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에 들어갈 드럼 구동모터는 교류전동기보다는 직류전원(DC) 모터가 적합하다.‘
유연한 속도 조정보다는 강력한 힘으로 드럼을 돌려줄 수 있는 모터가 적합하다는 결론이었다.

오만석과 연구 파트의 마찰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한다. 모터 연구 파트를 두고 기존의 연구원들이 ‘모터‘라고 불렀던 사실을 난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게 뭔 뜻이냐고?
‘모이면 터진다‘. 그래서 모터.

오만석과 그의 팀의 노력과 예산을 자양분으로 오만석의 역작은 무럭무럭 싹을 틔우는 중이었다. 그래서 지금 순간만큼은 오만석의 역작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보고보다 그가 자존심을 꺾었다는 게 훨씬 더 기쁘다.
"그 사람 팀장 다 됐네."

조금 웃어도 좋았을 텐데.
그러면 지나친 딱딱함도 조금은 풀 수 있었을 거다. 피차 한팀으로 일하는데 유대와 유연함은 필수다.

하지만 반대만 있고 대안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사람은 두 어깨에 책임을 지고 힘든 고개를 넘으며 성장한다고 믿는다.

"힘들게 준비하신 것 압니다. 하지만 더 멀리 가기 전에 방향을 바로잡아야 해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공조. 영어로 하면 코리아에어컨트롤 즉 공기의 상태를조정하는 기기를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공조는 자동차 사업을 하던 모회사의 공조기기 사업분야에서 출발했다. 그랬기에 지금껏 유지했던 한국공조라는 사명. 그건 직원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자부심이었다.
‘비록 떨어져 나왔지만, 우리도 한때는.......

모회사와 전혀 관련 없는 회사가 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그런 미련한 자존심을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사명을 변경하는 건 일종의 금기에 가까웠다.
지금까지는 한국공조라는 사명으로도 큰 지장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우린 홍보팀은 있어도 마케팅팀은 구성된 적이 없다.
하지만 건조기를 시작으로 미래의 제품들을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저 낡은 사명을 버려야 한다.

홍보팀은 그런 자존심에 더해 한 달간의 결과물을 부정당했다는 반발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게다가 일천한 브랜드 홍보전략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 그들은 아예 귀를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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