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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점원을 칼로 찔러 살해한죄로 수감된 찰스싱글턴에 대해 미국 항소법원은 사형수가 처형당할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멀쩡해지도록 강제 정신과 치료를 명령했다“ 도대체 처형당할 수 있을 만큼의 멀쩡함은무엇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이 멀쩡함에 대한 생각은 각 시기별로 학자별로 다양한 의미로 정의하고 있는데 60-70년대에는 우리 문화속에 광기에 대한 엄청남 공포가 존재함은 인정하면서 정신적 멀쩡함에 대해서는 과학적연구 및 속담, 사례연구 등 거의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에덤필립스는 그런 설명을 시도해보기 위해 이책을 썼다고 한다.
한 장 한 장 이해가 너무 힘들어서 연필로 줄을 그어야 했으며 포스트 잍을 부쳐가며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정의가 될 만한 곳에 집중 해야만 했다. 그러나 3-4번을 읽어도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시원한 정의는 찾을 수 없었으며 평소 끝까지 읽지 않으면 절대 서평을 쓸 수도 쓰지도 않는 터라 정말다른책 2-3배의 시간이 소요되어 굉장히 예민해지면서 읽었던 책인거 같다. 이책을 번역한 김승욱교수님 조차도 워낙 어려운 원문 덕택으로 하루종일 컴퓨터앞에 앉아 “암호”를 해독 했다고 할 만큼 이런 분석학 책은 우리와 같은 멀쩡한 사람들을 이해시키기는 너무 광기적 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 책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책의 작자 에덤 필립스야 말로 진정한 멀쩡함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처음엔 멀쩡함 이란 정의는 이책에도 나와있듯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착하다, 사회적 적응, 이라는 의미로 쓰기로 사회적으로 약속 한것인데 이렇게 힘들게 언어를 분석해서 다시 사전에 올리기라도 할것인가? 라는 의문투성이로 읽었는데 책장을 넘길때마다 광기와 멀쩡함에 대한 다른각도에서의 설명이 너무 충격적 이었고 새로웠다.
“진정한 멀쩡함은 개인이 각자 내면에 품은 독특한 비전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고 세상을 바꿔놓는다. 예술가들은 결코 자신을 팔아치우지 않았으므로 진정으로 멀쩡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무난한 존재 또는 매력적인 존재가 되려고 애쓴적이 없다.(p40) 라는 공식에 이책의 작자 에덤 필립스가 진정한 멀쩡함의 소유자라로 딱 맞아 떨어져 버린것이다.또한 2부 문제제기 부분에선 아이를 멀쩡하게 기는법, 멀쩡한 성생활은 무엇인지, 돈에 대한 멀쩡한 자세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며 멀쩡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기는 자라면서 타고난 광기-자제력,노동능력,언어능력의 부족-를 떨쳐버려야 한다. 그리고 광기를 관리하는 멀쩡함을 터득해야 한다.하지만 루소는 이 광기를 정열적인 본성이라고 하고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이런 본성을 희생하고 더 좋은것을 얻어야 한다고 했는데 블레이크는 이 두가지 감정을 『순수와 경혐』이라고 하고 프로이트는 『문명과 불만』으로 위니콧은 『멀쩡함과 광기』라고 불렀다. 즉 아이가 성장하면서 문화라는 것과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광기를 잘 다듬고 보완하는 기술을 추구하는데 이것 또한 멀쩡함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멀쩡한 섹스부분에서도 우리는 멀쩡함을 원하면서도 성적인 생활에서는 남몰래 회피하고 있다면 이는 멀쩡함이 우리를 이미 알려진 영역속에 붙들어두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점잖은척 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멀쩡한 섹스에서는 무엇보도도 자신과 상대를 옥구로부터 지키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멀쩡한 섹스에서는 안전을 위해 흥분을 지나치게 희생시킬수 없다. 성적 욕구든 다른 욕구든 흥분 없이는 욕구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멀쩡한 사람은 자신의 흥분을 공격하고 깎아내리고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망가뜨리는 모든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p260~261)
또한 광기를 선택한 사람들 즉..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멀쩡한 행동히 될 수 있다고 한다. 멀쩡함이란 원래 미치기를 거부하는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에 갖히는것이 지극히 멀쩡 할수도 있는다 해석을 던져준다..(p205)
또한 멀쩡함은 돈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말하여 광기와 멀쩡함을 여러 가지 사례로 정의하려 애쓰고 있었다. 외에도 여러곳에서 양면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멀쩡함과 광기를 구분하는 정의를 떠나 나에게는 새롭고 특이한 이론들이 믾이 있었다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이 멀쩡함과 광기의 기본 바탕에 “욕구”라는 것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욕구는 상징적으로 조직된다. 다시 말해 사회가 반드시 원해야 한다고 일러주는 것들과 욕구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뜻이다.
