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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계는 모자란 것보다는 넘치는 쪽을 선호했던 것이다.」p.76
육체와 정신을 분리시켜 오로지 육체적 나이를 추구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러브 차일드'
그리고 더는 추락할 곳도 없는 인간욕망의 끝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시작부터 신경이 곤두서게 하는 글이 등장했다.
「우리가 세상에 나와 가장 처음 본 것은 난도질된
우리의 몸이었다.」p.9
그것은 세상 밖으로 나왔고,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나왔건만 죽었다고
치부해버리는 죽은 태아의 독백이었다.
생명의 시작과 그 끝을 알리는 죽음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 것과 늙은 것을 분류하고, 그들이 갖춘 능력을 테스트하여
페기 처분하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노화를 중단시키고 성적노리개, 즉 애완생물로 만들어버리는
인간의 잔혹성과 이기심이 지금 우리 사회가 감춘 예민한 표적을
과감하게 적중시켰다고 본다.
그리고 그 세계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나이 60세가 되면 '생애 전환기 검사'라는 것을 받아,
신체적 능력의 결함 유무를 따져 새로운 나이를 부여받는 시스템 제도는
인간을 인간이라 보지 않고 하나의 무기체적 존재로 포장해버리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아이를 낳는 여자들은 그저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들의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인간 로봇을 생산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쓸모가 없어진 늙은이를 거둬들이고 폐기처분하는 일을 하는 젊은 사람들.
일명 '공무수행인'들은 자신의 어머니일지도, 아버지일지도 모를 그 늙은이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지고 숨이 붙어 있음에도 살 처분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었다. 그것이 현실이어서
현실에 적응하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이 책은 인간을 폐기물에 비유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촉각 상실, 청력 상실, 미각 상실, 시력 상실 등등 신체적 결함이 생겨서
쓸모가 없어진 사람은 각각의 재활용 테스트를 거쳐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책에는 '수'와 '진'이라는 두 남녀가 화자로 등장한다.
두 사람의 유일한 인간적 감정을 누릴 수 있었던 시간도 잠시, 한 민간인의
부속물로서 애완생물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참혹한 성장 과정을
'수'와 '진'이 들려준다.
여성들을 집단으로 모아놓고 집단 강간을 하는 치욕스러운 현실.
그 여성들에게 태어난 생명은 제 어미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오로지 사회에
소속되어 자신에게 투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무생물과 같이 '공무수행인'으로
낙인찍혀버린 자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진실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감정이란 것과 과거라는 것을 철저히 억압시키기 위해 10대, 20대, 30대를
거쳐 10대 때에는 양계장에 배치해 닭의 생 부리를 잘라내고,
병아리의 콧구멍까지 잔인하게 썰어버리는 교육을 받고,
20대 때에는 소 도살장에 배치되고, 30대 때에는 다양한 동물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그 과정들이 이 사회의 모순된 현실로 비쳤다.
이 책을 통해서 고령화 사회, 노인인구의 증가, 생명연장기술과 같은
현실과 미래를 통합하는 문제점들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책의 끝에 문학평론가 '조형래'와 작가 '김현영'이 주고받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김현영 작가의 말이다.
「저는 인간성의 긍정적 측면, 예컨대 측은지심 같은 것이
어떻게 억압당하고 변이되고 결국엔 무화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하 생략)」p.281
인간과 폐기물.
그 경계선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책이 내포하고 주시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그 안에 사는 개개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된다는 게
책이 알리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