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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속한 것
가스 그린웰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동유럽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화자가 ‘미트코’라는 육감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과 이별을 거듭하다가 결국 헤어지는 이야기. 퀴어 로맨스로 시작한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비극이라고는 했지만 주인공에게는 오히려 다행일 터.
미트코는 멀쩡한 허우대 빼놓고는 좋은 남자친구로서의 자질이 없어 보인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이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는 것하며 소소한 지출마저도 주인공에게 의지한다. 소위 빌붙어 사는 캐릭터인데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게 절제할 줄 안다는 거. 미트코는 의리도 있고 자존심도 강한 편이라 자신의 필요를 정확히 알고 딱 그만큼만 요구한다. 그에게 주인공은 돈 잘 쓰는 ‘미국인’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화자는 미트코를 사랑했을까. 절절한 외로움은 때때로 사랑으로 오해된다. 미트코를 처음 본 순간 화자는 성욕에 내몰린다. 하지만 점차 그의 몸에 익숙해지고 금전적인 요구가 거듭되자 환상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진다.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는 건 나중에서야 가능해진다. 화자가 미트코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분명 사랑 탓은 아니었다. 동정이랄까. 미트코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병에 걸린 그를 그저 관망하지는 않았을 것.
지지부진 관계를 이어나가는 연인의 모습은 다른 의미로 ‘애타게’ 만든다. 이 작품은 좋은 의미로 ‘짜증난다’. 이런 고구마 같은 순간이, 사이다 한 모금을 기다리게 만드는 순간들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핑크 무드에 샤방한 로맨스도 있지만, 이 작품은 전략적으로 회색 무드에 인물들을 진흙탕 속에 방치한다. 현실이 불편한 것이라면, 이 작품은 현실적이다.
‘공중화장실’이 배경인 첫 장면은 상당히 흥미롭다. 퀴어 커뮤니티에서 갖는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주류 작가들의 퀴어 남성 서사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전형성이 오히려 신선했던 것 같다.
‘성병 걸린’ 인물도 마찬가지. 예전엔 ‘백혈병’이나 ‘폐렴’ 같은 질병이 매혹적인 재료로 문학에 유행처럼 쓰인 시절이 있었는데, 이 책의 ‘매독’이 그런 선상에서 등장한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퀴어 서사에서 무시하는 ‘틈’, 전부는 아닐지라도 분명 존재하는 이면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