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스타일은 다양하다.
대리기사를 그저 자율주행기계로 여기는 부류부터 인생이야기를 풀어놓는 부류까지.

"이렇게 말이라도 하고 나면 속이 좀 편해. 재미없는 얘기 들어줘서 고맙수."

"애초에 그쪽하고는 경쟁이 안 돼요. 사람들이 우리 매장와서 제품만 구경하고 주문은 인터넷에 하니까‘

"그뿐인가요? 우리는 매장유지하려면 임대료 내고 직원월급 줘야 하는데 인터넷, 홈쇼핑 얘들은 그런 게 없잖아요. 조건 자체가 다른데 똑같은 제품으로 경쟁하니 이쪽이 밀릴 수밖에 없죠."

판매를 늘리려면 매장을 늘려야 하고 늘어난 매장 유지비를 감당하려면 비싸게 팔아야하고, 하지만 그러면 온라인에 가격에서 밀리고.

‘이대로 가면 해성 망합니다.‘
경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들여보내지 말라는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지만 함부로 대할상대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곳에 근무했기에 한국공조 같은 제조사를 홀대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있는 그였다. 게다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협박에 초로의 경비는 덜컥 겁을 집어 먹었다.

최 본부장도 영업본부 임원들도 삼전 출신이다. 어떤 이유로든 삼전 출신 임원은 우리같은 2티어 제조사의 임원 자리를 쉽게 꿰찰 수 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식사하고 갈 만큼 한가하지가 않네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러니 지체 없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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