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여력이 있고 제조 공정이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건 서두른다고 빨리 끝나는 일이 아니다. 정창오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이미 겪어봤으니까.

미세먼지 이슈 전쟁은 회사 대 회사로 일어난 일이었다. 삼전 마케팅팀장이 일개 직원에게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 물론 그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끝날 일도 아니고.
놈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한다고는 하나 그것이 한국공조를 향한 것일 리도 없다. 보나 마나 대중을 향한 사과문일 거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조원대 연구팀을 희생양으로 한.

"저기요?"
"네?"
"평소에 주변에서 눈치 없다는 말 많이 들으시죠?"
"오!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놈이 해맑게 웃었다. 포기하자. 포기하면 편할 거다.

‘그럼 대체 네 생각은 뭐냐?"
‘세계 무대에서 싸운다면 그래도 승자는 한국 회사면 좋겠다.‘
그게 내 생각이었다. 난 그런 마음으로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었고 스마트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땐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이제부터 내 말을 어떻게 실행할지는 저놈 몫이다. 그게 약이 되건 독이 되건.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삼전은 씨앗이 썩은 걸 알면서도 뿌려버렸고 거기서 나온 대가는 온전히 뿌린 자의 책임이다.

얼굴에 삶이 묻어난다고 하지 않던가.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세월 앞에선 피도 옅어진다. 철없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재가한 어머니를 보는 것도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다.

뭔 놈의 차가 식지를 않는다. 녹차가 아니라 용암을 내오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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