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독자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에 따라 공감 수치가 달라지게 된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배양하고 생각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데 있다. 하지만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이 계속 비슷한 것만 찾으면서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증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과 다른 책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생각의 폭과 깊이는 결코 넓어지지도 깊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책들도 찾아서 읽어라. 내가 균형잡힌 판단력을 갖기 위해 한겨레와 조중동을 같이 읽는 것처럼 말이다.
책 중에는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책들이 있다. 읽고 나서 혼자서만 알고 있기를 바라는 심리가 생기는 책들 말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직원들에게 협상에 대한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고 가르쳤었다. 하나는 오리엔탈 스타일인데 유교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합리적으로 논리를 전개시켜 나가는 웨스턴 스타일이다. 마지막 하나는 막무가내식의 형태인데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갱스터 (조폭) 스타일이다. "배 째라"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명심하라. 돈을 주는 입장이건 받는 입장이건 간에 아무리 문서로 철저하게 계약을 하고 도장 꽉꽉 눌러 찍었어도 계약 사항을 무시하고 배 째라는 식의 갱스터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즉 어떤계약 내용을 지키지 못하였다면 여러 가지 인간적인 면들을 유교적 가치와 뒤섞어 상대에게 접근해야 상대방의 양보와 이해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면 당연히 웨스턴 스타일로 끌고 가야 상대방이 항복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협상은 실제로는 우리가 이기고 상대방은 자기가 이긴 것으로 믿게끔 착각을 안겨 주는 협상이다.
당신이 불리하게 될 때 재협상할 구멍은 남겨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협상에 임할 때 반드시 당신에게 90%의 결정권은 있지만 남은 10% 결정권은 다른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 함을 상대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윗사람이 지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그 어느 협상을 하건 간에 내가 공통적으로 주문한 말이있다. "너희는 언제나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악역은 내게 맡기고 필요하다면 상대방에게 너희들 사장인 나를 개새끼로 욕해라. 너희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고 싶은데 쌍놈의 사장 새끼가 결재를 안 해 준다고 말해라. 그래야 너희들은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남게 되는 법이다. 그래야 너희들에게 유리하다."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일들이 사실 모두 협상에 의한 것이다. 결국 인간에 대한 여러 간접 경험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내가 존경하는 작가 최인훈의 관념적 소설들이 인간 군상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음도 알린다.
목돈을 오백만 원이라도 만들면 그 돈은 수익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다니라는 말이다.
은행은 길 건너 가까이 있는데 제2금융권 회사들은 멀리 떨어져있어서 시간도 걸리고 불편하다고? 도대체 당신 시간이 다른 일들에 얼마나 값지게 쓰이고 있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시간을 아까워하는가? 시간은 금이지만 부자가 아니라면 시간이 금이 아닐 경우가 많다.
불편하다고? 편리함은 언제나 당신의 돈을 빼앗아 가는 원흉이다.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만큼은 불편함을 감수해라. 당신이 불편함을 느낄수록 돈은 쌓이기 마련이며 돈 찾기가 편리할수록 돈은 새어 나가는 법이다.
은행의 경우 우수고객이라는 말은 은행에 돈을 많이 기증한다는 뜻이다. 지점장실이나 VIP룸으로 안내되어 커피 한잔 마시는 대신 당신은 적어도 제2금융권보다 연 2~3%정도는 손해 보고 있음을 기억하라. 가끔 은행에서 공연 티켓도 들어오고 무료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빚을 지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임을 기억해라. 당신이 제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빌려 쓴 돈에 대해 지불하는 이자는, 당신이 그 어떤 금융기관에서 굴리고 있는 자금에 붙는 세후이자보다 언제나 많은 법이다. 나는 적금은 적금대로 들고 대출금은 대출금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왜 그 쉬운 산수도 못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기억해라. 그 어떤 금융기관이건 간에 그들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주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절대 아니다. 금융기관의 정확한 표현은 금융회사이며 당신의 돈을 이용하여 스스로 부자가 되고자 애쓰는 영리 목적의 법인이다. 영리 목적으로 장사를 하는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금융기관의 창구 직원은 물론 금융기관에 소속된 재테크 상담가의 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다.
은행에서는 자기들 상품에 가입하라고 하고 보험회사에서는 보험을 권유하고 증권회사는 자기들 상품을 권유할 것 아닌가.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저희한테 돈을 맡기지 마시고 이러저러한 곳에 가셔서 이렇게 하시면 이자를 이만큼 더 받으실수 있습니다"라고 당신에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모르면 모르는 만큼 호구가 되어 버리는 것이 머니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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