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인줄만 알았던 오만석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끝에 드디어 혁신적인 모터를 개발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잘 봐, 이렇게 하면."
오만석이 작은 핀셋을 든 손을 조심스럽게 놀렸다.
그가 손놀림으로 손톱만 한 구리 큐브를 이어나갔다. 8개의 구리 큐브가 요철에 의해 단단하게 연결되자
마침내 원형의 스테이터가 완성되었다.
그가 완성된 스테이터를 투명 재질의 케이스 안에 넣었다. 그리고 도넛 모양의 스테이터 안에 영구자석이 붙어 있는 로터를 끼우니 이로써 아주 작은 모터 하나가 뚝딱 완성되었다.
"모터 완성이. 쉽지?"

"코일을 감을 필요가 없으니까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어."

오만석의 말처럼 얇은 모터는 구리선 단락이라는 한계를 가졌다.
하지만 오만석의 모터는 이렇게 내 손가락 안에 들어와있었다. 너무도 작기에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도 않는 꼭 장난감처럼 생긴 모터.
내 손가락에 들려 있는 이 녀석은 5백 원짜리 동전을 연상시킬 만큼 작았지만 결코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이렇게 작은 모터가 이 녀석보다 다섯 배쯤 큰 모터의 출력을 낸다는 게 오만석의 설명이었다.

"큐브 양산만 준비된다면 손쉽게 대량 생산도 가능하지."
조금 전 오만석이 핀셋으로 큐브를 이어 붙인 걸 직접 보았다. 연구원의 수작업만으로도 1분도 걸리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말 멋지네요."
난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작고 강력한 모터. 게다가 아주 조용하고 내구성도 좋다.

그리고 이런 모터를 쓸 수있는 곳은 셀 수 없이 많다.
구동을 위해 크고 묵직한 모터를 달아줘야 하는 가전제품. 모터의 무게 때문에 사용 편의성이 뚝뚝 떨어졌던 제품들에게 이 모터를 적용하면 단번에 상품성을 수직 상승시킬수 있다. 난 손안에 든 모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이거라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아주 가볍고 강력한,
그래서 도저히 이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게 뭡니까?"
"여 팀장이 나한테 담배 선물로 줬잖아. 이건 내 선물이야. 잘 간직하라고."
난 손바닥에 놓인 그것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모터를 은빛의 체인으로 연결해 놓았다.
이거 아무리 봐도.
"그래, 목걸이야. 멋진 MSO 모터로 만든 목걸이지.
늘 목에 걸고 다니라고."
오만석이 그렇게 말하며 자기 목에 걸린 목걸이를 들어올렸다.
"우리 팀원들은 다들 하나씩 하고 다니거든!"
난 오만석을 향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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