
가전제품은 매해 새 버전을 내놓는다. 고작 일 년 전에 히트를 친 공기청정기도 올해 그대로 내놓을 수는 없다.
언젠가의 유경호의 말처럼 올해 시장엔 비슷한 헤파 필터 제품이 쏟아질 것이다. 그들과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버전을 통해 한걸음 이상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전 제품의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리고, 소음은 낮출 수 있을 겁니다."
MSO는 전기차의 심장으로까지 활용이 가능한 모터. 가전제품에 있어 MSO 모터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 성능 차가 분명한 아주 좋은 선택이다.

이번 결정엔 또 하나의 포석이 깔려있다.
바로 MSO 모터를 검증한다. 사람을 태우는 전기차의 모터이기에 안전성과 성능 검증은 필수다. 비록 쓰임새는 다르지만 전 제품에 MSO를 적용한다면 전기차 모터를 위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들은 다들 아시죠?"
모터는 가전의 핵심부품.
그것을 바꾸려면 설계도 검증도 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개선점을 홍보하고 새롭게 영업을 펼쳐야 한다.

배터리의 기본 형태인 직육면체. 그것을 반으로 자르는 격벽을 만들고 나눠진 두 개의 구역에 각각 음극재와 양극재를 끼운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기본구조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는 무려 30년이나 된 발명품이죠."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난 두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곳에서 음극재 말고 비어있는 공간을 가리켰다.
"바로 전자의 이동을 매개하는 전해질이 액체라는 문제입니다."

고형의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액체. 효율은 좋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들고 다니는 폭탄과 같다.
난 차미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청하는 내 뜻을 이해한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전해질이 액체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어. 전해질을 분리하는 격벽이 훼손되거나 액체가 외부로 누출되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지."

"그래. 특히나 청소기처럼 고출력 모터를 돌려야 하는 전지는 크기도 용량도 클 수밖에 없어. 상극으로 대전된 에너지가 클수록 폭발력도 커지거든.
만약 청소기에 썼다가 폭발한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야."
그렇다.
액체 수용체를 이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주 쉬운 대안이지만 리스크 또한 뚜렷하다.

"폴리머? 그럼 액체가 아닌 고분자 유동체 전해질을 쓴다는 뜻이야?"
단어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본 차미선.
"맞습니다. 폴리머 타입의 배터리는 이미 개발된 기술입니다."
"그럼 폭발 위험은 확실히 줄일 수 있겠네요.‘ 경하나의 대답에 난 고개를끄덕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폴리머 타입은 약 10년 전에 구상이 끝난 기술이었다. 게다가 폴리머 타입을 쓰면 리튬 이온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안전성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다.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참. 청소기는 무조건 가벼워야 돼요. 물건 사간 주부들이 가끔 무겁다고 클레임 걸어요."

난 중년의 점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가벼우면 출력이 딸리지 않나요?"
굳이 김규봉과 매장까지 찾아온 이유 중 하나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도 있었다.
"그렇죠. 근데 소비자야 자기 맘에 안 들면 클레임이니까. 힘 딸리는 거야 뭐,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써요."
"그래요?"
난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그런데 밑에 바퀴 뻑뻑해서 안 움직이고 너무 무거워서 손 아프고 그럼 백 프로 클레임이야. 청소기는 그게아주 진상이라니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가정 하나는 검증되었다. 청소기의 주 사용층이 편의성을 중요시한다는 가정.
"그러니까, 적당히 성능 나오면서 무조건 가벼워야 돼요.
그리고 바퀴 달아줄 거면 그거 크게 만들어서 잘 굴러다니게 해주는 게 좋구요."
"네.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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