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의 오프라인 직영점. 자사의 제품만으로 매장을 꾸미고 그곳을 고객들이 직접 찾아와 주고. 마진도 없고 대형 유통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며 또 원하는 대로 매장을 운영할수 있기에 성공적인 직영 유통은 모든 제조사들이 꿈꾸는 목표와 같다.
고객의 니즈는 간단하다.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비교하고 싶고 또 귀찮은 발걸음을 한 김에 당장 살 필요가 없는 물건도 살펴보고 싶고. 하지만 제조사 직영점은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 그것이 직영점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이자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 모아놓은 대형 유통 채널이 성장한 이유이기도 했다.
"MSO?" "그래. 맥시멈 슬롯 어큐페이션. 바로 모터 내 슬롯 점유율을 극단적으로 높인 멋진 모터야."
"내가 쉽게 설명해 줄게. 결국 이 녀석이 그렇게 똥고집을 부렸던 코일을 대체한 모터가 완성됐다는 말이야." "정말입니까?" "그래." 차미선의 확신에 찬 목소리. 난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대충 모터를 수습한 그가 모터의 상판을 열었다. 그 안에서 한 손에 딱 잡힐만한 금속 덩어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MSO 모터에서 코일 역할을 하는 스테이터 블록이야." 겉보기엔 그냥 약간 휘어진 황색이 도는 금속 덩어리였다.
그래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오만석이 자신만만하게 내밀었던 오묘한 패턴의 금속 블록에 대해. 주먹만 한 블록의 주성분은 구리. 하지만 구리만으로는 자기장을 형성하는 스테이터의 역할을 할 수 없기에 블록의 내부는 아주 정교한 비전 도체 박막이 미노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비전 도체 박막들이 모양을 잡아주고 그 안에 녹인 구리를 부어 틈 없이 채운 후 굳힌 형태의 큐브. 그것이 지금 내 손에 들린 구리 블록이었다. "이런 식으로 만들면 내부의 빈틈이 거의 없다고 봐도 돼. 그만큼 큰 자기력을 얻을 수 있고 그건 출력에 직접 영향을 주지."
"이런 타입이면 외부 충격에 의해 변형될 일이 없으니 구리선 단락의 걱정도 훨씬 줄어들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를 빈틈없이 채운 구리가 비전도체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이어진다. 제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만들어 놓으면 구리선을 감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효율과 내구성을 얻는다. 그것이 오만석의 MSO 모터의 핵심이었다.
"이 방식이면 극단적으로 크기를 줄일 수 있어." "크기를?" "그래. 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라도 공기 중의 산소에 노출되면 변형이 발생해. 그건 금속의 숙명이야. 철은 당연하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금도 산소와 반응한다는 말이야." "산화작용 말씀이군요." 오만석이 조금 놀란 눈이 되었다.
"그래. 기존의 방식으로 아주 작은 모터를 만들려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아주 얇은 구리선을 뽑아서 감아줘야 해." "그럼 산화에 약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지. 얇으면 얇을수록 산화에 취약해. 그럼 구리선 단락이 쉽게 발생한다는 말이야. 그게 바로 작은 모터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고." "아......" 난 그제야 오만석의 말을 이해했다. 공기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줄인 이 블록 형태라면 크기를 줄여도 단선의 걱정은 거의 없다. 게다가 힘들게 얇은 구리선을 뽑아낼 필요도 그걸 조심스럽게 감을 필요도 없다.
"결국 이 기술의 핵심은 박막 미로군요. 녹은 구리에도 견디는 박막 미로를 대체 어떻게 만든 거죠?" "백 마디 설명보다는 역시 한 번 보는 게 좋지. 자, 따라와."
"그래. 정교한 박막 미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입체 프린터야. 어렵게 구했어. 이놈 때문에 이만한 크기로 만들어낼 수 있지."
난 미간을 찌푸린 채 오만석의 손에 들린 손톱보다 작은 구리 블록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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