멀쩡함은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조를 불러오는 단어이다. 멀쩡함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계속 활동하게 해주고 우리를 몹시 괴롭히는 갈등과 혼란이 계속 살아 있게 해준다. 가장 축소된 의미의 멀쩡함은 멀쩡해지고 싶다는 우리의 욕구가 얼마나 양면적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바라는 멀쩡함의 의미에 관해서도 양면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징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가려내지 못한다. 미친사람은 광기를 이용해서 자신을 식별하지만 멀쩡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이책을 읽으면서 놀라운것은 멀쩡한 사람과 미친 사람의 구분을 하면 할수록 둘 사이의 차이가 확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멀쩡한 사람과 미친 사람에게는 어쩌면 공통점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다만 , 레비스트로스가 단언했던 것처럼 이 두 단어가 서로 반대말 관계라는 사실은 절대적이지도 지속적이지도 않았다. 멀쩡함은 광기의 대안을 뜻하는 단어가 되어서는 안된다. 멀쩡함은 종류에 상관없이 광기를 담고 있는 그릇이고 광기를 부정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때문에 굴욕을 예방히가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단어들을 이용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삶이 좌우된다.
그리고 이 단어들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이 좌우 되고 있다."
우리의 사랑과 증오, 호감과 호기심, 열정과 반감이 “개념적인 정의, 조작, 통제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 자체가 문화적으로 만들어 진것이고 멀쩡함과 광기도 마찬가지로 특정 문화권의 특정한 경험들을 상징적으로 조직해서 표현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실제 우리의 모습과 관련이 없는거 같다.
멀쩡한 사람이 잔인한 행동은 자신이 하는 가장 나쁜 짓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전쟁에서 이길수 있는 멀쩡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연로한 부모님을 찾아뵙는것은 욕망보다는 의무에 가까운 것이고
게슈타포에게는 거짓말을 할수 있지만 친구에게는 진실을 말할수 있고,
호의를 가지고 베푸는 친절은 그 친절을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임을...
멀쩡함도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조를 불러오는 단어이다. 멀쩡함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계속 활동하게 해주고 우리를 몹시 괴롭히는 갈등과 혼란이 계속 살아 있게 해준다.
끝까지 시원스레 멀쩡함에 대한 정의를 내려 주지 않는다. 최소한 자신만의 정의라도 내려주면 좋으련만 학자와 소설, 희곡에 나온 멀쩡함에 대해 설명만 해줄뿐 그것에 대한 정의는 우리의 몫으로 숙제로 남겨 준거 같다. 누가 이것을 정의 할수 있을까.그러나 내가 읽은 멀쩡함은 정말 광기와의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다. 나또한 지극히 진정한 멀쩡함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가끔식 광기를 표출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내안의 더 많은 욕구와 내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번 서평은 정말 책이 아니고 무슨 심리학 레포트를 쓰는것 같이 많은 부담을 안고 읽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서 서평을 하지 않았다면 이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평이라는 작업을 통해 이렇게 난해한 책도 나름대로 정리를 할수가 있고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이책에 대해서 느꼈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정말 많이 다르다. 결국은 이단어의 의미를 어떻게 두느냐에 우리의 삶이 달라질수 있다는 아주 폭 넓은 메시지라고나 할까? 복잡한 생각은 딱 질색이지만 이 세상 모든 사물에 대해 정상적인 시각이 아닌 90도 다른 시각으로 재 정의해보고 한번 걸러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거 같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