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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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소설집이래서 읽었다. 단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내가 꼽는, 고금을 통틀어 한국 단편 베스트10에 든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작가의 개성 같은 것들이 선배 작가들에 살짝 기대고 있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특히 문체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많이 보이고, 그래서 자전적인 글처럼 읽혔다. 잔잔한 분위기에 과거지향적인, 향수에 기댄 작품들로 채워졌다. 흥미진진하고 오감에 호소하기보다 마음을 향한, 기억 헤집고 내면을 더듬는 김연수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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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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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범죄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가 영리했던 게, 평범한 소재를 아주 맛깔스럽게 담아낸다.

평범한 라면을 범상치 않은 플레이팅으로 특별한 요리로 둔갑시켰달까.

영화로 치면 ‘페이크 다큐멘터리’ 정도 되겠다.

소설에서 이야기 자체 만큼이나 형식과 구조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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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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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가며 읽었다.

보통 국내작가의 장편들에 만족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희귀한 경험이었다.

TV 드라마로 치면 인물의 직업관과 그 세계가 전면에 드러나는 ‘오피스 드라마’ 색이 짙은데, 그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주인공의 삶과 사랑, 직업에 대한 긍지와 책임 등이 책과 출판 시장을 중심으로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소설 속 모든 요소들이 치고 빠지며 잘 어우러진 훌륭한 읽을 거리였다.

 

하지만 주인공과 똑같은 일에 종사하는 조카의 말; ❝그 정도는 아니에요.❞

 

역시 소설은 소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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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 ㅣ 쏜살 문고
패트릭 해밀턴 지음, 민지현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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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이란 말의 원조가 된 ‘조지 쿠커’의 영화 ≪가스등(Gaslight, 44년)≫의 원작 희곡과

‘히치코크’가 영화로 만든 ≪로프(Rope, 48년)≫의 원작이 된 희곡, 두 편이 실렸다.

 

두 작품 모두 심리를 옥죄는 맛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좋아하는 터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가스등’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다가 후반부에 터뜨리는 묘미가 있다. 영화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가 더 풍부하다 느껴지는 건, 인물들의 모습을 배우들을 통해 이미, 여러 번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원작보다 못한 영화’라고 실망하기가 일쑤인데, 이런 반대의 경험은 특이하다.

 

희곡을 활자로 읽는 게 얼마만인지.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맛이 있다.

작가가 소설도 썼다고 하는데, 소설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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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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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 로맨스’ 시리즈에나 어울릴 이야기.

 

살인사건, 법정 장면, 과거와 현재의 교차 등, 있는대로 재주를 잔뜩 부렸지만

결국은 불륜 이야기.

불륜 이야기가 늘 불쾌한 건 아니지만 건실하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건 정말 싫다. 사랑은 사랑일 뿐이고 그게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관계에서 언제나 피해를 보는 건 거의 무지한 배우자다.

책값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변에 읽어보라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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