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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존재라, 태생적으로 외로운 물건이군요."
"네. 외롭게 태어난 물건입니다."
"우리만 외롭게 태어난 게 아니었군요. 자, 그럼 그 외로운 인공존재를
우주로 내보내도 될까요?"」p.125 <안녕, 인공존재! 중에서>
현상에 존재하는 존재물을 하나의 인공물로 만들어 아니, 재탄생시켜
새로운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안녕, 인공존재!>와 함께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안녕, 인공존재!>
작가 배명훈은 2005년 「스마트D」로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연작소설집 『타워』를 출간,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로 제1회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을 읽으면 마음가짐이 늘 새롭다. 소설 제목을 시작으로
그 안에 하나둘씩 펼쳐지는 언어의 물결을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과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을 짜내고 온갖 추측과 함께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렇게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 <안녕, 인공존재!>를 말하고자 한다.
세상과 사람의 희로애락을 제삼자의 시선과 제3의 기호로 책을 말문을 연다.
<안녕, 인공존재!>의 구성은 이러하다.
<크레인 크레인>, <누군가를 만났어>, <안녕, 인공존재!>, <매뉴얼>
<얼굴이 커졌다>, <엄마의 설명력>, <변신합체 리바이어던>,
<마리오의 침대> 이렇게 총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나는 <안녕, 인공존재!>에 남다른 인상을 받았다.
<안녕, 인공존재!>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컴퓨터 회사에서 신상품 연구개발원으로 매번 독창적인 제품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던 신우정 박사가 어느 날 의문의 제품을 남기고 자살한다.
그리고 그녀는 절친한 친구인 이경수에게 미완성인지 완성인지 판단조차 내릴 수 없는 제품을 주며,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음을 증명해달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긴다.
그것은 한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작은 돌멩이 하나와 충전기 따위의 부속품이 전부였다.
「"그럼 신우정은 제가 도대체 뭘 증명하기를 바란 거죠?"
백선영 씨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설마 존재를 증명하라는 건 아니겠죠?"」p.106
동그란 돌멩이와 충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 그건 무언가를 이롭게 하거나,
그 어딘가에 자신의 능력 아닌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이라는 말이라
표현하기조차 모호한 그야말로 그 존재 자체가 궁금한 존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돌을 두드려보고 「니가 존재면 나는 부처다.」p.114 라고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는 이경수. 돌멩이와 함께 첨부된 제품설명서에 유독 눈에 띄는 '존재'라는
단어를 곱씹어보며…….
그렇게 '인공존재'라 스스로 명칭을 붙여 그것을 안고 소련제 우주왕복선,
에네르기야 - 부란에 올라탄다.
그리고 '인공존재'를 우주 속으로 자유로이 떠나보내고 오는데…….
그렇게 돌아오는 이경수에게 무언의 허전함과 공간감이 느껴진다.
그것은 사라진, 떠나보낸 존재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배명훈 작가는 이렇게 존재의 존재감, 존재 그 자체에서 존재감을 증명시켰다.
우리는 늘 익숙한 것에, 늘 보는 것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하다.
늘 존재하는 것이라, 언제나 함께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어느 날 갑지가 '인공존재'가 되어 사라져버린다면, 그렇게 믿었던 그 모든 것이
그 넓은 우주 공간 속으로 사라진다면, 그때도 우리는 그 존재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세상 안에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안녕, 인공존재!>를 시작으로 배명훈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새로운 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