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행복은 상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는 독립적인 행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비교심리‘이다.

내가 나쁘게 보는 것은 ‘비교심리‘이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 ‘비교심리‘가 가져온 소비 때문에 돈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갈등이 다 남들에게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시기심이 빚어낸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돈이 모일 겨를이 없다. 수입이 조금만 늘어도 쓰고 싶어 안달이 나며 빚까지 진다. 남들이 가진 것들을 자기도 갖고자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런 상대방을 만났다면, 또는 상대방의 집안이 그렇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빨리 헤어져라. 이미 결혼을 했다면 아이가 생기기 전에 이혼하는 것이 현명하다).

진정한 부자들은 이 세 가지 심리들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금융기관들에 가서 물어보아라. 진짜 알부자들은 전혀 부자같이 보이지 않는다. 사는 곳도 강남에서는 평범한 곳에서 살고 잠바하나 걸친 사람들이 수십억의 현금을 움직인다. 고 정주영 같은 재벌1세들의 모습이 TV에 비쳤을 때도 대체 부자같이 보이던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있었는가. 부자들은 남들이 어떻게 살든 관심이 없다. 흉내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현재의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다시 나빠질 수 있음을 알고 대비하려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살지 않는다. 남들이 무엇을 갖고 있건 간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우선 돈을 모은다. 돈이 쌓이면 그 돈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나중에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원금을 건드리지 않고서 말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세 가지 심리때문에 그 원금이 될 작은 돈들을 ‘먼저‘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잉글하트Inglehart의 ‘가치관 지도‘에는 세로축과 가로축이 있는데 세로축에서는 ‘전통 가치에서 비전통적이고 비종교적이며 합리적인 가치로 상승하는 것‘을 상위로 치고, 가로축에서는 ‘생존 가치에서 자기표현 가치(외부의 구속이나 지도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건에서 자유롭게 형성된 자신만의 선호를 중시하는 것)로 상승하는 것‘ 을 상위로 친다(박홍규의 <인문학의 거짓말>에서 차용). 

여기서 자기표현 가치를 오해하지 마라. 그 가치는 명품으로 치장하며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그것은 비교 심리와 주변 인식에서 벗어날때 비로소 독립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자기표현 가치에 대하여 좀 더 파고 들어가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란다).

왜 사람들은 부자도 아니면서 결혼할때 그렇게 패물에 신경을 쓰고, 유명 브랜드 상품에 목을 매면서 부티를 내려고 할까? 남에게 보이기 위함 아닐까?

공산국가들이 붕괴되기 오래전에 마르크스주의는 망할 수밖에 없음을 단언하였던 <이데올로기의 종언>의 저자 다니엘 벨은 "자본주의적 상품 교환에서는 실용성보다 외관이 중심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폼이 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른바 명품을 본떠 만든 가짜들이 팔리는 이유 역시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 있다.

사람들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가 덮어씌운 이미지에 현혹된다. 수많은 상품들의 매혹적이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광고를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그래서 넥타이 하나를 사더라도 자기자신의 느낌이 아니라 그 넥타이 뒷면의 상표를 더 중요시한다. 하지만 당신이라는 인격체는 당신이 소유한 상품과 동격이 절대 아니다.

나는 상품이 주는 그 어떤 이미지보다도 나 자신의 판단을 더 소중히 여긴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회 이론가 혹은 본격 하이테크 사회 이론가라 불리는 장 보드리야르는 이미 30여년 전에 저서 〈소비의 사회〉(남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서 벗어나 주체적 삶을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 보라)에서 광고, 매스 미디어, 에로티시즘, 레저, 가제트(아이디어 상품) 등이 약속하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행복한 삶은 거짓 신화에 지나지 않으나 현대인은 그 신화를 믿고 자신의 영혼을 팔아 버리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소비자가 소비하는 것은 더 이상 물건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광고와 텔레비전 등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그 상품의 사회적 이미지이며 현대인은 그러한 이미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불어넣은 이미지에 세뇌되고 타인의 판단을 우선시하며 타인에게 보이고자 소유하려는 태도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상품뿐만 아니라 돈, 명예, 지위, 학벌 등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가치 판단보다는 남들이 
불어넣는 이미지에 세뇌되고, 타인의 판단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그런 꼬드김에 넘어가면 투자에 사용할 자금과 시간은 점점 더 제로에 가까워져 오히려 삶 자체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만 높다.

부자가 될 사람이 소유하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한 재화이지 남에게 지금 보이기 위한 물품이 아니다. 명심해라. 부자가 되려면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는 그 이미지의 망령들로부터 초월한 높은 경지에 초인처럼 굳건히 서 있으면서, 역으로 그 망령들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용하여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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