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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눈물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5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흔히들 말한다. 살인자는 피눈물도 없는 인간이라고. 하지만 살인자도 눈물도 흘릴 줄 알고, 살인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다 느낄 수 있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하지만 죄와 사람을 동일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남아메리카 들쭉날쭉한 모양의 칠레 최남단, 세상의 끄트머리 지도가 펼쳐진 그림에서 푼타 아레나스를 찾아봤다.
<칠레의 마지막 사형은 1985년에 집행되었고, 2001년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한다.
작가 안 로르 봉두는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단다. 청소년책에 수여하는 소르시에르 상을 수상하는 등 어린이 청소년 분야의 주목받는 책이다.
플로베르도 씨 집에 나타난 안젤은 자신의 은신처로 삼기위해 플로베르도 씨 부부를 죽이고, 파올로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살인자와의 동거. 부모의 죽음보다 현실적인 삶이 더 절실했을까?
또다른 이방인 루이스 세쿤다의 등장, 서른 살에 발파라이소를 떠나서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던 루이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 사람은 사랑에 굶주린 외로운 사람들이란 공통분모 하나로 같이 어울려서 살게 된다. 루이스에게는 글을 배우고, 안젤에게서는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된다.
파올로에게 은행은 새로운 세계였다. 노란 사탕이 파올로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파올로는 사탕을 간직한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안젤을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펴주고, 아이가 없어졌을 때 아이를 걱정하는 안젤에게서 어느순간부턴가 아이의 아빠가 되어 주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관집 딸 델리이와 세계 일주를 떠날 계획을 세운 루이스를 안젤이 눈치채고 돈의 절반을 카로 위협해서 받아내고 보내준다.
"루이스는 우릴 배신했어."
"아저씨도 날 배신할 건가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야, 파올로. 절대로."
루이스의 배신으로 파올도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돈으로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의 휴시과 온기조차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경찰을 피해 도망을 가다 만난 일흔다섯의 벌목꾼 노인. 그 집에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시인들 역시 무언가를 바꾸지요. 그들은 세상을 바라보며 마치 음료를 마시듯 세상을 흡수합니다. 그리고 나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나는 매일 시인들처럼 세상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노인에겐 책장의 많은 책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시와 음악이 그렇다.
"애쓰지 마십시오. 살면서 배운 게 한 가지 있죠. 아무리 과분하고 생각지 못한 행복이라 해도 그 행복을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행복을 받아들이고 침묵을 지키는 거요.아무리 의문을 제기해도 다 소용없습니다...... 저처럼 이미 보시지 않았습니까? 댁의 아드님이 아이들과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셨죠. 그게 눈앞에 나타난 현실입니다. 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거의 40년 동안 매일 아침 죽은 아이들 셋이 절 찾아옵니다."
노인에게 아이를 맡기고 떠난 안젤, 노인의 죽음, 그리고 감옥에 간 안젤,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파올로....시간이 흘러 알게 된 안젤의 죽음.그리고 다시 찾은 오두막집에서 만난 새로운 사랑.
사랑할 순 없지만, 미워할 수도 없는 살인자, 안젤.
죄는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하는지,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출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작성자 어린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